July 18, 2010

곰취씨 이야기-2 : 성공과 실패 그리고 희망

[이 이야기는 지난 봄에 적어놓고 올리지 못한 이야기인데 다시 올려드립니다. 앞쪽은 지난 봄 이야기이고, 뒷 쪽만 새로 더한 부분이랍니다.]

곰취씨들을 화분 흙에 심고 꽤 오래되었는데, 싹들이 돋을 생각을 안해서, 아무래도 올해는 곰취발아에 실패를 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 덱에 내놓았다가 퇴근해서 집에 오자 마자 집안으로 들여 놓는 것을 무슨 중요한 의식이나 치르듯이 반복하고 있었답니다. 어느날 오후엔 소나기가 한바탕 쏟아졌어요. 집에 와서 보니 빗물이 홍건하게 차있었습니다. 기울여서 물을 흘려내면서, 어짜피 실패한 것인데 뭐…하고 생각을 했답니다. 그래도 늘 하던 버릇으로 집안으로 들여 놓고, 다음 날 아침 덱으로 내놓기를 몇일, Oh My Gosh! 싹들이 돋아 나왔네요.

혹시나 하고 다른 칸들도 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칸들에서도 싹들이 돋아나고 있네요. 씨가 한 개만 싹을 올려 주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5개나 싹이 텄으니, 아주 대성공입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이웃집들에서 훤히 내려다 보일텐데도 오두방정 떨듯이 발짝 발짝 뛰었답니다.

곰취씨를 시작할 때 물에 담구었다가 나누어서 냉장실이랑 냉동실에 2주일 넣었다가 심었는데, 어느 쪽 씨들이 싹이 돋고 있나 보았더니, 냉장실에 있었던 씨들 쪽에서 싹이 돋고 있습니다. 야생식물들은 일반 야채씨들과 달리 발아를 시키는 것이 썩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성뿐만 아니라 자연의 도움까지 빌어야 하니까요. 이제 잘 키워서 옮겨 심어서 정착시키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아쉽게도 이렇게 싹이 터서 자라던 곰취싹들이 막상 텃밭에 옮겨준 뒤 정착을 못하고 모두 비실 비실 죽어버렸답니다. 아침 저녘으로 물을 열심히 주었건만, 아무래도 너무 더운 이곳의 날씨에 적응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 곰취기르기 작전은 이렇게 어이없이 끝이 나버렸는데, 몇 일 전에 아주 흥분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곰취 싹틔어서 기르는 것이 어렵다는 정평이 있어서, 제가 실패하더라도, 솜씨좋은 누군가가 성공을 하면 다시 씨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다른 분들에게도 씨앗들을 좀 보냈답니다. 그러니 Insurance같은 것이었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Sun님이 곰취들을 싹틔워서 잘 기르시고 계시답니다. 꽃피어서 씨 받으시면 제게 다시 보내주십사 부탁드렸구요. 지난 봄에 제가 한 일 중에서 제일 잘 한 것이 바로 곰취씨들을 갈라서 손이 야무진 분들과 나눈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는 늘 제 존경을 듬뿍 받으실 분들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이래서 제 곰취기르기 작전이 다시 한 번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몇 년 지나면 곰취를 기르고 싶어하시는 더 많은 미국내의 텃밭지기들에게도 씨를 보내줄 수고 있을 것이고요. 이렇게 작은 희망이 다시 생겼답니다.

이 일로…블로그를 접겠다는 생각을 다시 접었답니다. 혼자 배우고 해도 충분하다는 제 생각이 얼마나 부족한 것인가를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야채나 나물들도 더불어 기르면 더 신이 난 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좀더 적극적으로 미국내의 많은 텃밭지기들과 이야기들을 나누고 경험들을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니 변덕이 죽끓듯 한다고 너무 야단하시지 마시고 귀엽게 봐주세요....:)

12 comments:

  1. Welcome back! I am so glad you came back--you will never know how much I missed reading your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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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ardengal님 저도 다시 돌아오게 되어서 기쁩니다. Thank you so much for welcoming me back! I also missed reading your cheerful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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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복귀하시니 반갑습니다! ^^ 계속 좋은 글 올려주세요. 전 텃밭지기는 아니지만 잘 읽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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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 블로그가 접힌다고 생각했을 때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었고 사는 맛 그 중요한 하나가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랬었는데 다시 계속하신다는 소식을 접하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생사가 그렇듯이 텃밭농사일도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반복되고 반복되는 그 묘미 말입니다. 권태와 상관없이 늘 일어나는 텃밭事를 올려주십시오. 바쁘시면 그렇게 자주는 아니더라도 어쩌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올려주세요~~~

    su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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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oldman님 감사합니다. 긴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라서 다시 신이 나고 있습니다.

    천사같은 sung hee님, 요즘 고추랑 호박 따시느라 정신이 없으시죠? 이제 맥스가 미나리밭은 안건들고 있는지요? 솔직히 저도 블로그를 안쓰는 동안 좀 꿀꿀했어요. 갑자기 늘어난 시간이 주체가 안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이렇게 변덕쟁이인 저를 반겨주시니...ㅎㅎ...너무 부끄럽고 언제나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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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동안 님의 블로그를 통해 많이 배우고 따라하기도 했고 앞으로도 도움받을 게 많은게 정말 한동안 안타까웠었습니다.지난 보름여동안 매일매일 블로그에 들어와서 혹시나 혹시나 하며 다시 블로그를 계속하시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말 기쁩니다. 돌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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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LYDIA님...저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나 많아요. 님의 가든 이야기도 들려꼭 주셔야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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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정말 재미나게 사시네요. 대충 님의 얘기 흩어 보았읍니다.
    자주 와서 많이 배워서 즐거움 같이 하고 싶네요.
    반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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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이곳에 놀러오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 진답니다.^^
    님께서 주신 씨앗 저도 실패안하고 잘 키워서 나중에 필요로 하시는 분들께 나눠 드리고 싶네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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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jumu님, 저도 반갑습니다. 잔잔하기만 한 저희 삶을 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구요.

    나물사랑님...저도 주신 씨앗 잘키울께요. 나중에 이쁘게 꽃피면 사진도 올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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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그러실줄 알았답니다. 너무나 큰땅을 사셔서 시간이 없으셔서? 아님 다른일이 많아서? 나혼자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가 지나기도 하였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마음으로 들려봤더니 역시나 하는 나의 마음속의 외침이 일었지요.
    감사합니다. 마음을 바꾸셔서 다시 이런저런 텃밭예기를 들려주시시게 되었음을 감사 감사드립니다. 제마음에도 활기가 다시 가득 차는것같습니다. 한팔이 꺾인그런 뭐라고 할까 좌우지간 마음속 한구석이 텅빈 그런 느낌이였으니 말입니다. 글을 접하는 이순간 막 가슴이 쿵탁 쿵탁 하며 콧물까지 흘리며 컴 앞에있는 제 모습이 보이시는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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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Young님도 참.....괜히 저까지 울리시고....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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