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지난 주에 아주 말도 안나올 정도로 어이없는 일이 생겼어요. 어디이겠습니까? 제 가든에서 생겼지요 ^ ^. 바로 제 복숭아나무의 가지들이 무슨 시위라도 하듯이 갑자기 다 누워버렸답니다.
지금까지 꼿꼿이 잘 서있었는데…. 더 자세히 보시지요. 진짜 몽땅 다 누웠지요?
이제 복숭아들이 한참 익어가고 있는데, 도데체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무래도 복숭아들이 너무 많이 달려서 가지들이 무거워져서 그런 것 아닌가 싶내요. 불쌍한 복숭아나무. 복숭아들이 처음으로 많이 열렸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복숭아들이 많이 달렸다고 해도 그렇지 그래도 이렇게 눕는 법이 어디가 있냐구요. 무거우면 그냥 낙과를 몽땅 다 시키던지…욕심많은 주인 닮아서, 주체도 못할 이 많은 복숭아들을 달고서, 수양버들가지 늘어지듯이 발라당 누어버리면 누가 이쁘다고 해줄까요?. 복숭아나무 관리 못한 관계로... 지나가다 호기심에 쳐다보는 이웃들의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아…창피해죽겠어요.
이럴줄 알았으면 어릴 때 미리 많이 솎아줄 것을, 올해는 아무래도 우리집 복숭아 나무가 저를 놀라케 해줄려고 작정을 한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린 이런 일로 저런 일로 복숭아 나무를 볼 때마다 한바탕씩 웃고 있답니다. 그리곤, 일주일만 더 참아라 이야기 해줍니다. 빨갛게 홍조들이 번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건데, 쬐끔만 더 참으면 모두 따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그런데 복숭아들을 모두 따주면 가지들이 다시 위로 올라갈까요?
{이야기 둘}
그러나도 복숭아들이 너무 많이 달린 것 같아서, 몇 주 전엔 덜익은 파란 복숭아들을 따다가 잘 씻은 후 편으로 짜른 뒤 매실처럼 설탕에 일주일 우렸다가 마늘과 고추장을 넣어서 복숭아장아찌를 담구었답니다. 매실로만 장아찌 담그라는 법이 어디 있나요? 태국사람들은 덜익은 파파야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인도 사람들은 덜익은 망고로 피클을 담구어 먹는데, 나라고 덜익은 복숭아로 장아찌 못담글까 했지요. ㅎㅎ 좀 심했나요?
복숭아 향이 감도는 맛이 그런데로 괜찮답니다. 저처럼 복숭아가 많이 달려 주체를 못하시는 분이 혹시나~ ~ 계시고 게다가 심심까지 하시다면...복숭아장아찌 추천합니다.
{이야기 셋}
빨리 복숭아를 따주어야 하기에 안타까운 맘으로 복숭아가 익었나 안익었나 확인하느라 매일 아침 저녘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몇 일 전부터 사마귀 한마리가 ‘이건 내거야, 건들지 마’ 하듯이 뒷다리로 복숭아 하나를 꽉 잡고 지키고 있는 것을 보았답니다.
어찌나 사진 찍는 저를 경계하기에…고개를 살살 흔들며 물러났답니다. 복숭아가 너무 많이 달려서 하나 정도 사마귀에게 양보해도 좋을듯 싶어서요. 게다가 사마귀는 흉물스럽게 생겼지만 익충이니 가든에서 보호를 해주어야 하기에.
어때요? 올해는 이 복숭아 나무가 참으로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죠? 가든은 지켜보는 사람들을 절대로 심심하지 않게 해줍니다. 매일 매일이 항상 다르기에 삶의 단조로움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심심하시고, 무료하시고, 꿀꿀하신 분들…힘내세요!!!!
Winter Carrot Sides
5 hours ago
주렁주렁 달린 복숭아들보면 정말 즐거우시겠어요. 저도 한그루 심고 싶은데 땅이 없어요.흑흑흑. 또 남편더러 시멘트깨고 구덩이 하나 파라고 해야할까봐요. ㅋㅋ.
ReplyDelete사마귀. 정말 몇십년만에 보네요. 제가 어렸을 때 손등에 사마귀가 여러개 있었는데 사마귀를 올려놓으면 떼 먹는다고 해서 올려놓은 적도 있었는데 ㅎㅎㅎ
뒷마당에 예년에는 없던 작물들이 자라니까 나비, 잠자리, 새, 벌레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얼마전에는 잠자리 한마리를 잡아서 아이들에게 자연학습 하라고 보여주었더니 별 반응이 없어서 다시 날려보내 주었어요. 요녀석들은 도시에서 나고 자라 컴퓨터가 장난감인 세상에 살고 있으니 제가 어렸을 때 즐겼던 그 자연의 놀잇감들에 대해선 무감동이예요. 불쌍한 녀석들. 암튼 나이 들어 텃밭을 가꾸면서 새로운 재미에 푹 빠져사는 한사람 여기도 있어요.
LYDIA님의 사마귀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근데, 사마귀가 진짜 사마귀를 떼 먹나요? 전 어릴 때 손가락 끝에 티눈이 나서 고민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ReplyDelete그건 그렇고, 요즘 애들은 자연이랑 거리가 먼 것 같아요. 우리애도 딴 놀거리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참을성을 요구하는 자연관찰 이런 것은 좀 힘들어 하더라구요. 세대가 다른 것이 아닌가 싶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사마귀가 손에 난 사마귀를 떼 먹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 후에도 한참 사마귀를 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저도 모르게 다 없어졌어요.
ReplyDelete와... 솎아주기를 안하면 저렇게나 많이 달리는군요. 근데, 저 휜 가지들은 복숭아를 따주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나요?
ReplyDelete이번 가을에 저희 집 뒷마당에 과실수를 하나 심을 계획인데 저 복숭아 나무가 다시 생각하게 만드네요. 그냥 꽃나무 계열로 심는게 나으려나... ^^;
Peach tree Cirque du Soleil!
ReplyDeleteSince you had such hot summer, I bet your peaches are going to be extra sweet!
LYDIA님 사마귀와 손에 난 사마귀...진짜 재미있어요. 한참을 생각했어요....:)
ReplyDelete겨울아이님...드디어 눈팅족에서 탈출? ㅎㅎㅎ 저도 복숭아를 다 따주면 원상복귀할려나 궁금해요. 그래서 매일 한 바구니씩 따 주고 있는데...아직은 그리 큰 변화가 없어요. 항상 가든에 나무를 심을 때 고민이 생겨요..꽃나무 vs. 과일나무 vs. 사철나무..그래도 애들이 어리면 과일나무가 좋지 않을까요? 그냥 제 생각이에요...
gardengal님, 진짜 보도 듣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거죠? 올핸 이 나무때문에 여러가지 사건을 경험하게 되네요. 아참...요즘 복숭아를 조금씩 따먹고 있는데, 아직 딱딱하고 신맛이 약간 있지만, 그런데로 먹을만해요. 좀더 익으면 더 맛이 좋을 것 같아서 침흘리며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