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늘은 대가 반 정도 말랐을 때 수확을 해야하는데, 자꾸 미루다가 드디어 이런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이 번 주말도 미루면 안될 것 같아서 삽들고 나갔다가 너무나 한심한 마늘밭을 보니 나오는 것이 한숨밖에 없습니다. 거기다가 땅이 너무 말라 있어서 삽이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습니다. 힘좋은 남편이 아침 일찍 일이 밀렸다고 사무실 나가버려서 혼자 이걸 다 수확해야 합니다. 숨 한 번 크게 쉬고 시작이 반이다 싶은 마음으로 삽집 시작했습니다. 마늘대가 완전히 삭아서 건들기만 해도 끊어져 나오거나 낱개로 부서지는 마늘들도 많습니다. 모두 수확하는데 거의 3시간이 걸렸습니다. 통이 큰 것들은 요리랑 올 가을에 다시 심어 줄 씨마늘로 사용할 것입니다.

볕에 말릴 요령으로 잎대를 잘게 잘라 주었고 잎대는 멀치베드 위에 던져 놓았습니다.

큰 것들 몇 개는 중국 그로서리에서 사온 마늘통 보다도 더 굵거나 크기가 비슷해보입니다. 제가 작년 늦가을에 심었던 마늘들이 바로 이 중국마늘들이었습니다. 딱 10통 사서 심었는데, 10통보다 더 많이 수확했으니 올해의 제 마늘농사는 그런데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농부가 보았다면 코웃음을 치겠지만요.

큰 것도 있는 반면 알이 작은 마늘들도 많았습니다. 다른 마늘 자랄 때 애들은 뭐하고 못자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텃밭에선 작은 애들은 작은 애들대로 쓸모가 있습니다. 왜냐면 이렇게 낱개로 떨어져 나왔거나 알이 작은 것들은 마늘 장아찌 담으면 먹기 좋기 때문입니다. 울 아들은…작고 귀여운 것들만 골라먹습니다.

물론 이 잔 것들을 까는 것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어서 하루에 조금씩 되는대로 까서 식초물에 넣을 것입니다. 한 2년 전에 마늘 장아찌를 담갔는데, 오래될 수록 맛이 더 좋았습니다. 마늘은 늦가을에 심어서 늦봄에 끝이 나고 별 손을 타지 않는 그런데로 까다롭지 않은 농사입니다. 유기농 마늘이 꽤 비싼 편인데…그럭 저럭 텃밭에서 길러 먹는 것도 좋은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