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내내 제 시금치를 먹어 치우던 토끼가 드나드는 구멍을 두 곳이나 발견하고 막은 후로도 가끔씩 누군가가 제 야채를 건드는 흔적들을 조금씩 발견했답니다. 그래서 전 그새 야생토끼가 다른 구멍을 만들었나 생각했지요. 그러던 지난 토요일 아침 따뜻한 햇빛을 즐길려고 덱에 나갔다가 다람쥐 한마리가 제 텃밭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처음엔 텃밭 한 쪽을 막 파면서 뭔가를 찾고 있었어요. 아마도 작년 가을에 자기가 파묻어 두었던 호두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어요. 한참을 파도 아무것도 안나오니까 포기하고, 야채밭을 어슬렁 어슬렁 기어다니기 시작했어요. 아니 저 다람쥐가 뭐하고 있지 하는 호기심에 눈을 못떼고 있는데, 저를 옆눈으로 흘겨보면서 이 야채 저야채들의 냄새 맡아보더니, 근대잎을 뚝 떼가지고 텃밭 가장자리로 가더니 얌얌 맛있게 먹는 것이 아니겠어요.

보이죠? 한 눈으론 저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한참 그렇게 앉아서 다 먹고 나서는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모퉁이의 나무 위로 올라가서

아주 편하게 걸터 앉아서 졸린 듯이 눈을 꾸벅꾸벅거리며 우리를 구경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래도 낮잠 잘려고 폼을 잡는 것 같아 보이네요. 아주 팔자 좋은 다람쥐...

전 다람쥐가 견과류들을 먹는 것은 알았는데, 야채도 먹는지는 몰랐어요.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야생토끼가 이 다람쥐의 죄까지 몽땅 뒤집어쓰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론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고, Until proven guilty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