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까지 계속되던 인디언 썸머가 드디어 끝이 나고 이젠 아침마다 토끼장에 매달아 놓은 물이 꽁꽁 얼어 붙는 추운 겨울로 들어왔다. 여긴 12월 중순부터 추워져서 1월말까지 무척 춥다. 물론 춥다고 해도 남부에 가까워서 북쪽지역에 비하면 그리 추운 편도 아니련만, 이 곳 기후에 적응을 해서 인지 요즘이 무척 춥게 느껴진다. 춥다고 웅크리고 있으면 더 추울 것 같아서 카메라를 들고 나가보기로 했다.
지난 초여름에 땅을 산 후,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땅에 도데체 어떤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래야지 내가 나중에 어떤 식물들을 심을 수 있을런지 잘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순수한 호김심이었다. 미국에 오래 살았다고 하지만, 늘 한국의 나물이나 식물들에만 관심을 가져서 그런지, 막상 미국의 식물상들에 대해서 무지한 내가 가끔 부끄럽기도 했다. 이제 이곳에 발을 딛고 살려면, 잘 알아야 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서, 내 발이 닫는 곳에서부터 조금씩 알아가기로 했다. 그래서 시간이 나는데로 새로 산 땅 (Meadowsweet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음)에 가서, 그 때 그 때 피어나는 꽃이나 열매들의 사진들을 찍어서, 인터넷이나 식물도감에서 이름을 열심히 찾아보았다.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상세한 지식들을 인터넷들에서 쉽게 얻을 수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또 나를 깜짝 놀랜 것은, 이 곳의 식물들이 의외로 한국에서 보던 식물들과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었다.
Winterberry or Winterberry holly (Ilex verticillata)
해가 잘 드는 도랑 옆에 무성하게 자라는 활엽수 잡목들인데, 꽃을 본 기억은 없는데 이렇게 화사한 빨간색 열매들이 수두룩하게 달려있어서 보기가 좋다. Holly랑 가까운 이 종류는 들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겨울을 장식하는 관상용으로 야드에도 많이 심는다.
Japanese honeysuckle (Lonicera japonica) 드물게 Chinese honeysuckle이라고도 불림.
한국에선 금은화로 알려져 있는 꿀을 빨아먹던 향기 좋은 꽃들인데, 여기선 근절하기 어려운 왜래종 식물 (exotic invasive plant) 로 취급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이 원산지인 이 식물은 처음에 관상용으로 들어와 심었던 것이 퍼져나간 것이고 한다. 이곳에선 이 금은화를 들판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화사한 꽃들이 지고 난 늦가을에 이렇게 짙은 검푸른 열매들이 달린다. 금은화 꽃은 식용이 가능하다.
Multiflora rose (Rosa multiflora)
한국에선 찔레꽃으로 알려진 이 식물 또한 여기선 번식력이 강한 왜래종 식물로 취급되고 있다. 이 식물은 Multiflora rose란 이름말고도 baby rose, Japanese rose, seven-sisters rose, rambler rose, multiflowered rose 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꽃과 열매를 모두 식용할 수 있다.
생각보다 한국에서 보던 식물상과 닮은 이유가 바로, 이렇게 한국에서 보던 식물들이 많이 자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칡덩쿨 (Kudzu), 금은화 덩굴, 그리고 찔레꽃. 미국동남부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3대 exotic invasive plants….들이 모두 내 땅안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ㅎㅎㅎ 난 왜 이 왜래종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지... 아마도 인간사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 것이다. 미국은 원래 왜래종들이 토종들과 경쟁하는 역사 깊은 나라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우리도 바로 그런 역사속에 한 발 두 발 조금씩 빠져 들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언젠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난 한국이 아닌 이곳도 내 고향의 일부처럼 느낄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 어쩜 이런 왜래종 식물들과 같은 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 갈 이땅에서 언제까지고 난 왜래인으로만 살 순 없을테니까, 좁고 좁은 한국땅만을 그리워할 것이 아니라 이젠 넒고 넒은 미국땅을 조금씩 조금씩 adoption해서 정을 들여가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본다.
I wonder if Japanese honeysuckle has the same sweet fragrance as the common honeysuckle.....
ReplyDeleteKudzu is such a tough plant that it rooted even after I cut the vines and left them on the ground to dry. When I lived in Maryland, I placed the plant's many vines into Round Up bottle for systemic effect but it didn't get rid of them either. I remember seeing a giant wall of Kudzus along a highway in Georgia too.
By the way, I love the pictures because they have such vivid colors!
사진 정말 잘 찍으셨네요!(카메라가 좋은건가요?^^) 전 사진속 열매들이 모두 식용으로 보였는데 아니군요.. 다음번엔 하얗게 눈덮인 Meadowswee 풍경도 담아서 보여주세요. 좋은글 감사드려요!
ReplyDeletegardengal님, Japanese honeysuckle 향이 정말 좋아요. 조지아뿐 아니라 숲을 먹어치우는 칡덩쿨들의 문제는 여기 테네시도 심해요. 요즘은 염소들까지 동원해서 제거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워낙 번식력이 강해서... 여기 Meadowsweet에도 칡덩쿨들이 조금 자라고 있는데, 전 칡뿌리를 캐서 술을 담구든지, 차를 만들어 먹든지하고, 잎은 따서 떡쩌먹어야지 그러면서 좋아했어요....ㅎㅎㅎㅎ
ReplyDelete나물사랑님, 제 카메라는 그저 그런 자동카메라... 그냥 빨간 열매들이어서 보기가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내요....^ ^ 여기서 식용가능한 열매는 찔레꽃 열매뿐... 궁금해서 먹어보았는데, 단맛은 별루 없고 씨가 많아서 그저 그랬어요. 그래서 말려서 차로 먹으면 어떨까 생각했지요....^ ^ 저도 언젠가 근사한 눈풍경 사진들을 찍고 싶어요. 진짜 예쁠것 같아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