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인 어제도 눈이 왔었는데, 오늘도 눈이 내렸다.
도심지라서 그런지 내린 눈들이 많이 쌓이지 못하고 있지만, 도심지만 벗어나면, 이 곳에선 보기 드문 Winter Wonderland가 되어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흥분된 맘으로, 눈만 오면 강아지처럼 신이 나는 아들녀석이랑 같이, 신나게 놀아보겠다고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 Sliding Saucer를 가지고…Meadowsweet에 갔다.
예상했던데로 눈이 가득 쌓인 들판이 되어있는 Meadowsweet에 도착하자마자 시동도 마저 끄기 전에 아들녀석이 쏜살같이 뛰어 나갔고, 그걸 사진으로 찍겠다고 나도 뛰었다. 워낙 잽싼 녀석이라 벌써 저멀리 앞서가고 있다. 뭐가 저리 신난다고…
들판과 주변의 나무가지들엔 눈이 가득 쌓여있지만, Creek은 표면이 얼지 않았고 여전히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물이 약간 불었는지, 지난 여름에 남편이랑 애가 만든 징검다리가 완전히 잠겨있었다. 냇가엔Groundhog가 파놓은 것 같은 아주 커다란 굴이 있는데, 녀석이 자주 드나들어선지 아니면 굴이 커서인지 구멍은 눈에 덮이지 않았었다.
이걸 본 아들이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눈을 잔뜩 퍼다가 구멍을 막아버렸다….ㅎㅎㅎ
이 곳 어떤 사람들은 Groundhog를 Woodchuck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부르는데, 언젠가부터 얼굴도 한 번 보지 못한 이 녀석을 우리는 Woodchuck에서 끝이름만 따서 ‘척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아들녀석은 척이를 놀리는 일에 벌써 재미가 들린 것같다. 미안하다 척이야….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니, 앞으론 맘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아들녀석은 척이 굴을 눈으로 막고나선, 물을 건너 산을 오르기 시작하다가 신이 났던지 ‘엄마’하고 나를 불러보더니, 사진을 찍는 나를 향해 씩하고 웃음을 날리고는,
산위로 부리나케 올라가버렸다. 늘 Mom 이나 Mommy라고 부르는 녀석인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엄마라고 부르나 싶었다. 이것도 장난낀가?
아들녀석의 몸은 나보다 컷지만 이렇게 장난끼를 발동하는 것을 보니, 아직 마음은 어린애인가보다. 애를 쫒는 것도 포기하고, 남편이 어디 있는지도 안보여서, 난 주변풍경을 그냥 혼자서 즐기기로 했다.
따로 따로 한참을 이렇게 놀다가, 그것도 심심해졌는지, 남편이 Sliding Saucer를 누가 멀리 멀리 던지나 놀이를 시작했다.
장난감이 없던 시절에도 주변의 모든 것들을 장난감 삼아서 놀았던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웃음이 픽 나왔다. 어쩌면 애가 어린 것이 아니라, 눈이 우리들 모두에게서 어린애의 마음을 끌어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는 분명 어제였는데, 눈에 쌓인 들판을 뛰어다니는 우리에겐 오늘이 오히려 크리스마스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신나게 노는 동안에, 동지가 지난 지 아직도 한 주나 지났지만, 아직도 짧게만 느껴지는 해가 짙게 낀 눈구름속에서도 서녘하늘 끝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여서,
아쉬운 Winter Wonderland를 떠나 도심속의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도심속으로 돌아오니, 희끗 희끗 조금씩 남아있는 쌓였던 눈들의 흔적들만 보여서, 저멀리 뒤로 두고 온 눈덮인 하얀 들판이 다시 그리워졌다. 언제나되면 이렇게 다시 돌아오지 않아도될까를 생각해보았다…
It looks like everyone had wonderful time at Meadowsweet!
ReplyDeleteI don't know why but snow brings out the best in people (and dogs). I love how everything looks so beautiful, clean, and fresh when it's snowing.
gardengal님 눈과 비의 차이는 온도밖에 없는데도, 사람들의 GQ에 미치는 영향은 하늘과 땅차인 것 같아요.... :)
ReplyDelete설경이 너무 예쁘네요. 무슨 작품사진 같아요. ^^
ReplyDelete이제 한 시간쯤 있으면 뉴욕에서 사과가 떨어지겠네요. Geni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겨울아이님, 자주 볼 수 있는 설경이 아니라서, 열심히 찍은 사진들이죠. 지금은 벌써 뉴욕에서 사과가 (! 잼있는 표현) 떨어진지 오래고 새 달력의 첫날을 보면서, 올핸 어떤 신나는 일들이 날 기다릴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쳐다보고 있어요. 겨울아이님에게도 아주 많은 신나는 일들이 달달마다 기다리고 있겠죠!!!!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그리고 모든 소원이 성취되는 그런 좋은 토끼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ReplyDelete너무너무 멋져요!!! 눈덮인 들판을 보고있으니 영화 러브스토리 장면처럼 눈속을 막 뒹굴고 남편과 나잡아봐라~하면서 한번 달려보고 싶은충동이.... ^^ 저도 크리스마스 지나서 눈구경하러 산에 올라갔다 왔었네요. 근처에 겨울에 눈을 볼 수 있는 산이 있거든요. 생각했던건 보다 산에 눈이 많이 쌓이질 않아서 좀 아쉬웠었는데 님의 멋진 사진 너무 감사드려요~ "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ReplyDelete나물사랑님은 완전히 낭만 그 자체시네요. 다음에 또 눈이 왕창오면, 저도 남편에게 나 잡아봐라~ 할까봐요 ㅎㅎㅎ 여기만해도 설경이 드문 곳이어서 그런지, 눈만오면 강아지들마냥 헤헤.....거리고 놀게되네요. 나물사랑님도 복많이 받으시고, 소원많이 많이 성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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