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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1, 2011

고들빼기, 왕고들빼기, 그리고 용설채

이젠 생각조차도 까마득한 몇 년 전에, 그러니까 왕깜빡인 내겐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만큼이나 오래전이라 느껴지지만, 고들빼기를 한 번 키워서 고들빼기 김치를 만들어 먹어 보겠다고 일편단심 일념으로 어렵게 씨를 얻어다가 심었었다그 땐 왜 그리 집착을 했는지…. 지금같으면, 한국그로서리에서 쉽게 고들빼기 김치를 사먹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엔 그럴 수 없어서 더더욱 그리워하지 않았나 싶다여하튼 고들빼기를 기르겠다는 오기를 능가했던 고놈의 내 일념땜에, 고들빼기랑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왕고들빼기란 이름의 또다른 식물도 씨를 가져다가 심었었다.  그 결과, 긴 시간이 흐른 지금 내 텃밭에선 고들빼기랑 왕고들빼기라고 불리던 이 두 식물이 민들레보다 더 흔한 잡초로 자생하고 있다. 에고~

고들빼기는 내가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던 식물이니, 내겐 꽤 친근하지만 왕고들빼기는 나에겐 낯선 식물이다. 처음 몇 년은 자가 괜히 붙었겠나, 뭔가 고들빼기랑 달라서 붙었겠지, 생각하면서, 두 식물의 다른 습성을 이해하려했다. 어쩌나 저쩌나 해도 둘 다 김치담가서 먹는데는 비슷했고, 또 다른 이유론, 찾아보기 귀찮아서 한 해 두 해 미루다가, 올초에 드디어 정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내가 알고 있던 왕고들빼기는 왕고들빼기가 아니라, 용설채라는 약간 다른 식물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왕고들빼기나 용설채나 둘 다 왕고들빼기속 (Lactuca)과 종(Lactuca indica)에 속한다.  이 둘은 꽃모양과 꽃색이 거의 구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하지만, 왕고들빼기의 잎들은 민들레잎보다 더 심하게 갈라져 있고, 용설채는 갈라짐이 거의 없다. 왕고들빼기는 한국토종이고, 용설채는 중국에서 들어온 왜래품종이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한국에선 용설채는 왕고들빼기의 다른 품종 내지는 변종 차이로 간주된다.  어떤 사람들은 왕고들빼기랑 용설채랑 이름을 구별없이 같이 쓰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은 상추도 왕고들빼기랑 같은 속에 속한다. 아 그러고보니, 상추꽃도 야들과 비슷한 것 같다.ㅎㅎㅎ 

여하튼, 잎모양을 보건데, 내가 기르고 있는 왕고들빼기는 한국토종의 왕고들빼기가 아니라 용설채라는 것이 내 요지다. 요즘 이 용설채가 한국에선 쌈채소로 상당히 각광받고 있는 고급야채라고 그러는데, ㅎㅎㅎ내 일념때문에 진짜 득받다!

[고들빼기]

[용설채]
용설채는 고들빼기랑 똑같은 요리에 사용할 수 있고, 고들빼기에 비해 추위를 견디는 능력이 좋아서 한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하며, 또한 꽃대를 늦게 올려서, 여름까지 수확기간이 꽤 길다.  그러니, 초봄과 늦봄 두 철에만 캐먹을 수 있는 고들빼기에 비해 훨씬 더 실속있는 나물이 아닌가 싶다. 

September 03, 2009

세 가지 일본 야채들

3년 전에 알게 된 일본 친구 Keiko를 통해 Mibuna, Mizuna, Komatsuna같은 야채를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보니 한국에서도 이 야채들을 쌈채소로 제법 많이 기르는 것 같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전 한국에 가면 꼭 종로4가에 놀러가요. 거기가면 종묘상들이 잔뜩 있어서 요즘 한국사람들은 어떤 야채씨들을 텃밭에 많이 심고 있는지 한 눈에 둘러 볼 수가 있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종묘상들이 몇 년 전 보다 많이 줄었더군요. 옛날처럼 많이 팔리지 않는데다가 인터넷으로 야채씨들을 사서 그렇다고 그러더군요. 왠지 제 놀이터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기는 힘들겠지요…

여하튼 이 이름도 낯선 일본 야채들은 다른 한국야채들과 같이 쌈, 회덮밥, 샐러드, 생채들로 잘 어울려요. 그냥 상추만 넣으면 밋밋하기 그지 없는데, 같이 먹으면 좋습니다. 제 생각엔 사랑은 국경이 있어도 야채는 국경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 그래서 오늘은 제 텃밭의 단골인 세 종류의 일본에서 온 야채들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1. Mibuna (미부나)

잎 모양은 긴 스픈모양으로 생겼고, 계속 자라도록 놔두면 폭배추 만한 사이즈로 자라는데, 어릴 때는 쌉싸름한 맛이 거의 없어서 생으로 먹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더위속에서 커가게 되면 쓴맛과 섬유질이 강해집니다. 첫 해 이 미부나를 기를 땐 어릴 때 먹어야 하는 것을 모르고 크게 키워서 먹었더니 쓴 맛이 너무 강하고 질긴 것이었어요. 실망을 했지요. 하지만 제가 누군닙까. 전 맘에 안드는 야채도 꼭 3년을 키워야 포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결정적인 이유론 씨가 너무 많이 남아 있었구요. 혹시나 해서 두 번 째 해는 일찌 감찌 수확을 해서 상추랑 같이 쌈으로 싸먹었지요. 어찌나 맛이 좋던지….ㅎㅎ. 이젠 꼭 기르는 야채가 되었습니다. 너무 커져서 쌈이나 샐러드로 먹지 못하게 되면 살짝 데쳐서 그냥 양념에 무쳐 먹습니다. 물론 쌉싸름한 맛이 강하지만 아삭거리며 씹히는 것을 남편이 좋아라 한답니다. 다른 봄 야채에 비해 그나마 꽃대를 올리는 것이 약간 늦어 초여름을 지나서 까지 수확이 가능합니다. 크게 자라서 김치로 담구면 쌉싸름한 고들빼기잎들과 맛이 비슷할 것 같기도 합니다.

2. Mizuna (미주나)

Mizuna는 한국에선 경수채나 교나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미부나처럼자라는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심고 한 달 정도면 수확이 가능합니다. 쓴맛은 없고 연한 무우의 잎의 맛과 비슷합니다. 생채나 샐러드 쌈채로 좋고 고기랑 같이 살짝 스터프라이해서 먹어도 좋은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열무처럼 물김치를 담구어 먹어도 좋은 것 같아요.

3. Komatsuna (코마츄나):

Komatsuna는 생긴 것과 맛이 청경채랑 갓의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한 것 같아요. 여기 미국사람들은 시금치 대신으로 여름에 기르는 것 같습니다. 잎은 손바닥보다 더 크게 자란답니다. 전 상추처럼 샐러드로, 쌈으로 싸먹고 좀더 크면 갓처럼 김치를 담구어 먹기도 한답니다. 시금치처럼 요리한다고 하는 구절들이 많이 붙는 것 보면 데쳐서 나물처럼 요리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재질이 부드러워서 살짝만 데쳐야겠지만요.

이 일본 야채들은 심고, 기르고, 요리해 먹는 방법들이 얼갈이 배추나 청경채랑 많이 비슷합니다. 셋 다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심고 30-40일 정도 되면 벌써 수확을 할 수가 있구요. 봄엔 3월초랑 4월초 사이에 심으면 됩니다. 추위를 아주 잘 견뎌 봄에 자라 나올 때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도 끄떡 없습니다. 하지만 자라는 동안 영하의 온도에 노출이 되면 배추나 무우처럼 일찍 올리는 꽃대를 성향이 있습니다. 제 해결 방법은 일찍 심어서 꽃대 올리기 전에 빨리 빨리 수확해서 먹어치우는 작전입니다 ㅎㅎ. 원래 먹는데는 장사 없는 법! 가을엔 저 처럼 8월과 9월 초 사이에 심으면 됩니다.수확 방법은 상추처럼 바깥 잎들을 계속 따거나 통째로 수확해도 됩니다. 너무 크게 키우기보단 어릴 때 수확해서 요리하는 것이 훨씬 더 맛이 좋아요.

일본 야채들라서 그런지 일본야채 씨들을 전문으로 하는 Kitazawa에 가면 다양한 품종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미국회사들에 가도 이 야채씨들을 아주 쉽게 살 수 있구요. 몇 년 되면 홈디포 seed rack에서도 이 야채씨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미래엔 한국 특유의 야채 씨들도 이렇게 쉽게 사게 될 것입니다. 그럼 신나겠지요? 음식처럼 야채도 세계를 돌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