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들빼기는 내가 어릴 적부터 보고 자라던 식물이니, 내겐 꽤 친근하지만 왕고들빼기는 나에겐 낯선 식물이다. 처음 몇 년은 ‘왕’자가 괜히 붙었겠나, 뭔가 고들빼기랑 달라서 붙었겠지, 생각하면서, 두 식물의 다른 습성을 이해하려했다. 어쩌나 저쩌나 해도 둘 다 김치담가서 먹는데는 비슷했고, 또 다른 이유론, 찾아보기 귀찮아서 한 해 두 해 미루다가, 올초에 드디어 정체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내가 알고 있던 왕고들빼기는 왕고들빼기가 아니라, 용설채라는 약간 다른 식물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왕고들빼기나 용설채나 둘 다 왕고들빼기속 (Lactuca)과 종(Lactuca indica)에 속한다. 이 둘은 꽃모양과 꽃색이 거의 구별이 안될 정도로 비슷하지만, 왕고들빼기의 잎들은 민들레잎보다 더 심하게 갈라져 있고, 용설채는 갈라짐이 거의 없다. 왕고들빼기는 한국토종이고, 용설채는 중국에서 들어온 왜래품종이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한국에선 용설채는 왕고들빼기의 다른 품종 내지는 변종 차이로 간주된다. 어떤 사람들은 왕고들빼기랑 용설채랑 이름을 구별없이 같이 쓰기도 하고.... 재미있는 것은 상추도 왕고들빼기랑 같은 속에 속한다. 아 그러고보니, 상추꽃도 야들과 비슷한 것 같다.ㅎㅎㅎ
여하튼, 잎모양을 보건데, 내가 기르고 있는 왕고들빼기는 한국토종의 왕고들빼기가 아니라 용설채라는 것이 내 요지다. 요즘 이 용설채가 한국에선 쌈채소로 상당히 각광받고 있는 고급야채라고 그러는데, ㅎㅎㅎ, 내 일념때문에 진짜 득받다!
[고들빼기]
[용설채]
용설채는 고들빼기랑 똑같은 요리에 사용할 수 있고, 고들빼기에 비해 추위를 견디는 능력이 좋아서 한겨울에도 수확이 가능하며, 또한 꽃대를 늦게 올려서, 여름까지 수확기간이 꽤 길다. 그러니, 초봄과 늦봄 두 철에만 캐먹을 수 있는 고들빼기에 비해 훨씬 더 실속있는 나물이 아닌가 싶다.
님의 블러그 때문에 밖에 나가면 잡초들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 지금 있는곳이 시드니있대 해안암벽을 따라 졸졸 물이 흐르는 곳에서 뉴질랜드 스피니치가 잔뜩 자라구있더라구요. 뜯어서 향을 맞아보니 풀향이 나긴하던대...
ReplyDelete물냉이들도 무성이 자라구, 남편이 하두 아무거나 먹으려 하지말라고 구박아닌 구박을해서 그냥 왔지만 그걸 알아보았다는게 내심 잼나던걸요. 솔직히 아직까지 누군가 그게 그거다라고 말해주기전까지 먹을 엄두가 안나긴해요. 더 많이 배워야하나봅니다
멜번 텃밭지기님, 뉴질랜드 스피내치가 야생한다구요? 와..... 저도 이 야채를 길러요. 여름에 뜯어다가 나물로 먹거든요. 강한 향이 없고, 좀 억센듯 하지만, 약간 오래 데쳐서, 된장소스에 버무려먹거나, 라쟈니아에 시금치대신에 넣으면 먹을만해서요.
ReplyDelete그리고 야생에 자라는 물냉이를 알아보시는 것을 보면, 눈썰미가 좋은거 맞아요. 모두들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워가죠. 저도 그렇거든요....하나 씩 하나 씩. 혹시 해변가에 sea kale도 자생하고 있나 살펴봐주세요. 거기라면 이 애도 자생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전 이 식물을 몇 년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어요. 한 번 길러보고 싶은 맘에... 원래 영국해변지역에서 자생하던 애들인데, 그곳이 영국식민지였으니, 어쩌면, 하는 생각이드네요.
저도 고들빼기류에 관심이 참 많아요. '용설채'란 이름이 있었군요. 님께서 말씀하신 용설채는 잎도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상추처럼 연하고 맛있어서 저도 즐겨먹고 있답니다.
ReplyDelete나물사랑님 텃밭에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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