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예쁘게 자라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벌레들이 건들고 그 자리에 진물이 나와서 밉기가 그지 없습니다. 실망! 실망! 도데체 어떤 벌레들이 건들었을까 싶어서 째려보고 있는데 이렇게 생긴 벌레 한 마리가 눈에 보였습니다. 통 옆에 놔두었더니 붙잡고 마치 나무 가지처럼 꼼짝도 않고 위장하고 있습니다. 이 애들이 제 매실들을 다 건들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벌레들일까요? 내년엔 매실이 자랄 때 꼭 지켜볼 것입니다.

지금까지 매실이 이렇게 기르기 힘든 지를 진짜 몰랐답니다. 실망스럽기 그지 없지만 벌레먹은 자리를 도려내고 매실주랑 매실장아찌를 담기로 했습니다. 제 매실이 자랄 때 절 부러워 하신 분 많죠? 전 지금 이런 벌레들이 없는 곳에서 이쁜 매실들을 따고 계실 분들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후기: 매실을 수확한 날은 흠집난 매실들을 보고 대단히 실망했더랬습니다. 하지만 막상 매실차를 담을려고 씻어서 벌레먹은 듯한 자리들을 칼로 도려내보니 그 안에 벌레가 들어있거나 그런 것이 아니고 상당히 깨끗했습니다. 아무래도 매실들이 벌레가 건들면 끈끈한 액을 내거나 반응해서 검게 변해 이렇게 흉물스럽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차를 한 단지 담고나선 기분이 많이 좋아졌고 매실물 우려낸 매실들은 고추장 장아찌 담글것입니다. ㅎㅎ 남편은 제 옆에서 매실주를 담그느라 헤헤거리며 좋아하고 있고, 그런 우리 두 부부를 바라보는 아들은 우릴 그저 한심한 눈으로 보며 지나칩니다. 얄미운녀석…나중에 매실차 한 숟갈도 안준다. 울 아들은 매실차 귀신이거든요. 달콤한 복수를 꿈꾸니 기분 짱!입니다.
**노랗게 변한 매실을 먹어보니, 자두 보단 살구맛에 더 가까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