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1, 2009

앵두의 추억을 떠올리며

한국말 중 ‘앵두’ 만큼 이쁜 이름도 드문 것 같다.
3년 전에 오레곤에 위치한 One Green World라는 Nursery 를 인터넷에서 찾아냈다. Edible Fruit Trees들을 많이 취급한다고 해서 호기심이 동해 카탈로그를 보내달라고 했다. 보내온 카탈로그를 보다가 깜짝 놀랐던 것은 거기에 앵두나무가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두말없이 한 그루를 주문했다.

체리를 크게 sweet 한 종류와 sour (신맛이 강한) 두 종류로 나누는데, 앵두는 sour cherry 중에서도 nanking cherry 의 한 품종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nanking cherry랑 달리 앵두는 자가수분이 가능함으로 굳이 여러 그루를 심을 필요없이 딱 한 그루만 심어도 열매를 맺는다.

보통 인터넷으로 주문한 나무들은 월동(Dormancy)상태로 흙이 없이 뿌리 부분이 젖은 신문지에 둘둘말려서 오는데 이 앵두나무는 화분에 심어진 상태로 왔다. 거의 2 feet 길이로 잎들도 많이 달려있고 상당히 건강해 보였다. 특별한 주문이 없으면 인터넷Nursery들은 보내는 지역의 기후를 고려해서 마지막 서리가 지난 후에 나무들을 보내주는 것이 보통이다. 오자마자 삽들고 나가서 화분의 두 배 정도 깊이로 파서 심고는 흙을 덮어 주고 발로 살살 밟아 준 뒤 물을 잔뜩 주었다.

그리고 알뜰 살뜰 보살핀지 3년이 지났다.

어김없이 앵두꽃들이 이 2월 말에서 3월 초에 아주 화사하게 피어 났다. 너무 추워 곤충도 없을 때라서 열매가 하나도 안맺으면 어쩌나 했는데….

짜잔! 아주 많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잎새들 뒤에 몰래몰래 숨어서 익어가고 있는 빨간 앵두들이 내 어릴 적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앵두들을 달겠지 하는 기대심과 함께.

딱 깨물면 새콤하게 전해오는 그 짜릿한 맛, 어릴 때 느끼던 그 추억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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