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에 어디서 날라 왔는지 잎들이 둥근 질경이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신기해서 그냥 꽃이 피고 씨가 맺어서 떨어지도록 놔두었다.
잎이 길고 가느다란 질경이는 많았는데, 덤보가 좋아해서, 늘 따다가 주는 바람에 웬지 덤보 밥인 것 같아서, 요리에 쓸 생각은 안하고 있었는데, 한국질경이 같이 잎이 넓은 종류는 왠지 꼭 요리를 해서 먹어보고 싶어졌다. 거기다가, 작년 크리스마스때 후배가 장아찌 만드는 책을 보내주었는데, 그 책속에 질경이로 장아찌 만드는 법이 들어 있어서 나도 한 번 질경이로 장아찌를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아직 질경이를 먹어본 경험이 없어서, 도데체 질경이 맛이 어떤가 궁금해서 초봄에 연한 잎들은 따서, 상추랑 같이 쌈으로 먹었는데, 그리 질기지도 않고 썩 괜찮았다. 용기를 내서 이번에는 보는데로 캐서 장아찌를 만들었다. 책에서는 한 번 데친 뒤 말려서 장물을 부어 삭힌다고 그랬는데, 잘 삭힌 질경이라도 상당히 질기다고 되어 있었다. 근데, 왜 질경이 장아찌가 질길까? 더 질겨보이는 깻잎도 장아찌로 만들면 그리 질기지 않는데…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그렇게 질기면 별루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책을 따르지 않고 그냥 내맘대로 만들기로 했다.
[내맘대로 질경이 장아찌 담그기]
- 질경이들은 잘 씻어서 널어서 물기를 잘 뺀 뒤, 유리병에 켜켜로 넣었다.
- 작년에 만들었던 릭장아찌가 맛이 좋았던 지라, 그 릭장아찌 만들었던 장물을 따라 부어서, 물과 간장, 식초, 설탕을 약간씩 더 넣은 뒤 팔팔 끓였다.
- ,팔팔 끓는 장물을 유리병에 바로 부어준 뒤 뚜껑을 꼭 닫고, 실온에서 1주일 정도 둔 뒤, 냉장고에 보관했다.
한 달 정도 지난 뒤 떨리는 맘으로 꺼내 먹었는데…으하하하…질기지도 않고, 맛이 꽤 좋았다. 장물의 비율을 정확히 모르는 것이 억울할 정도로…
손님들이 올 때마다 상에 올리고 어떤 야채인지 알아맞추기 게임을 했는데, 그 걸 맞춘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먹어보고, 한국에서 고기먹을 때 싸먹으라고 나오는, 산마늘 장아찌랑 맛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했다. 나야 물론 산마늘 장아찌를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고.. 많이 만들었던 관계로 여러 분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모두들 좋아했다. 내 맘대로 담근 올봄의 질경이 장아찌는 대성공이었다. 그래서 요즘 질경이들을 보면서 이번에는 데쳐서 무쳐 먹어 볼까 유심히 쳐다 보고 있다. 하하하 이러다가 질경이 씨말릴까 염려된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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