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16, 2012

작년 김장의 추억

김장을  해보는 것이 소원중의 하나였다
김장이 좋다고 소원씩이나

작년 초봄에 중고 김치냉장고를  
네통의 김장김치도 같이 왔었는데
덕분에 김치찌개, 두부김치, 김치볶음밥, 김치비빔면 ….
그야말로 뽀지게 김치요리들을 해먹었다.  

김치를 사먹을
김치찌개도 아까와서 끓여먹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질리도록 맘껏 김치요리를 해먹으면서
역시 뼈속까지 한국인이란 것을 절감했었다.

그래서 김장을 해보고자 맘 크게 먹고, 
내켜하지 않는 남편을 졸라서 
아틀란타까지 가서 배추 박스, 무우 박스를 사왔다.
왕복 8시간이 걸리는 거리라서
일년에 한 번 갈까말까 하는 아틀란타까지 가서 
김장재료를 사오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지만 
김장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마누라의 간청을 
이기지 못하고 들어  것이다
 
박스엔 배추가   3중간 사이즈 3작은  3 
이렇게 모두 9개가 들어 있었다
무우는  것으로 15 정도 들어 있었다.  
가끔 조금씩이나 김치를 담구어 먹는지라 
누워서 떡먹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추를 절이는 것도 힘들어서 이틀을 절절맸다.
 양이 너무 많은지라
제대로 절이질 못해서 하루 반동안 걸리고
좁은 씽크에서 씻는 것만도 힘들어서 3를 넘겼다
거기다가 속재료를 다듬어 만들고 버무려서 담는데 
또 하루가 꼬박걸렸다.   
맛난 김치고 뭐고
그저 김장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피곤함에
난장판인 부엌을 제대로 치우지도 못하고 쓸어지면서 
남편보고 
내년에 내가 또다시 이런 짓을 하겠다고 그러면 
제발 말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김장하고 지나서 남편이 자랑을 했던지 
남편친구분이 김장을 담구었으면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하긴 울남편도 김장한 것이 처음이었으니...
어찌하나 정말로 창피한 김장인데
어쩔수 없이 내키지 않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김장김치를 싸서 주었더니
배추가 숨이 안죽어서 걸어 나오겠단다. 흐이구

이렇게 어렵싸리 김장을 하고
한달은 김치를 꺼내먹기가 겁났다
김치통을 열자마자 덜 절인 배추들이 
나좀 살려달라고 나올 것 같은 불안함과 
맛없음 저많은 김치를 어찌할꼬 뭐 이런 불안감이 
나를 엄습했기 때문이다.

[후기]
김장을 한 것이 작년 12월이었다. 어찌나 힘들게 김장을 했더니, 끝내고 한 일주일은 몸살을 앓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들만 봐도 고개가 절로 돌아 갈 정도여서 포스트하지 않고 있었는데, 요근래 신나게 김치요리를 해먹고 있어서 그런지 일년에 한 번 앓는 김장몸살이라면 까짓것 또 하지뭐 이런 무시무시한 생각이 차츰 머리를 들고 있다맛이 없을듯 했던 김치들이 익고나니 맛이 그런데로 들어서 김장을 했다는 내 자신이 너무 대견하기까지 한  것이다.  3달 지난 지금, 작년 김장하던 일이 벌써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배추김치를 5통이나 담근 것 말고, 동치미 두 통, 갓김치 한 통, 깍두기 1통을 담구었는데, 아직 2월 중순인데 벌써 그 김장김치의 절반 정도를 먹어치웠다. 식구도 딱 3명 뿐이고, 우린 김치를 그리 많이 먹는 가족들도 아닌데물론 조금 퍼주긴 했지만 그거야 조족지혈이었고. 이러다가 봄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김치통들도 바닥을 드러낼 것 같아 아쉽기조차 하니, 이 갈대같은 내 맘을 어이하면 좋을까. 왜 한국의 여인네들이 몸살까지 앓으면서 김장을 하는 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2 comments:

  1. 블로그 항상 잘 보고 있어요.
    저도 미국에 살아서 유용한 정보들 감사 드립니다.
    저도 김치 담는것 좋아 하는데 저희집에서는 김치 먹는 사람이
    저 뿐이어서 많이 담을 필요가 없는데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한박스 며칠전에 담았어요.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눠주고 싶어도 아는 사람도 없고
    님이 가까이 살면 정말 나눠 드리고 싶어요.
    한번쯤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댓글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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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치담고 싶은 유혹....그거 너무 커요.
    고생할 것 알면서도...
    근데 김치는 못담구어도 버리는 것 없이 먹게되더라구요.

    댓글 남겨주셔서 고마워요.
    새로 이사간 곳에서 친구들도 생기고 빨리 적응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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