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지기의 가장 큰 고민들 중엔
잘 키우는 것도 있지만,
어떻게 요리해 먹느냐도 있다.
시장에서 사오는 야채처럼
한 번 요리해 먹고 끝나면 좋지만,
텃밭에서 키우는 야채들은
한 번 수확하고 끝나주는 것이 절대로 아니기에
한 두 번 요리해 먹을 땐 무지 행복하다가
3 번 4번 째 연달아 수확해 올 땐 살짝 걱정이 된다.
특히 나를 비롯해 울 가족들은 모두 입이 무지 짧기에...
같은 요리 또 하면 젓가락질이 뚝 그친다.
그러다보니
요즘 걱정거리는 겨울텃밭에서 잘 자라는 열무이다.
심을 땐 안자랄까 걱정되서 늘 2배로 심게되는데
뿌린 씨앗들이 모두 잘 자라주면 처음엔 만세를 부르다가
곧 후회모드로....
그냥 뿌리채 캐버리면 쉬이 없어질테지만,
또 그렇게 하기는 싫고,
겉의 잎들을 따주는 식으로 수확하기에
일주일 있다가 가 보면 또 그대로 자라 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샘같아서,
한편으론 좋지만 요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선
밑천이 금방 떨어져버린다.
그래서 맨날 애들로 뭘 요리해서 먹지?
가 끊이지 않는 나의 고민거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진 열무잎 수확하면
데쳐서 된장, 간장, 고추장등 다양하게 무쳐먹고,
된장국에 넣어서 먹었는데, 이젠 서서히 질리기 시작했다.
어제도 동해피해가 올까봐서
미리 한 바구니 따놓은 열무 잎들을 보면서
오다 가다 째려보다가,
이번엔 인도식으로 해보자 생각했다.
열무잎들을 대강 잘게 다지듯이 썰어서
튀김가루 넣고 물 넣고 걸쭉하게 버무린 뒤
예전에 인도 그러서리에서 싼 값에 잔뜩 사왔던
인도 향신료들을 꺼내다가
Cumin, Cardamon, Curry, Turmeric 가루들을
1 teaspoon씩 무작위로 투여했고,
약간 무른 반죽이라서 숟가락으로 뚝뚝 떠서 튀겼다.
향이 강한 향신료들을 여러가지 마구잡이로 넣어서
먹기 거북하면 어쩌나 걱정을 약간 했드랬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입짧은 우리 식구들 모두 좋아했다. ^^
내가 처음 영감을 받은 것은
Indian Spinach Ball이라는 요리인데,
난 내맘대로 열무잎으로 했고,
튀겨놓으니 열무잎 냄새도 없고 맛있었다.
인스턴트 카레 가루 넣어서 해도 무방할 듯...
여기서 반전 투척!
내가 영감을 받은 레시피의 사진은
바로 이랬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