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에 씨앗을 발아시켜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자라는 속도가 너무 더뎌 밖에 옮겨 심지 못하고 그냥 집안에서 기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애네들 햇빛을 너무 적게 쬐고 있는 것 같아 하면서 실컷 햇빛을 쬐라고 뒷 덱에 내놓고 출근을 했다. 그날
하필이면 오후에 천둥과 번개까지 동반한 비가 심하게 내렸다. 와서 보니 화분이 놓여있던 컨테이너안에 물이 가득 고이면서 화분 흙들을 밀어 올리면서 어린
만삼싹들을 모두 삼켜버린 것이다. 싹이 스무 개 정도 되었는데 모두 압사 익사당한 것 같아서 우울해 하다가 그래도 혹시나 하고 화분의 물을 빼고 다시 부엌 창가에 올려 두고 보기를 몇 일… 다행히 세 그루가 살아주었다. 그 후론 절대로 밖에 내놓을 엄두도 못내고 옥이야 금이야 집안에서만
키우고 있다.
가을이 되어서 태양의 고도가 점점 낮아져 유리창으로 들어 오는 햇빛이 더 많아진 요즘 갑자기 발디딤을 하듯이 자라고 있어서 자랑하고픈 생각이
스멀스멀. 난 영낙없이 팔불출인겨... 솜털 뽀송뽀송한 어린 잎들이 송글송글 달린 것이 여느 화초들보다 예뻐서 약간 더 커다란 사이즈의 화분으로 옮겨주었다.
이제는 한 뼘 정도로 자랐는데, 냄새를 맡아보면 더덕같은 향이 조금 있다. 생긴 것은 더덕이랑 영 딴판인데… 가끔 설겆이 하다가 눈들어 보면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만삼이라는 약초가 여느 화초보다도 더 예쁘게 이렇게 내 부엌 창가에서 얌전히 자라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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