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 쑥을 어떻게 하면 잘 길러볼 수 있을까 이런 고민 같은 것은 전혀 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타국에 살고 있는 지라 난 이런 고민을 해야만 했다.
어쩌면 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더 많이 있을 지도 몰라서 나의 쑥 기르기 경험담을 이 곳에 올리기로 했다. 쑥은 미국에서도 자생하는 곳이 많이 있단다.
솔직히 말해 자생을 원래부터 하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한국사람들이 씨를 뿌려 야생화시킨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만큼 쑥은 자생능려과 번식능력이 뛰어 나기 때문이다.
쑥은 그야 말로 한 번 뿌리를 내리면 그 주변을 쑥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만큼 기르는데 조심을 해야한다. 동물들만 아니라 번식 능력이 뛰어난 외로종의 식물들도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율이 엄격한 동네에 사는 분들은 아주 큰 화분을 사다가 양지 바른 곳에 놔두고 그 안에서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쑥대가 올라오며 잘라서 쑥씨가 번지지 않게 하는 것도 필수이다. 쑥은 한 번 정착이 되면 씨보다는 뿌리로 번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쑥대가 오르지 못하게 하면 뿌리로 번식하는데 힘을 더 쓴다.
난 두가지 방법으로 쑥을 기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동네 한국 어르신 네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쑥을 기르시고 있는 분들이 많았다. 역시 장하신 한국인 어르신 네들이다. 한국이 그리워서 한국 나물들을 미국땅에 심기 시작하신 분들. 나의 정서도ㅍ세대차이를 껑충 뛰어 넘어서 이분들과 닿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봄에 싹들이 푸릇 푸릇 올라 오기 시작할 때 쑥 두 그루를 흙과 같이 삽으로 푹 파서 비닐봉지에 담아 와서는 울타리 옆의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옆집으로 번져가면 어쩌려구요? 울타리 바로 넘어서는 옆집의 콩크리트 드라이브 웨이가 있어서 땅속으로 펴져 나가지 못할 것이다. ㅎㅎ.
옮겨 준 첫 해는 비실 비실 겨우 살아 남더니 다음 해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무더기로 솟아 올랐다.
아마도 첫 해는 뿌리를 키우느라고 바빴나보다. 이래서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속을 판단하면 안된다고 그러나? 올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진짜 추웠는데 3월 초순 밖에 안되었는데도 이렇게 많이 자라 나왔다. 옮겨 심고 다음 해에 수확이 가능한 것이다. 내일 아침에 바구니 들고 나가서 캐올 것이다.
작년에 호기심이 발동해 쑥씨를 인터넷으로 샀다. 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신기하게도 쑥씨를 파는 곳들이 있었다. 일본이름인 요모기(Yomogi)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여기 미국 사람들은 쑥을 Asian Herb 나 약용식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쑥씨를 실내 발아시키기
1. 플라스틱 화분에 화분용 흙 (Potting Soil) 을 사서 넣은 다음 물을 주어서 흙을 골고루 적셨다 .
2. 쑥씨는 진짜로 작다. 그래서 씨를 눈으로 확인하고 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집어서 쑥씨를 흙위에 골고루 흩뿌렸다. 그 위에 흙을 살짝 흩뿌려 어떤 씨는 흙에 덮히고 어떤 씨는 안 덮히게. (솔직히 말해 덮히는 것이 좋은 지 아닌지를 몰라서 둘 다를 한 것이다).
3. 투명한 플라스틱 뚜껑을 그 위에 덮어 주었다. 내 생각엔 랩을 씌우고 구멍을 몇 개 뚫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4. 홈디포에서 산 작은 heating mat (화씨70도 를 유지) 위에 올려 놓았다. (솔직히 이렇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5. 2주가 지났는데도 발아를 할 생각을 안해서 혹시 강한 빛이 있어야 발아를 할 수 있나 싶어서 책상용 형광등을 뚜껑에 딱 닿게해서 비쳐 주었다. 신기하게도 빛을 비쳐주기 시작한 지 일 주일 정도 지나니 흙표면이 푸르스름해 보였다. 습해서 곰팡이가 슬었나 하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너무나도 작은 싹들이었다. 씨가 작아서 그런지 싹도 엄청 작았다. 처음 싹을 본 날 눈물이 나올 정도 였다. 그 정도로 감격적이었다. 이로써 난 책상용 형광등 하나를 작살냈고 쑥씨가 발아하는데 빛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누가 알았을까?
6. 싹이 조금 더 자라서 큰 화분으로 옮겨 준 뒤 낮에는 밖에 내다가 햇빛을 쬐주고 밤에는 안으로 가져 들어오기를 반복 하다가 3월 중순에 아주 밖에다가 옮겨 심어 주었다. 그리고는 바빠서 자주 들여다 보지 않았더니 여름이 되기 전에 많이 죽고 한 5 그루 정도가 살아 남았다. 추위에 죽기보다는 물주기를 좀 게을리 해서 죽이지 않았나 싶다. 여기는 봄 부터 시작해 여름까지 굉장히 건조하다.
실내 발아는 확실히 힘들었다. 거기다가 엉뚱한 실험 정신과 끈기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실내 발아에 실패를 했을 것이다. 혹시 발아를 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 화분에서 더 많이 길러서 옮겨 심을 것을 권장하고 싶다. 나도 그렇게 했더라면 더 많이 살렸겠지만 이미 첫 번째 방법으로 번식에 성공한 지라 악착을 떨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렇게 쑥 기르는 이야기를 쓸 줄 알았으면 사진들을 찍어 둘 것을 그렇게 못한 것이 많이 후회 된다. 두 방법을 다 시도해 본 결과 내가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역시 한국어른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이미 정착이 되어있는 쑥을 얻어 기르는 것이다. 이런 저런 방법도 여의치가 않아도 너무 부러워 하지는 말라. 가끔 한국 그로서리의 냉동섹션에서 얼려져 있는 쑥을 보았다. 이걸 보면서 조그만 더 기다리면 생쑥을 사서 먹을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근데 이렇게 미국에서 기른 쑥들이 한국 쑥들 처럼 향이 강하지가 않다는 것을 아는가? 분명 한국 쑥들에서 시작했을 텐데 왜 향이 이렇게 약한 것일까? 진정 토향이 달라서 그런가? 신토불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가? 거기다가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중국에서 유자를 가져와서 한국 땅에 심었더니 탱자가 되었다는 믿기 힘든 옛날 속담을. 이 경우는 신토불이의 반대지만. 기후 만큼이나 흙도 식물들이 자라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는 말인 것 같다. 여하튼 토양과 기후가 달라서 쑥향을 강하게 내지 못하나 싶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향이 약간만 더 강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어찌 인생에서 모든 것을 갖을 수 있으랴.
쑥넣고 끓인 된장국
뒷 마당에 키우고 있던 쑥을 두 줌 캐왔어요.
잘 씻어서 물기를 뺀 뒤 두부 넣고 끓이던 된장국에 넣고 한 번 더 끓였다.
향은 그리 강하지 않지만 너무 맛있다.
Winter Carrot Sides
5 hours ago
쑥은 곰이 먹고 인간이 됬다는 전설의 신비의 약초죠. 근데 사람이 많이먹고 다시 곰이된 경우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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