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5, 2009

근대 (swiss chards)

난 근대를 무척 좋아한다.
한 두 그루만 있어도 1년 내내 수확할 수 있고 추위도 잘 견디지만 더위도 엄청 잘 견뎌내는 4계절 야채라서이다. 한국에서는 한 종류의 근대가 거의 다 지만 여기 미국에서는 근대 종류가 상당히 많다. 잎 색깔도 여러 종류이지만 대 색깔은 더더욱 다양하다. 노란색, 분홍색, 오렌지색, 빨간색, 검붉은 색, 하얀색. 아래 사진으로 알아보기 힘들지만 작년엔 분홍색, 붉은색, 주황색 대를 가진 근대들을 길러 보았다. 텃밭이 다 환할 정도로 너무 예뻣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크게 자라고 (2 feet 정도로 큰다), 왕성하게 자라는 것이었다. 도저히 다 수확해 먹을 수가 없어서 나누어 주기 바뻤다. 근데 이렇게 총천연색의 근대를 한국 사람들이 그리 좋아 하지 않더라고요. 물론 신기하기는 하지만 괜히 색깔들이 요란하니 불량 식품 같은 그런 느낌. 불량근대? ㅎㅎㅎ

그러다가 어느 가드닝센터에서 Perpetual swiss chard 종류를 발견했다. 대가 작은 것이 내 맘에 쏙 들었다. 한국에서 보았던 근대랑 많이 비슷한 것 같아서. 거기다가 한국에서 백경근대를 보내 왔다.

근대는 발아 온도가 덜 까다롭다. 낮은 온도에서는 발아 속도가 낮고 온도가 높아지면 발아 속도가 빨라지기는 하지만. 근대는 2년생 야채이다. 첫해에는 꽃 대를 올리지 않지만 겨울을 난 다음 해에는 꽃 대를 올려서 씨를 맺는다. 난 근대를 일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심는다. 2월 중순 경에 작은 화분3 개에 흙을 담고 씨를 하나 씩 심는다. 근대씨는 씨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가 한꺼번에 붙어 있어서 도깨비 방망이 같아 보인다. 그래서 하나를 심어도 싹이 2-3 개씩 한 꺼 번에 돋아나온다. 좀더 자라면 싹을 하나만 남기면 된다. 심심하면 그냥 다 놔두어서 어떻게 되나 보아도 좋고...싹이 돋으면 Deck의 양지 바른 곳에 그냥 내 놓았다가 밤이 아주 추우면 안으로 들여 놓지만 왠만하면 그냥 놔둔다. 실내에서 발아를 시키면 발아 속도가 빠르고 발아율도 좋지만 햇빛 부족으로 웃자라게 되어서 싹이 다 돋기도 전에 밖에다가 내놔서 햇빛을 주기 시작한다. 너무 웃자라면 텃밭에 옮겨도 적응을 잘 못한다.

3월 초에 화분의 흙채로 텃 밭에 옮겨 심는다. 심고 나서는 물을 잔뜩 주어야지 적응을 빨리 한다. 올해는 실내 발아를 포기하고 그냥 3월 초에 바로 땅에 심었다. 1 센티 깊이로 10 개 정도 심었는데, 싹이 어느 정도 자라면 씩씩한 4-5 그루만 놔두고 나머지는 비빔밥으로 또는 쌈싸먹을 때 얹어서 같이 먹을 것이다. 온도가 낮으면 싹이 트는 속도가 느리져서 2-3 주 기다려야 싹을 볼 수 있을 것이다.

8월 중순에서 9월 중순 사이에 다시 한 번 양지 바른 곳에 씨를 직접 심는다. 봄에 심을 때는 되도록 응달에 심어서 여름 땡볕을 피하는데 가을에 심을 때는 되도록이면 양달에 심는다. 싹이 터서 조금 자라다가 어린싹 상태로 겨울을 나게 된다.

그러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위의 사진은 3월 초에 찍은 사진이다. 몇 주만 지나면 크게 자라서 수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월만 지나면 겨울을 난 근대는 꽃대를 올리기 시작한다. 꽃대를 생기는데로 자르다가 새 봄에 심은 근대들이 자라 나오기 시작하면 오래 된 근대는 그냥 뽑아 버린다. 물론 씨를 얻고 싶으면 한 그루 정도 놔 두겠지만. 내 생각엔 야채는 심을 때도 중요하지만 치울 때도 중요한 것이다. 안그러면 가든이 너무 지저분해지니까.

이른 봄에 나오는 근대는 여름에 수확하는 근대 보다 훨씬 부드럽고 색도 연하다. 된장국에 넣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 듯이 감칠 맛이 돈다. 살짝 데쳐서 쌈을 싸먹어도 너무 맛이 좋다. 같은 야채인데도 계절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신기하지 않은가? 봄나물이 귀한 이곳 미국에서 이른 봄 부터 나오는 근대는 봄나물 대신에 우리집 밥상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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