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겐 좀 낯선 야채지만, 미국 그로서리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야채중에 하나가 바로 watercress (물냉이)이다. 이 낯선 야채를, 몇 년간 호기심의 안테나를 잔뜩 올리고만 있다가, 이젠 한 번 길러보기로 맘을 먹었다. 이 야채는 Zone 3 이상에선 Cold Hardy로 추위에 엄청 강하고, 흐르는 물에서만 잘 자라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고 한다. 뭐 이런 야채가 있담 하면서도 슬금슬금 이 야채를 한 번 길러보고 싶어져서 일단 두 단을 사왔다. 사오자 마자 이렇게 물에 담구어서 햇빛 잘드는 창가에 두었다.
하루 지나서 물을 갈아주는데, 물이 이만 저만 더러운 것이 아니었고, 겨자식물 특유의 톡쏘는 냄새까지 났다. 이렇게 고인 물을 더럽히니, 이 물냉이는 흐르는 물에서만 자랄 수 있는 걸까? 자기가 더럽힌 물에서 살 수 없어서? 어쩌면 가장 인간스럽게 지저분해질 수 있는 나물이 바로 물냉이? ㅎㅎㅎ 매일 물냉이가 더럽힌 물을 갈아 주기 3일, 물 속에 잠겨 있던 마디 마디들에서 뿌리가 내린 것이 보였다. 이 야채도 미나리나 라우몽처럼 역시 뿌리를 빨리 내렸다.
뿌리가 내리기 시작하니 새 잎들이 자라 나오고 키가 뿍 커졌다.
이제 기르기 시작한 지 2주일 정도 되었고, 매일 물 갈아주면서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지만, 더이상 물갈아주기 싫어서(?) 냇가에 심어 주기로 했다. 어짜피 나쁜 일은 셋 씩 같이 온다고 하니, 미나리와 라우몽에 이어 셋을 채워주기로 했다. 내 야채 먹어치우는 이름도 모를 그 짐승에게 먹을 것을 더 갖다 바치는 것이 되든지 말든지…
냇가의 가장자리에 몇 가지 씩 잔돌들로 눌러주었다.
지난번 미나리와 라우몽의 아픈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한꺼번에 심지 않고 분산작전을 쓰기로 했다.
이렇게 심어준 물냉이들이 잘 자라 줄 것인지는 이제 지켜보면 알 것이다.
심어 주고 난 지 일주일 후…
아직은 야생동물들이 건든 흔적은 전혀없고, 실내에서 자라서 비실비실하던 줄기들이 많이 굵어져 있고, 튼튼한 새잎도 돋아나오고 있다. 고인물에서 풍기던 그 악취도 전혀 없이 아주 고고한 청정야채처럼 자라고 있다. 못되면 다 자라는 환경탓이라고 그러더니… 진짜 인간스런 야채다.
일주일 또 지나서…
흑흑흑…역시나 먹은 흔적이 보였다. 라우몽 처럼 심하게 먹진 않아서 남은 마디들에서 다시 새싹이 돋아 오르는 것이 보였지만, 어떻게 내가 심은 줄 알고 이렇게 찾아서 먹어치우는지….고놈….후각이 좋은건가? 아니면 식성이 나랑 비슷한건지?
물냉이는 워낙 추위에 강한 야채라서 내년 봄까지 어떻게 지내줄지 몹시 궁금하다. 거기다 한 번 내 야채들에 맛을 들인 고약한 놈이 있어서 더더욱 그 귀추가 궁금하다.
Watercress 야채말이먹을때 그리구 생다시마말이 초고추장에 먹어두 맛나요...
ReplyDeletekari님처럼 저도 야채말이랑 생다시마말이에 넣어 먹어야겠어요. 좋은 정보를 주어서 감사!
ReplyDeleteGeni 님 어찌할꼬노...ㅠ.ㅠ
ReplyDelete언녀석들이 매번 힘들어 심어놓은 야채을...
팻말을 하나 부치셔야 겠네요[니들도 양심이 있으면 나 먼저 먹고 난뒤 먹어라!!!] 꼭 써서 부치세요 영어로 예들도 미국넘이라서 영어 로 써야지 알아 듯습니다.
님의 새로운 도전 다시한번 감동입니다.
님 어제 씨앗 고맙게 잘받았읍니다.
님 의 정성어린 손길로 포장해서 보내주신 마음에 너무 감동 받았어요.
이 은혜을 어찌 값아야할지.... 한번 잘 길러 볼께요.
경희님 돼지감자는 눈을 오려네서 잘라서 심어야하나요?
Gina Lim
냇가에 자라고 있는 물냉이가 너무도 싱싱해 보이네요.
ReplyDelete저는 비빔냉면에 넣어서 같이 팍팍 무쳐 먹고파요!!^^
경희님, 저도 오늘 씨앗 잘 받았습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가까이 사시면 파파야셀러드를 맛나네 무쳐서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제 맘 아시죠? ^^
Gina님 팩키지가 무사히 가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은혜는 무슨....말입니까. 그냥 제 맘이었어요. 돼지감자는 그냥 통채로 15-20센티 깊이로 심으시면 됩니다. 담에 너무 가까이 심지 마시고 (나중에 덩이 뿌리를 캐야 하고, 옆집으로 넘어갈까봐서요), 키가 해바라기 정도 커질 것으로 예상하셔서 텃밭 가장자리 같은 곳에 심으시면 될 것 같아요. 환절기에 건강조심하세요!!
ReplyDelete나물사랑님 맘은 제가 잘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