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낮게 깔려 피어나는 아주 조그만 잡초꽃이어서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그런 들꽃들 중의 하나이다.
사진에는 짙은 자주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푸른색에 가깝다.
늘 그렇지만 내 카메라가 푸른색을 잘 잡지 못해서...
꽃잎이 4장이고 암술은 한 개 수술은 두 개이다.
꽃잎에는 진한 남색줄무늬가 있는데,
유심히 잘 보면 꽃잎 3장은 더 넒고 동그란데,
한 장은 약간 조그맣고 더 길다라서
약오르지 그러면서 혀를 낼름 내미는 모양 같아서 재미있다.
작년부터 내 눈에 부쩍 많이 보여서 이름을 찾아보았더니,
Persian Speedwell 이란다.
학명은 Veronica persica 이고,
또 다르게 불리는 이름으론
Bird’s eye speedwell, Winter Speedwell 도 있단다.
조그만 꽃에 붙여진 영어이름치곤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Speedwell….
봄을 알리는 수선화들보다도 더 빨리 꽃을 피우니,
봄을 재촉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지나 않았나 싶다.
알고 보면 진짜
숨은 봄의 전령인가보다.
분포도가 유라시아여서 혹시나 한국에도 있나 보았더니…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름이…
‘큰개불알풀’이란다.
영어이름은 너무나 멋진데
한국이름은
입으로 소리내어 부르기 참 민망한 이름이다.
열매 모양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니
자세한 것은 상상에 맡긴다.
으이구...
상상하기엔 더 민망...
까치와 함께 봄을 알린다는 뜻으로
'봄까치풀' 또는 '큰봄까치풀'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자 시도를 하고 있건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민망한 이름을 바꾸어보고자는 노력이고,
정식이름은 그 민망한 이름이다. 에고...
한국에선 춘궁기에 잎과 어린 순을 식용했다고 하는데,
쓴맛이 있다고 한다.
워낙 조그마한 식물이어서 캐서 식용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감히 시도를 해보게나 될까 의심스럽다.
그리고 영어이름을 찾다가 발견한 역사의 한 단면:
청교도들이 타고 온 배가 Mayflower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은 원래 영국을 출발할 땐 두 대의
배였단다. 하나는 Mayflower였고 또다른 하나는
Speedwell이었는데, 도중에 Speedwell이 심하게 물이 새는 바람에 두 배가 다시 항구로 되돌아갔다가 Mayflower만 혼자 다시 항해를
하게 되었단다. 그러고보니 Mayflower의 짝꿍이 있었다. 두 배가 다 미국에 왔다면 어쩜 미국의 역사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거야 나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