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아시는 분들이 귀한 한국의 산나물들이나 약초, 화초 씨앗들을 보내 주실 때가 있다. 이런 귀한 씨앗들은 받자마자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심어서 가꾸어 볼려고 올 4월에 조그만 밭을 (14 X 4 ft) 메도우스위트의 모퉁이에 만들었다. 이름하야 나의 실험 텃밭.
한국 다년생 나물들은 발아가 까다롭고, 어떤 경우엔 발아하는 데 일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씨를 심어놓고 1년 정도 여유있게 지켜 보아야
할 전용 실험 텃밭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거기다 발아가 된다고 해도, 첫 해가 늘 고비이기도 해서 이 때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일단 첫 해를 성공적으로
자라면 그 다음 해 봄에 적당한 장소로 영구히 옮겨 심어주면 되는 것이고…
올 봄에도 여러 종류의 한국
산나물 씨앗들과 외국의 다년생 식용식물들인 루바브 (Rhubarb)와 카둔 (Cardoon) 씨앗을 심었고, 다행히 모두 몇 개 씩은 싹을
내주었다. 그래서 가물고 무더웠던 6월엔 일주일에 세 번 씩 가서 물을
주었고, 비가 많이 와주는 7월은 자라나오는 엄청난 양의 잡초들을 열심히
잡초를 뽑아주면서 옥이야 금이야 가꾸고 있다.
기르는데 여러가지 문제가 많지만, 지난 6월의 가뭄과 무더위는 정말 고통스러웠다.
6월 중순 들어서면서부터 연일 화씨 90도가 넘더니, 날씨가 미쳤는지 화씨100도를 훌쩍 넘어선 날이 일주일 지속될 땐, 조그만 싹들이 꼬슬라져 버릴까봐
애가 타기도 했다. 사람 체온이 화씨 96.5도 정도인데 109도 정도면 섭씨로 42도가 넘는 온도니 이정도면 과연 살인적인 더위인 것이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가뭄까지 겹쳤으니... 일기예보에선 이 곳 역사상 이렇게 더운 것은 처음이라며 난리였고, 되도록이면 볕에 나가서 돌아다니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그런데 우린 정반대로 퇴근을 1시간 씩
앞당겨서 물을 주러가야 했으니...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아들, 알아서 점심 챙겨 먹거라’ 이르고는 나랑
남편은 점심과 물을 싸가지고 물을 주러 갔다. 다행히 마르지 않는 시냇물이 근처에 있는 지라 물 걱정없이 물을 줄 수 있는 것에 고마움까지 느끼면서…
이렇게 몇 시간 물들을 주고 나면, 옷은 땀으로 젖고, 이마에서 흘러 내리는 땀으로 눈까지 따가워진다. 기진맥진 해서 집으로 돌아올 땐, 남편이 꼭 하는 말 ‘ 앞으론 너무 많이 심지 말자’ . 그럼 난 ‘알았써.’ 이렇게 말해놓곤 봄만 되면 또 뭘 기를까하고 눈을 반짝 반짝 할 것이다. ㅎㅎㅎ 내 맘은 봄에 다르고 여름에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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