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랑 고추도 따고, 텃밭에 잡초도 뽑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사슴이 귀를 쫑긋 올리고
오랫동안~ 우리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요?
남편이 망원경으로
이 사슴을 같이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이 사슴은 우리가 뭘 하는 지 궁금했을까?
우리를 경계하고 있는걸까?
아님 남편이랑 한바탕 눈싸움을 벌리고 있었던 것일까?
뿔이 없고 털에 무늬가 없는 것을 보건데
다 큰 암컷같은데,
왜 다른 사슴들이랑 떨어져서 혼자 있는 걸까?
지난 번 3마리가 같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임신한걸까?
울타리콩들이 잘 자라서
나중에 펜스 밖에도 한 줄을 더 심었었는데,
요근래 잎들이 이렇게 심하게 먹힌 것을 보았다.
먹힌 흔적이 적어서
토끼 아니면 그라운드 호그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어쩜 이 사슴의 짓일 수도 있다는 셍각이?
우리를 감시하는 것 같은
사슴의 행동이 약간 소름돋아서
남편이 막 달려가서 쫒았더니,
쉬~ 이~ 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도망 갔단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후배에게 했더니,
그 후배왈
사슴이 Sh~ ~i~ t 하고 영어로 말했을 거라면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었다.
하긴 그 사슴은 자기 땅에
우리가 침범했다고 생각했을테니까.
이렇게 자꾸 사슴들의 활동무대가
인간들에게 자꾸 침범되어 가니…
억울한 것은 그들일 수 밖에…
미안하구나 사슴아!
짠하고 미안한 마음 그지 없지만,
그래도 제발 딴 데 가서 놀아라~ ~
아님,
내가 심어 놓은 것들을 건들지 말던지..
하고 많은 야생식물들이 지천이건만
몇 안되는 내 것들을 건드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We are
not going to bother you if you don’t bother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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