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24, 2012

호박정글이 따로 없다.

-->
풋호박 넝쿨들이 사방 팔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어서 골치가 아프다. 순을 질러주면 여기 저기서 줄기를 더 많이 내서 자라는 것이다. 매일 들여다 보면서 관리해 줄 수도 없어서 제어가 불가능해진 지 쫌 되었고, 이제는 무슨 외계식물처럼 느껴지기 까지 한다.
올해 가장 실수는 반음지 좁은 텃밭 안에 풋호박을 5그루 (얼룩이 풋호박 2, 길다란 풋호박 3) 나 심어서 호박 정글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3년 정도 된 씨앗들이라서 발아율이 어찌될 지 몰라서 그 걸 감안해서 심은 것 까진 좋았는데, 믿기 힘들게 모두 싹을 터버렸다. 꼬물 꼬물 자라는 것이 너무 예뻐서, 솎아주지 못하고 어영부영 자라라고 내버려 둔 내 소심함에 탓을 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이만큼 오래 텃밭지기를 했으면 이젠 이런데 도가 틀만도 하련만...

7월초에 비가 넉넉히 주었더니, 잡초자라듯이 급격히 자라서  바닥을 덮은 것도 모자라서 고추랑 토마토를 감았고, (으이구, 불쌍한 내 새끼들… ) 이젠 펜스까지 타고 올라 가서 촉수들을 뻗어 펜스 옆을 지나 갈 때 마다 공항에서 몸수색 하듯이 내 몸을 더듬고 난리도 아니다.  에이확 쳐버려? 라고 몇 번 생각 했다 가도, 암꽃들이 어린 줄기 끝에 주렁 주렁 달려 있어, 순을 따주자니 호박들도 잃을 같아서 속수무책으로 두고 보기로 했다. 어리석은 건지 어쩐 지 모르겠지만, 풋호박들을 먹자고, 고추랑 토마토 농사를 포기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올 해 얻은 교훈은 풋호박은 반음지에서 기르면 잎들과 순이 심하게 웃자란다는 것이다. ‘여튼 풋호박들을 빨랑 빨랑 달아주지 않으면 너희들은 참수형까지 각오해야 것이야!’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