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호박 넝쿨들이 사방 팔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어서 골치가 아프다. 순을 질러주면 여기 저기서 줄기를 더 많이 내서 자라는 것이다. 매일 들여다 보면서 관리해 줄
수도 없어서 제어가 불가능해진 지 쫌 되었고, 이제는 무슨 외계식물처럼 느껴지기
까지 한다.
올해 한 가장 큰 실수는 반음지 좁은 텃밭 안에 풋호박을 5그루 (얼룩이 풋호박 2, 길다란 풋호박 3) 나 심어서 호박 정글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3년 정도 된 씨앗들이라서 발아율이 어찌될 지 몰라서 그 걸 감안해서 심은 것 까진 좋았는데, 믿기 힘들게 모두 싹을 터버렸다. 꼬물 꼬물 자라는 것이 너무 예뻐서, 솎아주지 못하고 어영부영 자라라고 내버려 둔 내 소심함에 탓을 하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르겠다. 이만큼 오래 텃밭지기를 했으면 이젠 이런데 도가 틀만도 하련만...
7월초에 비가 좀 넉넉히 와 주었더니, 잡초자라듯이 급격히 자라서 바닥을 덮은 것도 모자라서 내 고추랑 토마토를 감았고, (으이구, 불쌍한 내 새끼들…
) 이젠 펜스까지 타고 올라 가서 촉수들을 뻗어 펜스 옆을 지나 갈 때 마다 공항에서 몸수색 하듯이 내
몸을 더듬고 난리도 아니다. 에이~ 확 쳐버려? 라고 몇 번 생각 했다 가도,
암꽃들이 어린 줄기 끝에 주렁 주렁 달려 있어, 순을 따주자니 호박들도 잃을 것 같아서 속수무책으로 두고 보기로 했다. 어리석은 건지 어쩐 지 모르겠지만, 풋호박들을 먹자고, 고추랑 토마토 농사를 포기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올 해 얻은 교훈은 풋호박은 반음지에서 기르면 잎들과 순이 심하게 웃자란다는 것이다. ‘여튼 풋호박들을 빨랑 빨랑 달아주지 않으면 너희들은 참수형까지 각오해야 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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