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기른 시금치 맛이 더 좋다?
난 이른 봄에 한국사람들이 냉이를 캐서 나물로 사용하듯이 시금치를 캐서 나물로 사용한다. ㅎㅎ. 시금치를 기르는 것이 쉽지않다고들 하지만, 사는 곳의 기후만 잘 알면 잘 기를 수 있는 야채가 바로 시금치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시금치는 심을 때만 알면 90%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말이다.
이런 말을 하니까 내가 전문가 같다. 하지만 난 전문가가 절대로 아니다. 시금치를 기르는데 실패를 너무도 많이 해서 그저 경험이 많은 것 뿐이다. 시금치를 그럭저럭 실패 없이 길러 먹기 시작한 것도 한 2년 밖에 안된다.
여기 미국에서는 시금치(spinach)를 잎이 쪼글쪼글 주름이 있느냐에 따라 두 종류로 나눈다. 주름이 있으면 savoyed 이고 없으면 smooth 종류이다. 한국사람들이 즐기는 시금치는 다 smooth 종류들인 것 같다. 미국사람들은 주름이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은데 문화차이인지 아니면 맛에 차이가 있는 지는 알 수가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가든센터에 가면 온통 다 주름 진 잎의 시금치 씨들만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두 종류의 씨들이 다 보였다. 아무래도 야채를 길러먹는 사람들 수가 늘면서 가지 수도 더 많아 지는 것 같다.
시금치씨는 낮은 온도에서만 발아를 할 수가 있다. 쉽게 말하면 시금치 씨를 젖은 타올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싹이 튼다는 것이다. 시금치는 화씨로 32-70도 사이에서만 싹이 튼다. 섭씨가 표준이지만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까 화씨가 더 익숙해져 있어서 그냥 화씨를 사용한다. 시금치씨는 조금만 날씨가 더워져서 화씨 70도가 넘어가도 싹이 안튼다. 거기다가 화씨 80도만 넘어가도 꽃대를 올려버린다.
내가 사는 곳에서는 (Zone 6b-7), 2월 초에서 3월 초 사이에 씨를 직접 밭에 뿌려야 한다. 늦어도 3월 말까지는 뿌려야 한다. 때를 놓치면 그 해는 그냥 시금치 구경 못하고 넘어가야 한다. 시금치씨는 아주 깊게 심을 필요도 없고 그냥 흩뿌리듯이 뿌린 뒤 흙으로 씨가 보이지 않게 호미로 슬렁슬렁 덮어 주던지 좀더 잘 하고 싶으면 1-0.5cm 정도로 골을 파고 심은 뒤 흙을 덮어주면 된다. 싹 트는데 한 2-3 주 걸린다. 영하로 왔다 갔다 하는 날씨에도 어김 없이 싹이 터 나오고 밤새 얼었다가도 아침 햇살에 파릇파릇 살아난다.
본잎이 나오기 시작하자마자 비온 다음 날을 기다렸다가 난 야채용 미러클그로를 물에 타서 (미러클 그로 가루1 테이블 스픈, 물 2 갤론 정도) 시금치에 뿌려준다.
물론 흙이 비옥하면 이렇게 할 필요가 없을 것이지만 내 텃밭의 흙은 아주 부실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잘 자라지를 않는다. 박토에서 야채를 기르다보니 비료를 아예 안 줄 수가 없다. 난 그냥 비료에만 의존하기가 싫어서초기 성장이 시작되면 Top Soil 몇 포대기를 사와서 사이 사이로 뿌려 주기도 한다. 탑 쏘일은 gardening section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리 비싸지도 않고. 초기 성장을 도와주면 그 다음엔 잘 자란다. 4월이 되어 서서히 기온이 너무 올라가고 비가 잘 안오면 멀치를 한 포대 사다가 시금치 사이 사이에 덮어주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버티는 것 같다.
이렇게 하면 5월 중순까지 시금치를 수확할 수가 있다.
다른 야채들은 어린 것들을 솎기 시작하지만 난 그냥 시금치들이 빡빡하게 자라도 솎지 않고 놔두었다가 큰 것들부터 뽑아서 무쳐 먹거나 국 끓여 먹고 잔 것들은 더 클 때 까지 기다린다. 5월 중순이 지나면 대를 올리느데 대가 올라가면 뻐셔져서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대가 올라가기 전에 시금치는 부지런히 수확해서 먹어야 한다. 대가 오르는 것을 보면 그냥 몽땅 다 수확해서 씻어 데쳐 물기를 꼭 짠 뒤 한 덩어리씩 뭉쳐서 지플럭 백에 넣어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시금치들은 Hybrid (교잡) 가 많아서 씨를 얻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시도 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가을에 씨를 뿌리는 것이다. 9월 말이나 10월 초순 경 날씨가 선선해지고 밤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양지 바른 텃밭 한 쪽에 씨를 뿌린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시금치는 저온에서 발아를 하기 때문에 너무 더우면 씨들이 발아를 안한다. 싹이 일단 트면 어린싹의 상태로 겨울을 나는데 왠 만한 추위는 버티는 것 같다. 눈 속에 파묻혀도 죽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추운 겨울 동안에는 더디 자라다가 날씨가 풀리면 빠른 속도로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이렇게 겨울을 나는 시금치를 난 1월-2월이 되면 수확이 가능하다. 이 때 뿌리채 캐서 요리를 하면 아주 단맛이 좋다. 냉이처럼 추위속에서 자란 시금치는 뿌리도 달다. 거기다가 잔뿌리가 그리 많지 않고 곧고 지저분하지 않아서 손질하기도 싶다. 겨울을 나는 야채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난 시금치를 겨울에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 온실에서 자란 시금치만 맛 본 사람들은 한 겨울을 지난 시금치의 맛을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하나 더, 시금치는 슬러그 (민달팽이)들도 안 먹고 벌레도 안탄다.
거기다가 물에 데쳐도 많이 줄지 않는다. 보통 그로서리에서 사온 시금치들은 데쳐서 물을 빼면 한 주먹도 되기 힘든데, 텃밭에서 직접 기른 시금치는 데쳐도 양이 상당하다. 아마도 그로서리 시금치는 온실에서 물만 너무 많이 먹고 자라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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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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