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05, 2009

겨울야채 근황

마늘 심고 한달 정도 지났어요. 마늘 심어 놓은 텃밭 한구석이 아주 푸릇프릇하니 보기 좋죠?

순이 돋고 나니 정말 빠른 속도로 자라는 것 같습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집니다 ㅎㅎㅎ.

마늘들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겨울동안 수확해서 살짝 데쳐서 오징어무침로 먹어도 되고 장아찌를 담아도 좋고, 봄에 마늘쫑을 뽑아서 요리해 먹을 수도 있고, 초여름에 마늘을 수확해도 되니까요. 추위를 좋아하는 몇 안되는 야채중의 하나라 마땅하게 심을 야채가 없으시다면 추수감사절 전 까지 마늘을 심으시면 됩니다. 그로서리에서 산 마늘들도 잘 자란답니다.

시금치는 이제 본 잎이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어떤 잎들은 슬러그들이 건든 흔적이 보여 아무래도 아침순찰을 돌아야 하나 생각중입니다.

좀 늦었지만 파들도 열심히 싹을 올리고 있습니다.

실란트로도 싹이 나고 있습니다.

마늘이랑 시금치는 싹이 트는데 2주 정도 걸렸는데, 파랑 실란트로는 거의 3주도 넘게 기다린 것 같습니다. 씨를 뿌리고 나면 목빠지게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데, 씨들이 이렇게 싹터주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November 04, 2009

가을 근대와 근대 된장국

유럽산 근대 (swiss chard) 들은 상당히 키가 커서 거의 2-3feet정도입니다. 잎들도 엄청 커서 제 얼굴만 하구요.

제 눈에는 한국에서 흔히 기르던 재래식 근대가 아무래도 perpetual swiss chard랑 비슷한 것 같아요.

너무나 씩씩해 보이는 유럽산 근대들 보단 잎대가 훨씬 짧고 잎들이 더 야들야들하답니다. 그래서 요리하기엔 이 작은 근대들이 좋은 것 같아요. 여름내내 위로 서서 자라던 근대들이 날씨가 추워지니까 서서히 땅에 눕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제법 많이 누었습니다. 이렇게 누어있으면 아마도 덜 춥나봅니다 ㅎㅎ.

거기다가 잎들이 더 두꺼워지고 반질 반질 윤이 납니다. 이렇게 한 야채를 4 계절 내내 길러보면 계절에 따라 자라는 습성이 너무나 다른 것을 볼 수가 있어요. 텃밭에 야채를 기르는 것이 절대로 심심하지 않은 것이 이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따뜻한 국이 너무 먹고 싶어서 근대잎 몇 개를 따와서 빨간 할로피뇨 반 개랑 두부 좀 넣고 된장국을 끓였어요. 미리 데쳐서 넣어도 되지만 그냥 잎을 손으로 적당히 뜯어서 끓는 된장국에 넣어도 됩니다.

한 그릇 먹고나니까 기분이 진짜 좋더라구요. 그 뜨거운 남녘의 여름도, 추운 겨울이 와도 끄떡없이 버텨내는 근대야 말로 텃밭지기들의 다정한 연인같은 야채인 것 같습니다. 어때요? 내년엔 연인같은 근대를 길러 보심이…. 가을에 심는 근대는 늦봄에 꽃대를 올림으로 씨를 얻을 수 있어요. 초봄에 심는 근대는 꽃대를 올리지 않고 한 해를 난답니다. 그러니 근대는 이년생 야채이지요. 내년 봄이 오면 꼭 근대를 심어보세요. 너무 많이 심으시면 다 먹을 수 없으니 욕심 부리지 마시식구 한 명에 1-2그루 정도로요. 물론 나누어주고 싶은 친구들이 많으면 더 많이 심으셔도 되고요.

November 03, 2009

집 안으로 들어온 가을 정경

제가 늦 봄 부터 밖에 내놓고 기르던 귤나무가 서리 내리던 전 날 부터 집 안으로 들어 왔어요. 노랗게 익어가는 것이 보이죠?

10월 중순이 되니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변하더니 이젠 샛노래졌어요.

그런데도 아깝다고 아직 하나도 못따먹고 있지요. 빨리 하나 따서 맛을 보고 싶은데, 우리집 두 남자가 저를 말리고 있어요. 아직은 단맛이 안들었을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요. 근데 뭘 믿고 저리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노란 것이 보기 좋아서 그냥 저도 두고 보기로 했지요.

하두 비가 자주 오고 흐린 날씨가 계속되어서 밖에서 말리다가 아예 집안에 들어와 버린 빨간 고추들입니다.

왼쪽의 맷돌호박이랑 초록 호박은 작년 가을에 딴 것들인데 어찌 어찌 미루다 보니 미쳐 요리를 다 해먹지 못하고 말았어요. 겉이 멀쩡해서 그냥 놔두고 있지만 속이 어쩔지 몰라서 이젠 손을 되지 못하고 있답니다. 오른쪽에 잘자란 호박들이 바로 올 늦여름에 수확한 호박들입니다. 선물로 주고도 이렇게 많이 남아 있답니다. 겨울되면 호박죽이나 구어 먹을 것이랍니다.

어때요? 제 집안에 가득 들어 와 있는 가을 정경들이 정겹게 느껴지지 않나요?

실난

켈리포니아에서 실란이 토요일날 도착했답니다~~~. 한 5-6 그루가 이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포장을 풀어보니 세상에…..상태도 너무나 좋고…..제 입을 열지 못할 만큼 어마 어마하게 많은 숫자입니다. 이것들을 캐는 것만 해도 일이 아니었을텐데….포장을 뜯다가 코가 시큰해져 왔습니다.

어떤 실난들은 아직도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큰 화분4개랑 작은 화분 1개를 준비해서 심어주고 나머지는 햇빛이 따뜻하게 잘 드는 야드에 심어주었습니다. 실난을 길러 본 적이 없어서 약간 긴장이 됩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수선화나 크로커스등의 벌브를 열심히 사다가 다람쥐처럼 야드 이곳 저곳에 심곤 했는데, 올핸 웬일인지 아무 화초도 심지를 않았습니다. 그런 제 맘을 아셨는지 gardengal님이 croscomia 랑 schizostylis 를 보내 주셨고 이제 sung hee님이 실난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 화초들을 다람쥐처럼 이 곳 저곳에 심으면서, 잘 자라주기를 바래봅니다. 제가 사는 곳보단 온난한 곳에서 온 화초들인지라 첫 겨울과 첫 무더운 여름이 많이 걱정이 됩니다. 보내 주신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잘 길러서 매년 꽃을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년을 꼭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이 아랫글은 성희님이 보내주신 글인데... 담담한 황동규시인의 시가 느껴져서 올립니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 선생의 장남이기 한 황동규 시인의 시를 보냅니다.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 황동규

부동산은 없고
아버님이 유산으로 주신 동산(動産) 상자 한 달 만에 풀어 보니
마주앙 백포도주 5병.
호주산 적포도주 1병.
안동소주 400cc 1병.
짐빔(Jim Beam) 반 병.
통 좁은 가을꽃 무늬 셔츠 하나.
잿빛 양말 4켤레.
그리고 웃으시는 사진 한 장.

가족 모두 집 나간 오후
꼭 끼는 가을꽃 무늬 셔츠 입고
잿빛 양말 신고
답답해 음악마저 잠재우고
화분 느티가 다른 화분보다 살짝 먼저 가을물 든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실난(蘭)꽃을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조그맣고 투명한 개미 한 마리가 실난 줄기를 오르고 있다.
줄기 흔들리면 오를 생각 없는 듯 멈췄다가
다시 타기 시작한다.
흔들림, 멈춤, 또 흔들림, 멈춤
한참 후에야 꽃이 올랐다.
올라 봐야 별 볼일 있겠는가,
그는 꼿꼿해진 생각처럼 꽃 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저녁 햇빛이 눈 높이로 나무 줄기 사이를 헤집고 몰려들어
베란다가 <잭슬 폴록 칸타타>(아 그런 것!)로
환해진다
추억이란 애써 올라가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꼿꼿해진 생각이 아닐까.
어느샌가 실난이 빛 끝머리 추억 받침대처럼 위로 올라가고
개미만 투명하게 남는다.

그가 그만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November 02, 2009

출근길과 퇴근길에 보는 가을 정경

올해도 단풍들이 정말 예쁘게 들었습니다. 제가 매일 보고 지나는 이곳의 단풍들이 하도 고와서 보여주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아침에 출근할 때 카메라를 들고 나갔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지나는 강 근처도 단풍이 한창입니다. 해가 났으면 더 예뻣을 것을 하늘이 꾸물꾸물 흐려서 약간 더 우중충해 보입니다. 그래도 예쁘지요?

전 하루중에 이 강가를 지나가는 아침이 제일 좋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가장 절절하게 느낄 수도 있고, 잠시나마 상념에 잠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지나가면서도 무심히 지나지 못하고 흘러가는 강물 이편과 저 너머로 비쳐오는 풍광을 구경하면서, 오늘 하루는 또 어떤 신나는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뭐 굳이 신나는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반복되는 일상사가 지겨울 때마다 이렇게나마 생각하면서 저를 달래는 것이죠. 그런데...약간 효과가 있어요.

강가를 지나서 이제 제가 일하는 곳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도로 중앙의 가로수로 길게 심어져 있는 단풍나무들이 이름만큼 화사합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불타고 있는 듯 해요. 저 반대쪽엔 벚꽃나무들이 잔뜩 심어져 있어서 봄이 되면 예쁘지만, 가을엔 이 단풍들이 벚꽃보다 더 화사하답니다.

제가 일하는 건물앞인데, 여기도 가을이 한참입니다.

퇴근길입니다. 저의 집으로 들어 갈려면 저 내리막길에서 왼쪽으로 돌면 됩니다. 이무리 들여다 보셔도 이 사진에서는 제 집이 안보인답니다. ㅎㅎㅎ 이 꼭대기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너무 좋아서 사진 네 장을 찍어서 짜맞추었는데,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는 것 보단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전봇대와 전선줄들이 좀 눈에 걸려서 그러나 봅니다.

이제 저희 집에 다 왔습니다. 차를 막 내리면 울타리 사이로 마구 삐져 나와 있는 포도나무 넝쿨의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저 울타리 안쪽으로 제 조그만 텃밭이 있어요. 어때요? 제가 요근래 출근길과 퇴근길에 보는 단풍들입니다. 이곳의 화사한 가을이 느껴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