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03, 2009

실난

켈리포니아에서 실란이 토요일날 도착했답니다~~~. 한 5-6 그루가 이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포장을 풀어보니 세상에…..상태도 너무나 좋고…..제 입을 열지 못할 만큼 어마 어마하게 많은 숫자입니다. 이것들을 캐는 것만 해도 일이 아니었을텐데….포장을 뜯다가 코가 시큰해져 왔습니다.

어떤 실난들은 아직도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큰 화분4개랑 작은 화분 1개를 준비해서 심어주고 나머지는 햇빛이 따뜻하게 잘 드는 야드에 심어주었습니다. 실난을 길러 본 적이 없어서 약간 긴장이 됩니다.

매년 가을이 되면 수선화나 크로커스등의 벌브를 열심히 사다가 다람쥐처럼 야드 이곳 저곳에 심곤 했는데, 올핸 웬일인지 아무 화초도 심지를 않았습니다. 그런 제 맘을 아셨는지 gardengal님이 croscomia 랑 schizostylis 를 보내 주셨고 이제 sung hee님이 실난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 화초들을 다람쥐처럼 이 곳 저곳에 심으면서, 잘 자라주기를 바래봅니다. 제가 사는 곳보단 온난한 곳에서 온 화초들인지라 첫 겨울과 첫 무더운 여름이 많이 걱정이 됩니다. 보내 주신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서 잘 길러서 매년 꽃을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내년을 꼭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이 아랫글은 성희님이 보내주신 글인데... 담담한 황동규시인의 시가 느껴져서 올립니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 선생의 장남이기 한 황동규 시인의 시를 보냅니다.

홀로움은 환해진 외로움이니 - 황동규

부동산은 없고
아버님이 유산으로 주신 동산(動産) 상자 한 달 만에 풀어 보니
마주앙 백포도주 5병.
호주산 적포도주 1병.
안동소주 400cc 1병.
짐빔(Jim Beam) 반 병.
통 좁은 가을꽃 무늬 셔츠 하나.
잿빛 양말 4켤레.
그리고 웃으시는 사진 한 장.

가족 모두 집 나간 오후
꼭 끼는 가을꽃 무늬 셔츠 입고
잿빛 양말 신고
답답해 음악마저 잠재우고
화분 느티가 다른 화분보다 살짝 먼저 가을물 든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실난(蘭)꽃을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조그맣고 투명한 개미 한 마리가 실난 줄기를 오르고 있다.
줄기 흔들리면 오를 생각 없는 듯 멈췄다가
다시 타기 시작한다.
흔들림, 멈춤, 또 흔들림, 멈춤
한참 후에야 꽃이 올랐다.
올라 봐야 별 볼일 있겠는가,
그는 꼿꼿해진 생각처럼 꽃 위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저녁 햇빛이 눈 높이로 나무 줄기 사이를 헤집고 몰려들어
베란다가 <잭슬 폴록 칸타타>(아 그런 것!)로
환해진다
추억이란 애써 올라가
미처 내려오지 못하고 꼿꼿해진 생각이 아닐까.
어느샌가 실난이 빛 끝머리 추억 받침대처럼 위로 올라가고
개미만 투명하게 남는다.

그가 그만 내려오기를 기다린다.

4 comments:

  1. Geni nim, What is 실란? Is it an orchid? They look very healthy! Looking forward to seeing its flowers!

    I think I made a typo: 'schitzastylis' should be 'schizostylis'.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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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실란의 학명이 Zephyranthes candida고 가장 흔한 영어 이름이 Fairy lily라고 하네요. 꽃은 늦은 여름과 초가을에 핀다고 합니다. Winter hardiness가 15-20F 라고 하는 것으로 보면 Zone 7이상에서 자랄 것 같구요. 무리지어 나고 키가 1피트 정도고 무리지어 나니까 아무래도 ground cover로 좋을성 싶고요. 저도 내년에 꽃을 꼭 보고 싶어요.

    어쩌면 제가 잘못 적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졸릴 때 썼거든요. 아침에 올릴 때 확인한다고 해놓고 그냥 깜박하고....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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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실난의 학명을 벌써 찾아보셨네요~~
    하여간 부지런하십니다.^^
    화초명은 흰꽃나도샤프란Zephyranthes이라고 하니
    잘 찾으신 것 같습니다.
    꽃말은 기다림이라네요.
    햇볕이 강하면 활짝 피는데 저녁에는 꽃을 오무립니다.
    수선화과 여러살이풀로 분류가 됩니다.
    꽃이 깨끗하고 청초합니다.

    실란은 Rain Lily라고 할 정도로 물을 매우 좋아합니다.
    잎이 노랗게 되는 것은 수분이 부족하다는 증거입니다.
    가능한 실내보다는 바람이 잘통하는 실외에서 재배하고 물을 자주(이틀에 한번) 흠뻑 주시면 이런 현상이 없어집니다.
    참고로 실란은 가을까지 계속 꽃이 핍니다. 매우 강하므로 매년 캘 필요는 없고 방치한 채 월동도 가능하지요. 그 위에 비닐 멀칭과 짚을 덮어놓으면 됩니다. 밑거름을 조금 주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며 병충해는 별로 없습니다.

    아무리 비싸고 멋진 난들이 있다고 해도
    저는 이 실난을 사랑합니다.
    소탈하면서도 소박하고 그러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사랑스런 이 실난.


    su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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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sung hee님이 보내 주신다고 할 때 부터 들떠서 구글을 했지요 ㅎㅎㅎ. 꽃들이 너무나 청초롬하니 예뻐서 왜 성희님이 이 실란을 사랑하는지 저도 이해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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