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20, 2012

Cliff Swallows


세상에는 별스런 제비들이 많다. 강남제비가 있는가 하면 절벽제비도 있으니까. 

메도우스위트 가는 길에 하이웨이가 위로 지나 가는 곳이 있는데, 그 하이웨이의 아랫 쪽에 이렇게 호리병 주둥아리 처럼 생긴 집들이 쪼로록 붙어 있다. 봄이 되면 새들이 와서 알을 까고 새끼를 치다가 가을이 되면 떠나는 철새들이 사는 듯 했다. 그런데 남편이 어느날 그 철새들의 이름을 조류도감 (조그만 Field Guide Book)에서 찾아 냈다고 보여 주는데, 새집 모양이며 새그림이 아주 똑같았다. 바로 이 철새들의 이름이 Cliff Swallow, 그대로 직역해서 절벽제비인 것이다. 절벽이나 이런 높다란 곳에 집들을 짓는다고 해서 절벽제비란 이름이 붙었단다. 한국제비들은 암수 한 쌍이 처마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치면서, 철저하게 단독주택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 절벽제비들은 이렇게 떼거지로 아파트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다.  

겨울동안 텅 비어 있던 집들이었는데, 2주전인가 부터 갑자기 절벽제비들이 우글우글 떼를 지어 다니면서 소란스러워졌다.
 새로 집을 짓지않고 원래 있던 집들을 조금씩 보수해서 그냥 사용하는 듯했는데원래 주인들이 다시 들어 오는 건지 아니면 오는 순서대로 집을 차지하는 지 모르겠다어쩜 힘없는 부부들은 새로 집을 지어야 할 지도
 자꾸 와서 먹이를 주는 것 같아서 벌써 새끼들이 나왔나 싶어서 자세히 보니,
어른 새가 들어 앉아 있다아마도 벌써 알을 낳고 교대로 알을 부화시키는 동안 이렇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 같았다.
절벽제비들의 큰 특징은 부리 위로 하얀 무늬가 나 있어서 마치 순악질 여사의 일자 눈썹, 이 경우엔 하얀 일자 눈썹, 그러니까 백미가 있는 것이다.
세상은 넓다더니, 별 재미있는 제비들도 다 있다.

그러데, 애들은 겨울동안 어디에 갔다가 온 걸까? 따뜻한 커리비안 해변을 노닐다가 온걸까? 아니면 플로리다 올란도에서 놀다가 온걸까? 그냥 그 곳에 계속 머물지 왜 힘들게 왔다 갔다   다닐까여기 여름도 장난아니게 더운데나라면 그냥 그 곳에 머물텐데연어가 태어난 곳에 되돌아가서 알을 낳듯이 이 제비들도 귀소 본능이 아주 강한 것 같은데왜 그럴까? 가끔씩 반복되는, 그래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이 짜증나고 답답해질 때, 이렇게 시선과 생각을 자연으로 돌려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러면 세상의 온갖 미스테리들이 내 머릿속을 채우면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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