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일 커다란 호박 1개가 남았습니다.
[호박카레]
남아 있던 호박을 반으로 뚝 갈라서 그 반은 카레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1. 닭고기를 넣고 싶었지만 없어서리, 냉동실에서 놀고 있던 LA 갈비 조금 남은 것이 있어서 잘게 썰어서 놀짱 놀짱 잘 볶고, 여기에
2. 식용유 반큰술, 양파 1개 큼직하게 썬 것, 어제 따놓은 껍질콩 두 주먹 다듬어 놓은 것, 호박 반 썬 것 넉넉히 넣고 한 5분 더 볶아주고
3. 물을 잘박하게 넣고 끓으면
4. S&B 카레 mild (large size) 잘 저어서 녹여주고 한 번 더 끓여서 밥 위에 얹어 먹으면 됩니다.
아들은 감자가 쬐끔 그립지만 호박도 맛이 좋다고 그러고, 남편은 호박이 의외로 맛이 좋다며 감자 없어도 괜찮다고 그랬습니다. 전 호박이 감자만큼 맛이 좋았구요. 그놈의 감자가 누구야? 왜 이렇게 감자없는 호박카레를 먹으면서 감자타령하게….ㅡ. ㅡ
카레가 의외로 호박잡아먹는 귀신요리같습니다. 저처럼 나이가 약간 든 호박이 부엌 한 귀퉁이에서 서럽게 앉아 있거든 주저하시지 마시고 카레를 만들어 드십시요. 호박이 카레랑 맛이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호박지지미]
남은 호박 반의 반은 호박지지미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건 성희님이 너무 맛있다고 알려준 요리인데, 제가 가르쳐준데로 못따라서 하고 제 방식대로 살짝(?) 바꾸었어요. 그런데도 너무 맛있었습니다.
전 감자 두 개, 양파 1개, 큰 호박 ¼개 썬 것에 물을 잘박하게 붇고, 양념장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미린 1큰술, 간장 3큰술, 멸치다시다 1큰술) 모두 넣어서 물이 반으로 될 때까지 중불에서 조려주었습니다. 막간은 소금으로 했습니다.
원래 성희님은 멸치랑 다시마 우린물에 고추장, 고추가루, 간장, 물엿 넣고 조렸답니다. 전 고추장과 양파가 들어가서 단맛이 있는 것 같고, 밑반찬으로 먹을려고 약간 덜 달게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뒤져도 멸치가 없어서 그냥 멸치다시다로 대신했습니다. 건성 건성 대강 대강 했는데도 맛이 좋습니다. 이거 완전히 밥잡아먹는데요. 대강했는데도 이 정도인데, 제대로 요리하면 진짜 끝내주겠네요.
[Squash BBQ]
좀 나이든 호박 3개를 거의 다 요리해먹고 이제 1/4정도 남아있어서 돼지고기 바베큐소스에 버무려서 그릴하는데, 에잉…하고 호박 남아 있는 것도 옆에다가 굽기로 했습니다. 고기먹을 때 Side dish처럼 먹을려구요.
4조각은 바베큐소스에 버무려서 굽고, 3개는 그냥 Raw sugar 뿌려서 구었습니다. Broil모드에서 Hi로 한 30-40분 구어준 것 같습니다. 물론 간간이 뒤집어 주었구요.
바베큐소스 발라서 구운 호박은 돼지고기랑 거의 구별이 안갑니다. 제 입에는 약간 싱겁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엔 소금도 조금 뿌려주어야지 했는데, 남편이랑 아들은 맛있다면서 고기랑 같이 신나게 먹어치웠습니다. 그러면서 한 술 더 떠서 남편은 바베큐집에서도 고기랑 같이 이렇게 호박을 구어서 팔면 좋겠다며 좋아합니다. 아들도 엄마가 한 호박요리중에서 제일이다고 난린데….전 어쩨 기분이 묘하네요. 아무래도 저만 입맛이 좀 다른가봐요. 어쨌든 입맛 까탈스러운 우리 아들이 맛있다고 그런 것 보면 그리 나쁘진 않은가봅니다. 혹시 사내아이들 있고, 굴러다니는 어중간히 나이든 호박이 있으시면 이렇게 구어서 바베큐인냥 먹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아..바베큐소스는 Hunts에서 나온 제일 값싼 소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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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정리하며:
이렇게 해서 일주일만에 어중간하게 나이든 호박 세 개를 몽땅 다 요리해먹었습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제가 호박을 요리할 때 마다 오늘은 어떤 요리가 등장할 지 궁금해했고,
만든 요리를 먹으면서 마치 요리비평가처럼 저마다 한 마디씩 평가를 내리며 시식하듯이 먹었답니다.
마치 제가 Iron Chef
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답니다.
요리를 궁리해서 만드는 것은 제 작업이었지만 먹는 것은 모든 식구가 같이 즐긴 셈이죠.
요리를 더해갈 때마다 더 신이 났고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작년엔 근대를 요리해먹느라고 머리를 흔들며 아이디어를 내야했는데, 올핸 바로 호박을 가지고 그리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매해마다 이렇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나와서 절 당황시키는 야채들이 꼭 한 두 가지씩 있는데, 이럴 땐 모험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히 도전해보는 것도 텃밭지기의 묘미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제가 늘 주장하듯이 열심히 심어서 가꾸었으면, 또 알뜰히 요리해서 먹는 것도 텃밭지기가 할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나도 힘들어하는 미국경제에 도움을 못주어서 쬠 미안하지만요. 그나 저나 다른 분들은 어떻게 호박을 요리해드시는 지 정말~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