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9, 2010

앵두와 포리똥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심은 지 4년 된 앵두나무 (Korean bush cherry)들이 올핸 정말 많은 앵두들을 달고 있습니다.

포리똥(Goumi)들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조금 따서 아들을 주었더니, too sour and tart라고 좋아하지 않더군요.

이상하죠? 저랑 남편은 새콤한 이 맛들이 너무 좋은데 말입니다. 그래서 …에이 촌놈…진짜 맛있는 것도 모르고….그러곤 따온 걸 우리가 몽땅 다먹어 치우기로 했답니다. 아마도 어릴 적 추억때문에 시고 떱떠름한 이 열매들의 맛이 좋은가 봅니다. 그러고보면 …에이 촌놈…은 바로 우리 부부를 지칭하는 것이 맞을것 같습니다. ㅎㅎㅎ

앵두나무는 젖은 땅을 정말로 싫어한다고 합니다. 심으실려면 언덕배기 중간같이 물빠짐이 좋은 곳에 심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포리똥은 영어로 Goumi라 부르고 보리똥은 Autumn olive라 부르는데, 한국에선 두 종류를 보리수라는 같은 이름으로 흔히들 혼동해서 부르는 것 같습니다. 두 종류다 잎과 꽃이 비슷하고 같은 시기에 꽃을 피우지만 포리똥은 봄에 익고, 보리똥은 가을에 익는답니다. 그리고 포리똥을 먹는 법이 따로 있는 것 아시는지요? 꼭지를 따고 한 손에 가득 모아서 한 입에 탁 털어넣고선 오물오물 먹는 것이 정식이랍니다. 이렇게 먹어야 포리똥 맛을 제대로 즐길 수가 있거든요. 모르셨죠? 포리똥을 아시는 분들도 드물지만, 먹는법을 아시는 분들을 아직 못보았습니다. ㅎㅎㅎ 제가 바로 포리똥 제대로 먹는 법을 아는 전무후무한 전문가랍니다.

제가 왜 이렇게 포리똥 나무를 잘 아는지 궁금하시죠? 어릴 때 제 친구 평숙이 집에 가면 몇 십년 된 커다란 포리똥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그래서 봄이 되서 앵두가 익을 때가 되면 평숙이 집에 심심한 척 놀러가곤 했답니다. 집으로 돌아올 때 쯤엔 평숙이 어머님이 (지금 생각하면 진짜 자상하신 분이셨습니다.) 조그만 그릇에 포리똥을 잔뜩 따서 동생들하고 먹으라고 주셨습니다. 내게 동생들이 있었나? ㅎㅎ 집으로 오는 길에 몽땅 다 먹고 빈그릇만 딸랑 딸랑 들고 갔다가, 몇 일 후 앵두를 담아서 되돌려 주려 가선 또 포리똥을 얻어 오곤 이렇게 3번 정도 하면 철이 끝났던 것 같습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제가 캐탈로그에서 포리똥 사진을 보았을 때 얼마나 놀랬는지 짐작하시겠죠? 아마도 이것이 바로 제가 제 가든에 과일나무들을 심게된 계기가 되었지 않나 싶구요. 참고로 제 고향은 전라남도 장흥군 장평면 운수리랍니다. 그곳에서 태어나서 10년을 살았답니다. 가끔 제 어릴 적 이야기를 할 때마다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밝힙니다.

**포리똥으로 검색하시면 지난해 이야기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

9 comments:

  1. "촌X" 맞네요. 전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들어도 어떤 과실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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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참고로 남편은 서울사람인데, 부부는 동심일체라고 저에게 물이 들다보니 덩달아 시골촌놈이 되었구요. 포리똥은 전라도 사투리고 경상도에선 떡보리란 이름으로 불린다고 그랬어요. 전 포리똥이나 떡보리나 둘 다 재미있는 이름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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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ldman nim, 제가 답글을 달았는데, 이상하게 화면에 안뜨네요. 여하튼, 나중에 다시 반복될지도 모르겠지만....
    남편은 서울사람인데...저랑 오래살다보니...이제는 저만큼이나 시골촌놈소리를 듣고 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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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고향이 서울이 아닌 분들이 부럽습니다. 저도 서울사람인데 고향이 서울이라고 하면 좀 뭔가 2% 정도 부족한 느낌이 들지요. '고향'하면 가슴이 따뜻해 지면서 들과 산을 쏘다니던 기억, 바지 걷고 시냇가에서 가재잡던 기억...이 아련히 나야되는 것 아닙니까? 이건..아파트와 버스, 지하쳘 뭐 이런 기억만...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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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어쩌면 그래서 제 남편도 제 고향을 자기 것으로 adoption한게 아닌가 생각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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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hese fruits look good on the tree as well as in a bowl!

    It doesn't seem like it was that long ago when we complained about the cold weather but here you are harvesting the best looking fru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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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그러게말입니다. 봄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린 것이 엊그제같은데, 벌써 그 봄을 떠나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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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어찌하다 이 블로그에 들어오게 됐는데 고향이 장흥이시라니 !!
    저는 용산면 어서리가 외가이고 강진에서 살다 왔어요.
    이곳에서도 촌스럽기는 마찬가지 손바닥보다 약간 작은 텃밭에 여러가지를 심고 즐기고 있어요.
    저와 취향이 같으신 거 같아서 반가와요.
    근데 지금 여기가 어디세요? 새 땅을 사신곳은요?
    자주 들어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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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죄송해요. 오래된 포스팅이라 빨리 보지 못했어요..
    강진이라면 장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고향분을 만난 것 같아서 너무 반가워요. 전 테네시 낙스빌 (Knoxville, Tennessee)에 살고 있어요. 새로 산 땅도 같은 곳이구요.

    님의 이름을 보니, 어릴 때 생각이 다시 나서 웃음이 나오고 있어요. 어릴 때 시골에서 엄마를 동네 아줌마들이 들멀떡이라고 불러서, 아니..왜 엄마를 떡이라고 부르는 거야 궁금해 했어요, 나중에 나이가 든 연후에야, 엄마가 들멀이란 곳에서 시집왔다고 들멀댁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사투리심한 아줌마들이 그렇게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자주 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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