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날 오후에 애가 대학 기숙사로 들어갔다.
시원섭섭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먹먹함이 내 가슴을 메웠다.
어찌나 먹먹한지 밥도 먹기가 힘들었고
잠도 자기가 힘들었다.
시원하게 눈물이라도 나오면 좋으려만
슬프지는 않아서 그런지
눈물은 나오지 않고 생각이 아들에게 머물때마다
그저 눈시울만 뜨거울 뿐이었다.
간난 애 때부터 이쁜짓 했던 것들이랑
내가 화냈던 것들이 몽땅 다 생각나서
후회랑 연민이 물밀듯이 몰려오기도 했다.
좀 더 사랑해주고 좀 더 많이 안아줄 것을…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노파심에
따뜻한 말보단 혼냈던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가슴이 저며지게 아팠다.
사춘기 들면서 훌쭉 커버린 아들이 어려웠고,
고집이 세서 나랑 입씨름도 많이 했는데…
‘자기 없으면 엄마가 말싸움 할 상대가 없어서 많이 심심할거야’
하고 되려 나를
걱정하던 녀석이 이제는 다컸구나 싶어서
또다시 내 눈시울만 후끈하게 했다.
늘 입버릇처럼 하던 ‘사랑해’ 하는 말도
이젠 내 눈시울을 달구는 말이 되었다.
엄마가 나 시집가던 날 느꼈을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멀리 있는 학교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바로 코 앞의 대학에 보냈을 뿐인데…
이렇게 애를 떠나보내면서
나도 애도 좀더 철이 들어 가나 보다.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장이 있다는데,
우리 가족은 각기 새로운 장을 시작했다.
이제 더 큰 세상에 홀로 발을 디딘 애가
씩씩하고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양육기를 끝내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우리 부부의 남은
생에도
보람이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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