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23, 2012

대학 간 아들

지난 토요일날 오후에 애가 대학 기숙사로 들어갔다.  
시원섭섭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먹먹함이 가슴을 메웠다.  
어찌나 먹먹한지 밥도 먹기가 힘들었고  
잠도 자기가 힘들었다.  
시원하게 눈물이라도 나오면 좋으려만  
슬프지는 않아서 그런지 
눈물은 나오지 않고 생각이 아들에게 머물때마다  
그저 눈시울만 뜨거울 뿐이었다.  
간난 애 때부터 이쁜짓 했던 것들이랑 
내가 화냈던 것들이 몽땅 다 생각나서 
후회랑 연민이 물밀듯이 몰려오기도 했다 
좀 더 사랑해주고 좀 더 많이 안아줄 것을…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노파심에 
따뜻한 말보단 혼냈던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아서 
가슴이 저며지게 아팠다.
사춘기 들면서 훌쭉 커버린 아들이 어려웠고,  
고집이 세서 나랑 입씨름도 많이 했는데… 
자기 없으면 엄마가 말싸움 할 상대가 없어서 많이 심심할거야’ 
하고 되려 나를 걱정하던 녀석이 이제는 다컸구나 싶어서 
또다시 내 눈시울만 후끈하게 했다.  
늘 입버릇처럼 하던 사랑해하는 말도 
이젠 내 눈시울을 달구는 말이 되었다.  
엄마가 시집가던 느꼈을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멀리 있는 학교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바로 앞의 대학에 보냈을 뿐인데 
이렇게 애를 떠나보내면서 
나도 애도 좀더 철이 들어 가나 보다.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장이 있다는데,  
우리 가족은 각기 새로운 장을 시작했다.  
이제 세상에 홀로 발을 디딘 애가  
씩씩하고 현명하게 헤쳐 나가기를 바래본다.   
이렇게 양육기를 끝내고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우리 부부의 남은 생에도
보람이 가득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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