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론 Water spinach, 중국어론 옹초이, 베트남어론 라우몽, 태국에선 팍봉이라고 불린단다. 그리고, 한국말론? 잘 모른다. ㅎㅎㅎ
내가 처음으로 이 야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작년에 중국인 친구가 꼭 길러보라고 권장한 중국야채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 후로 중국 그로서리에 가서 이 야채를 보면 반가운 맘이 들어서 유심히 쳐다보았지만, 막상 어떻게 요리해 먹을 지 몰라 사오지 못한 것이 여러번이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용기를 내서 한 단을 사왔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마땅히 따라서 할 요리법을 찾지 못해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우리네 옛 속담처럼, 그냥 내가 가장 잘 아는 요리법을 들이 밀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한국 나물들 요리하듯이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살짝 버무려 먹는 것이었다.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다. Water spinach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향이 강하지 않다. 아니면 내 입과 코가 별루 예민하지 못해서 이렇다할 독특한 향은 느껴지 못했던지. 그래서 초고추장 맛이 그대로 느껴졌지만, 씹는 맛이 독특했다. 잎들은 미끄러울 것 같으면서도 많이 미끄럽지 않고 부드러웠고, 대는 미나리처럼 아삭아삭했다. 이 두 텍스쳐가 조화를 이루어서 씹는 맛이 꽤 좋았다. 어쩌면 이 텍스쳐가 바로 이 야채의 매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 단이 무지 커서, 보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정도였지만, 막상 데쳐보니, 애게….겨우 두 주먹정도로 양이 줄었다. 이거 완전히 뻥트기 야채였구만 싶었다.
중국 그로서리에 갔다가 또 이 야채를 한다발을 사와서. 반은 요리에 쓰고 반이 남았는데, 워낙 길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기가 힘들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나물사랑님이 언젠가 물에 담가두면 미나리처럼 뿌리가 잘 내린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마땅한 그릇이 없나 둘러보다가 디시워셔에서 몸말리고 있는 김치통이 눈에 들어와서, 거기에 담고 물을 넣어주었다. 햇빛드는 부엌 창가에 두니, 창문의 반을 가릴 정도다.
하루 반 정도 지나니 싱싱하던 잎들이 많이 누렇게 변해버렸다. 사올 때 싱싱해 보였지만, 다른 그로서리의 야채들처럼 너무 오랫동안 유통기간을 거친 것이다. 누렇게 뜬 잎들을 모두 제거해주고 나니, 하루 전만 해도 무성한 초록색이 너무나 예뻐서 근사해보이기 까지 했는데 이젠 꼭 쥐뜯어 먹은 것 같이 보였다. 꽃꽂이 하듯이, 처음부터 아랫잎들을 모두 제거해주고 물에 담글 것을…. 후회도 되었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다. 물을 갈아줄려고 들여다 보는데, 갑자기 희끗 희끗한 것들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물속에 있는 마디 마디에서 흰뿌리들이 제법 많이 자라 나와 있었다.
뿌리가 내리더라도 한 일주일 정도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틀만에 이정도로 자랐다면, 어쩌면 어제도 뿌리가 나와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누렇게 뜬 잎들에만 정신이 팔려 보지 못한 것 뿐이지. 이렇게 일주일을 병속에서 기르다가 냇가 모래밭에 심어주었다. 심어줄 때는 이불속에 뉘듯이 옆으로 심어두었는데, 일주일 지나서 가보니 이렇게 잎쪽이 위로 꽂꽂이 서있었다.
새 잎들도 꽤 많이 자라 나와 있었다.
여기는 겨울이 추워서 이렇게 심은 이 야채가 겨울을 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알고보면 이 야채도 아열대성 작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야채를 미나리처럼 여름동안 길러먹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 너무나 신났었다. (나물사랑님, 이 야채의 재미난 습성을 가르쳐 주셔서 고마워요…. ^ ^. )
그리고 일주일 후…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내 야채가 몽땅 사라져버린 것이다.
아니 어떤 무시기 놈이야! 흙위로 나와 있는 부분들을 싸그리 먹어치워버린 놈이…. 토끼인가? 아니면 사슴인가? 설마 슬러그들이? 정체도 알 수 없는 낯모를 짐승이 너무나 얄밉기만했다. 미나리는 그나마 잎들만 갉아 먹었는데, 이 Water Spinach는 줄기랑 잎이랑 아주 몽땅 다 먹어치운 것이다.
번식력이 너무 강해서 겨울이 따뜻한 많은 주에선 invasive plant로 심는 것이 금지 되어 있는 등 많은 주의를 요하는 식물이라고 해서 냇가에 심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심어도 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나랑 왠수진것 처럼 먹어치우는 야생동물들이 있을 줄이야… 너무 심하게 갉아 먹어서 싹들이 다시 돋아 나오진 않을 것 같다. 돋아 나온다 할지라도 또다시 먹어치울테…뭔가 야생동물로부터 보호장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일주일 지나서 다시 살펴보았지만, 새 싹이 다시 돋아 나오진 않았다. 거기다 모랫속에 묻혀있던 줄기 부분들이 썩어가고 있었다. 이 번에는 야생동물의 예상못한 기습에 약간 당황했지만 두 번 짼 알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