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강낭콩꽃 하면 늘 변영로 선생의 시 '논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위에
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그래서 그랬는지 강낭콩 꽃이 푸른색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여름이 덥고 건조한데 이런 지역에선 강낭콩종류들이 잘 자라지를 못한단다. 그래서 강낭콩 종류는 심을 엄두도 못냈었다. 그러다가 작년 봄에 GardenWeb site (http://forums2.gardenweb.com/forums/cornucop/)에서 Insuk’s wang kong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넝쿨 강낭콩 종류로 세대에 걸쳐서 몇 십년을 넘게 기르고 있고 자기 부인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부른단다. 이 종류는 아주 독특하게도 내가 사는 지역보다 더 건조하고 더운 아리조나 같은 곳에서도 잘 자란다고 했다. 왠지 이 넝쿨 강낭콩을 꼭 길러야 할 것 같은 사망감 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내 생전 처음으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이 콩을 좀 보내 줄 것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내게 되었다. 이메일을 보낸지 얼마 안되어서 응답이 왔다. 보내 주겠단다. 어찌나 기쁘던지. 나도 감사 답장을 당장 보냈다. 일주일이 안되어서 콩들이 왔다. 엄청 큰 콩들이였다. 왜 왕콩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Insuk’s wang kong 은 한국 강낭콩의 한 품종으로 간주 되어야 할 것 같다.
더이상 서리가 내리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해진 4월 말 정도에 왕콩 20개를 땅에 직접 심었다. 솔직히 말해 난 강낭콩이 자라는 것을 내 눈으로 본적이 없다. 그래서 물을 자주 주면서 가슴을 조리며 지켜 보았다. 심은지 일주일이 조금 지나니 싹들이 돋아 나왔다. 여러 종류의 다른 콩들을 길러 보았지만 이 강낭콩들은 자라는 속도가 정말 빨랐다.
하룻 밤만에 거의 한뼘도 훨씬 넘게 자라 나가는 것 같았다. 혹시 애들이 Jack’s giant bean stalk 이야기에서 나오는 콩이 바로 이 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런데 나를 더더욱 놀라게 한 것은 여름이 되니 눈이 부시게 선명한 붉은 콩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내가 보기엔 양귀비 꽃 보다도 더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Red (적색, 빨간색) 가 아니고 Scarlet (주홍색)!! 그래서 왜 넝쿨 강낭콩이 영어로 Scarlet runner bean 불리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 어느 구석엔 푸른색의 꽃을 피우는 넝쿨 강낭콩들도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논개의 마음보다는덜 붉겠지만, 눈이 부시도록 주홍색 넝쿨 강낭콩 꽃들이 생에 지친 나의 가슴을 저리게 하고도 남은 것은 사실이다.
난 올해도 이 인숙의 왕콩들을 심었다. 올해는 작년에 내 손으로 직접 수확한 콩들로. 올해는 좀더 일찍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싶어서 물에 하룻밤 불렸다가 먼저 화분에심기로 했다. 밖에 직접 심었다가 늦서리가 오면 안되니까. 여기는 4월 말까지 늦서리가 올 수 있는 지역이다. 당분간은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며 추워지면 실내로 가지고 들어 와야 될테니까. 일반적으로 콩들은 옮겨 심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옮길 때 까지 뿌리가 너무 웃자라지만 않으면 옮겨 심어도 잘 적응하는 것 같다.
작년에는 땅에다 직접 심느라 못 보았는데 올해 보니 다른 콩들은 떡잎이 땅위로 올라 오는데 이 강낭콩은 떡잎을 흙위로 올리지 않고 본잎을 대신 보낸다. 흙을 살포시 헤쳐 보았더니 초록색 떡잎이 콩을 심었던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다. 작년에 강낭콩 꽃 사진들을 찍지 못했는데 올해는 꼭 사진을 찍었다가 올리고 싶다. 그리고 이 콩을 보내준 Jim과 Insuk 님께 고마움을 진심으로 표시하고 싶다.
그걸 아는가? 강낭콩의 새 빨간 꽃들을 허밍버드도 즐긴다는 것을?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