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참 그렇다. 먹는 것에 이런 이른 이름을 붙인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만나면 따지고 싶었을 정도로. 여하튼 포리똥은 거의 앵두랑 같은 시기에 익는다. 그러니까 요즘.
3월 중순경에 하얀색의 작은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난다.
작은 잎들이 그 사이로 보일듯 말듯 숨어있다. 꽃은 보잘 것 없지만 무척 향기롭다.
포리똥열매는 성질이 매우 급해서 꽃이 완전히 지기도 전에 불쑥 불쑥 커지기 시작한다.
하긴 3월에 꽃이 피어서 5월중순까지 익어야하니 빨리 자라야 할 수 밖에. 영어로 포리똥을 Goumi라 한다.
3년 전 One Green World에서 두 개의 다른 품종 (Sweet Scarlet 과 Red Gem)을 사서 심었다. 그러면 열매를 더 많이 맺는다고해서. 작년엔 열매가 몇 개만 열렸는데 다 익기도 전에 새들이 몽땅 먹어버려 맛도 보지 못했다. 얼마나 서운했는지. 근데 올해는 꽃도 많이 피웠고 열매도 아주 많이 달렸다. 깜박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나가 보았더니 빨갛게 익어 있었다. 이렇게 빨갛게 익어있는데도 새들이 건든 흔적이 아직은 거의 없다. 거의 기적이다. 바구니 들고 나가서 신나게 따왔다. 내년에는 새 방지용 그물을 확 덮어서 얄미운 새들에게 기회도 주지 말아야지. 내 과일들만 안건들면 귀여울텐데..
두 품종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크기가 다르다.
근데 문제는 내가 둘을 심으면서,멍청하게도, 표시해두는 것을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느 품종이 더 큰 것인지 알려 줄 수가 없다. 카탈로그에 의하면 Sweet Scarlet열매가 크다는 기술이 있다. 그렇다면 큰 열매 쪽이 Sweet Scarlet인가?
근데 왜 포리똥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가끔 사람들이 보리똥 (이것도 이름이 정말 그렇다)하고 포리똥을 많이 혼동하는 것을 보았다. 잎이나 나무 수형이나 꽃이나 열매의 생김새가 많이 비슷하지만 둘은 전혀 다르다.
포리똥이 보리똥 보다 열매가 더 크다 보니 보리똥보다 더 소리를 세게 하다보니 포리똥이 된 것 아닐까. 포리가 파리의 사투리가 아니라 그냥 크기를 강조하느라 세게 말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 혹시 나만 이런 엉뚱항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고민하고 있었더니 나랑 같이 열심히 먹던 남편이 왜 포리똥인지 알 것 같다며 꿈보다 더 그럴듯한 해몽을 한다. 먹고 뱉어놓은 씨가 보리를 닮아있다는 것이다. 혹시 동물들이 보리를 그냥 먹고 소화가 안된채 싼 똥에 묻어나온 것이랑 비슷해서 이런 지저분한 이름이 붙은 것은 아닌가. 엉뚱하기는 하지만 그럴싸하기도 하다. 어쨌든 상상은 자유이니까. 부부가 닮아 간다더니. 이런 엉뚱한 상상력을 하는 것 까지....
덜 익은 것들은 시고 떨떠름하지만 빨갛게 잘 익은 포리똥은 입에서 녹을 적당히 시고 달다. 주먹 가득 집어서 하나씩 꼭지를 딴 뒤 한 잎에 가득 털어놓고 오물오물 씹으면 톡톡 터지듯이 살만 녹아 나온다. 어릴 때 시골집에서 따 먹던 그 맛이다. 어릴 적의 추억이 내 입속에서 머리속으로 톡톡 터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