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0, 2009

할머니 스타일 소고기 무우국

무우를 수확해 놓고 보니 갑자기 어릴 때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소고기 무우국이 너무나 먹고 싶어졌답니다.부리나케 냉동실을 찾아보았는데 마땅한 소고기 감이 없어서, 냉동실 한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LA 갈비살을 그냥 잘라서 쓰기로 했어요.

갈비살은 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핏물을 뺀 뒤 물을 적당히 넣고 팔팔 끓이다가.

필러로 껍질을 민 무우를 슬라이스 하듯이 칼로 잘라 넣습니다. 큰 무우는 한 개, 작은 무우 2 개 정도 이면 됩니다.

무우를 잘라 넣고 나서 뚜껑을 닫고 무우가 익을 때까지 한소큼 끓입니다. 무우가 다 익었으면 위에 뜬 기름들을 제거한 뒤 국간장과 맛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후추와 파를 조금 넣어도 됩니다.

복잡하게 들어 가는 재료도 없는데, 할머니가 끓여주신 이 소고기 무우국은 무우의 단맛과 시원한 맛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겨울만 되면 자주 해먹습니다. 이건 그냥 국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국밥으로 먹어야 더 좋습니다. 오래 간만에 먹는 것이라 마음이 급해서 막상 사진 찍는 것을 그만 잊어버렸어요. ^/^

이 글을 다시 읽는데, 할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허리띠를 질끈 매시고, 팔팔 끓는 솥 옆의 부뚜막에 얌점히 걸터 앉으셔서 무우를 썰어 넣고 있는 것을, 부엌으로 난 방문턱에 걸터 앉아 말끄러미 바라 보면서, 할머니 뭐해? 하고 물으시면 대답 대신 씩 웃어주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할머니는 지금의 저처럼 기름기를 제거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겨울에는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속이 든든하다고 생각하셨으니까요. 요즘처럼 다이어트에 목매다는 우리네의 현실관 거리가 먼 세상 사람이었나 봅니다. 아마도 기름기를 제거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셨다면 ‘매친 것’ 이렇게 한 마디 하실 것 같습니다. 할머니 그리워하는 저만큼 할머니도 제가 그리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오빠만 그리워 하면 할머니 미워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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