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1, 2009

깍두기 담그면서 한 생각들

뽑아 온 김장무우를 모두 깍둑 썰기 했습니다. 깍두기를 담글려구요. 동치미는 나중에 여유가 좀더 생기면 야콘이나 돼지감자로 담글생각으로 제쳐놓구요. 언젠가 야콘으로 담근 동치미를 보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저도 야콘 캐면 한 번 담구어 볼 생각입니다.

성희님이 무우청 안쪽을 깍두기 담글 때 넣으면 좋다고 해서 그리 해볼 요량으로 안쪽잎들과 바깥쪽 잎들을 갈라 놓았습니다.

안쪽 무우청잎들은 잘 씻어서 길이로 썬다음 소금뿌려 절여놓고,

무우는 소금 뿌려 좀 절여 놓았다가 고춧가루를 넣어서 빨갛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시어머님이 작년에 색이 고아서 샀다고 보내주신 고춧가루인데 냉동실에 저장해주고 김치 담글 때만 꺼내서 쓰고 있는데, 빨간색이 아주 곱습니다. 여기에 생강 다진 것, 마늘 다진 것, 파 썬 것, 새우젖다진 것, 소금, 설탕을 넣고 잘 섞어 놓았습니다. 여기에 절여논 무우청을 나중에 같이 넣고 버무려서 소금으로 다시 간을 했습니다.

약간 싱거운 것 같은데, 내일 다시 맛을 보고 마지막 간을 할 것입니다. 이상하게 피곤할 때 간을 보면 자꾸 실수를 하는것 같아서요. 이 깍두기들은 그냥 부엌 한 켠에 몇일 두고 어느 정도 익힌 뒤에 냉장고에 넣을 것입니다. 사실은 제 손으로 처음 담구어 보는 깍두기인데, 무우양이 많아서 적량하지도 못해서 조금 긴장이 됩니다. 이 깍두기가 맛이 있어야지 꼬리곰탕 끓여서 같이 먹을 수 있을텐데.

바깥쪽 무우청들은 그냥 데쳐서 일단 채반에 올려놓았습니다. 말릴 것인지 아니면 냉동실로 직행시킬지 생각좀 해볼려구요.

에이 이왕 고생하는 바에 왕창해버리자 싶어서 깍두기 담그는 김에 비트도 같이 썰어서 따로 깍두기를 따로 담구었습니다. 제가 이러다 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ㅎㅎ

남편이 지나가면서, 야 이걸 우리가어떻게 다먹냐? 하고 뼈담긴 말을 한 마디 던집니다. 제 속으로도 글쎄말이야 입짧은 우리 세식구가 이걸 다 어떻게 먹냐 싶습니다. 요즘의 힘든 경제를 위해서 자꾸 사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냉동실하고 냉장실 가득 채워놓고 안사먹고 있으니….힘든 경제를 더 힘들게 하지 않았나 조그만 죄책감도 한 번 갖어 봅니다. ㅎㅎㅎ 깍두기 담구면서 미국경제를 생각해야 하다니...ㅎㅎㅎ 좁은 텃밭을 갖고 있지만 생각만이라도 크게 하자구요!

5 comments:

  1. Oh my! You made all of these? They look so GOOD!

    Unlike me, it looks like you're ready for a long winter to sit back and enjoy the fruits of your hard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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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ㅎㅎㅎ 아직 보기는 좋은데, 맛도 좋을지는 의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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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색갈 고운 게...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어머니들이 담으시던 그런 분위기가
    사진 속에 있네요~~~

    su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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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시누이랑 시어머님이 보내 주시면서 '색깔은 고운데, 좀~ 매워, 그러니 알아서 써~. 그러시더라구요. 그런데, 밤늦게 담그느라 그 소리를 깜빡하고 예쁘다고 듬뿍 넣었지요. 어제 간보던 남편이....약간 맵다. 그랬어요 ㅎㅎ. 원래 안익은 무우가 원래 매운지라 무우 매운맛이랑 고춧가루 매운맛이 합해져서 더 그랬을 것 같아요. 그래도 기분은 짱!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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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무농사 잘 되셨나봐요. 깍두기가 먹음직 스럽네요.^^
    무청 보니까 감자탕이랑 씨레기 국이 생각나서 침이 꼴깍...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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