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01, 2010

도라지생채랑 고등어구이


5년근 도라지로 만든 생채랍니다. 새콤달콤한 고추장소스에 버물렀어요. 어릴적부터 오이넣고 이렇게 무친 도라지생채를 무척 좋아했답니다. 한국가면 엄마가 늘 만들어주는 요리중의 하나가 바로 이 요리이고요. 그래서 이 요리를 만들어 먹을 때마다 전 엄마생각이 난답니다. 엄마도 시장갔다가, 아니면 지하철 입구에서 팔고 있는 도라지를 보면 제 생각이 난답니다. 저거 사다가 무쳐주면 우리 딸이 좋아할텐데…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요.

도라지생채만큼이나 제가 좋아하던 다른 요리가 고등어구이였어요. 다른 집 엄마들은 초겨울이 되면 김장하느라 바쁜데, 울 엄마는 김치말고도, 저를 위해서 고등어김치(?)를 담구곤 했답니다. 가을에 나는 생고등어를 잔뜩 사다가 배를 가르고 씻은 후 굵은소금을 뿌린 후 김치 담듯이 항아리에 잔뜩 켜켜히 쟁여 넣었어요. 이것을 우린 고등어김치 담군다고 그랬고요. 걸어서 1시간도 더 되는 시장에서 그 많은 고등어를 사서 머리에 이고 와야 하셨는데도, 자식들 생각하면 하나도 무겁지 않다고 하시면서… 겨울내내 한 마리씩 꺼내서 하룻밤 찬물에 담구어서 짠기를 뺀 후 연탄불에 지글지글 구어 먹으면 얼마나 맛이 좋은지… 집을 떠나서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 김창완씨가 ‘어머니와 고등어구이’ 란 노래를 부를 때마다 눈물을 찔끔 거리며 엄마랑 엄마가 구어주던 고등어구이를 그리워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제가 한국에 가도 이 고등어 구이를 더 이상 먹을 수 없답니다. 엄마 말에 의하면 고등어는 연탄불에 구어야지만 그 맛이 제대로 나는데, 후라이팬에 구은 것은 맛이 없다고 더이상 고등어구이를 만들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끔 한국수퍼마켓 냉동섹션에서 소금구이 고등어를 발견하면, 사다가 후라이팬에 구어먹지만, 어릴 적 엄마가 구어주시던 그런 고등어구이 맛이랑 비교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제 생각엔 굳이 연탄불에 구어서가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 잔뜩 들어갔던 그런 고등어 구이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쉽습니다. 이제는 추억속에만 남아있는 그런 고등어구이가 생도라지 무침을 먹으면서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궁합도 안맞는 이 두요리를 생각하면서, 엄마생각에 갑자기 눈시울이 젖습니다.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해요. 시어머님도요…

3 comments:

  1. Charcoal 그릴에 구우면 연탄불에 구운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Hardware store에 한 $30불짜리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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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wwww, I can feel your mother's love for you and vice versa! Beautiful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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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ldman님, 진짜 charcoal에 구우면 연탄불에 구운 것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네요. 날씨 풀리면 한 번 시도해볼까 합니다.

    gardengal님, 나이가 들어가니 더 자주 어릴 적 생각이 나요. 그 땐 행복한 줄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그 때도 많이 행복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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