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 10, 2009

까마중 드디어 야채로 승화시키다.

고추밭에 세 그루가 자라고 있어서, 텃밭에 나갈 때 마다 까맣게 잘 익은 흑진주 같은 까마중을 한 줌씩 따서 입에 탁 털어놓고 오물오물 거리면 어릴 적 추억이 입안 가득 번지는 듯해서 행복합니다. 7월 부터 따먹기 시작했으니 벌써 한달도 넘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열심히~ 달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열매를 다는 기간이 길지요?

까마중을 손으로 하나씩 따면 꼭지가 붙었던 곳에서 씨들이 확 터져서 번지는데, 아무래도 이래서 상품화되기 힘드나 보다 그렇게 막연히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나 혼자만 먹기가 미안해져서 남편이랑 나눠 먹고 싶어졌어요. 아무래도 전 너무 착한 것 같아요?!! 그런데 한 개씩 따면 속이 터져 나와 나누어 주기가 뭐해서 까마중들이 달린 송이의 가지 전체를 따보았어요.

근데 이렇게 송이채로 따니까 터지지도 않고 좋네요. 요리를 장식하는데 쓸 수도 있고 조그만 이쁜 컨테이너에 넣어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실네에서 한 7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더라구요. 냉장고도 아니고 밖에서 7일이면 정말 오래 가는거죠? 까마중도 잘하면 상품화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그리고 그냥 까마중만 따로 먹기가 뭐하면 이렇게 샐러드에 넣고 먹어도 맛있어요. 까마중의 독특한 맛이 너무나 잘 어울려요. 이렇게해서 전 드디어 까마중을 야채로 승화시켰습니다. 진짜 대단하지 않나요? ㅎㅎ

요즘 사다 놓은 모짜렐라 치즈 먹어치우느라고 열심히 해먹고 있는 Caprese 샐러드랑도 너무 잘 어울렸어요.

그런데…괜히 남의 나라 국기를 대표한다는 샐러드만 먹다보니 억울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혼자 속으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태극샐러드를 한 번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태극기의 파란색을 어디서 구하냐구요? 블루베리는 솔직히 너무 진한 파란색이이구…. 알고보면 진짜 별걸로 고민하는 사람이랍니다 ^ ^.

5 comments:

  1. 혹 치즈를 파랗게 물드리면 어떨까요? 흠~ 치즈랑 블루베리를 같이 놓아두면 안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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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mokybear님 아이디어가 좋은데요.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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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이번 labor day 연휴에 이곳 ventura beach에 있는 미국 친구 별장을 빌려서 세부부가 1박 2일 하고 왔었습니다.
    그곳은 순 white 동네인데도 제가 들어가는 집 입구에
    어렸을 적 보았던 이 까까중이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냉큼 한번 따먹고..또 한번 따먹고 했습니다.

    이처럼 샐러드로 장식하니 참 좋은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네요.
    참으로 생각이 늘 기발합니다~~

    저는 이게 까까중이라는 이름으로 알았었는데
    오늘 보아하니 까마중이네요.
    올바른 이름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ung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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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hey look like black caviar in the salad photos:)...

    But I wonder why its name remind me of male students with shaved h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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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먹다가 지겨우니까 별별 방법을 동원하는 것 같아요. 계속 열리는 것을 안먹고 나둘 수는 절대로 없으니까요. 제 생각엔 지역마다 까마중을 부르는 명칭이 다른 것 같아요. 경상도에선 땡꼴이라고 부른다고 그러더라구요. 어쩌면 까까중도 이런 지역방언이 아닐런지요?

    아무래도 까맣고 반짝반짝한 것이 확 밀어버린 스님들이나 옛날 중고생들의 반짝반짝 하는 머리가 연상이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네요. 참 재미있는 식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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