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15, 2010

겨울을 난 시금치들로 만든 요리들

지난 겨울과 초봄에 이렇게 황량해 보이기만 하던 시금치밭이었습니다.

겨울동안 자라는 속도가 늦고 야생동물들때문에 수확도 한 번 못해보았는데 요즘 자라는 속도가 빨라져서

일주일에 한 번 씩 이렇게 한 바구니 가득히 잎들을 딸 수 있습니다.

지난 주에 딴 시금치 잎들론 남편이 알프레도 소스 써서 파스타를 해주었습니다.

맛있는지, 아들이 자기 것 다 먹고도 군침을 흘리는 것 같아서, 제 것의 반을 주었더니, 기껏 요리해주었는데 안먹는다고 절 못마땅해하는 것 같았지만 전 제 입보다 아들입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즐겁습니다. 이게 부모 마음이겠죠. 제 부모님도 그러셨을테구요. 심지어는 제가 식욕없어하면 당신 배아파서 낳지는 않은 며느린데도 울 시어머님은 막 서운해하신답니다. 그건 그렇고, 워낙 입맛이 까다로운 우리 앤데…파스타는 어찌나 좋아하는지…전생에 이탈리언이었나? 의심해봅니다. 파스타 좋아하는 남편도…혹시…? ㅎㅎㅎ

이 번 주말 아침에도 한 바구니 가득 따왔습니다. 지난 번보단 따온 양이 거의 두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시금치들이 많이 자란 거죠. 너무나 싱싱해 보이죠? 요즘은 그로서리가면 야채코너는 쳐다보지도 않고 건너뛴답니다. 제 야채가 더 맛있거든요.

전 울 집 남자들과 달리 토종 한국 사람답게 이렇게 시금치 된장죽을 끓였습니다.

식욕없는 날 아침에 먹기 좋은 죽이었습니다. 미소된장을 적당히 간이 맞을 만큼 풀고 된장국을 끓이다가 잘 씻은 시금치를 다 집어 넣고 살짝 익으면 찬 밥 남은 것 두 공기 넣고 한 번 더 팔팔 끓이면 됩니다. 우리집 식구가 달랑 셋이라서 두 공기지, 식구수가 많으면 더 많이 잡아야 하겠지요.

그런데 왜 시금치를 캐서 쓰지 않고 잎만 따오냐구요?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 번 째는 이렇게 잎을 따면 상추들처럼 수확기간이 늘어나 좋습니다. 두 번 째 이유는 잎만 따오면 씻는 것이 아주 편합니다. 다듬을 필요없이 두 세번 헹구면 바로 쓸 수 있으니까요. 늦 봄 꽃대가 올라가는 것이 보일 때까지 전 시금치를 뿌리채 캐지 않고 이렇게 잎만 따서 쓴답니다. 그로서리에 가면 왜 시금치를 잎만 따서 백에 담아서 팔자나요? 어쨌든 그걸 보고서 흥! 나도 그렇게 따서 쓴다 뭐 했지요. 한 번도 시금치를 길러 보신 적이 없으시다면, 지금 시금치씨를 뿌리시지 마시고, 올봄에는 그냥 제 시금치 요리를 보시면서 군침만 그냥 흘리시고….(저 지금 너무 얄밉죠?) ㅎㅎ…올 가을 날씨가 쌀쌀해지면 저랑 같이 시금치씨를 심으시면 됩니다. 시금치 씨는 굳이 한국 산을 쓸 필요가 없고, 가든센타에 가실 때 시금치씨를 보시면 그냥 한 봉지 사두세요. 가을에 찾으면 없을 때가 많거든요.

4 comments:

  1. Wow, are you really getting all these spinach from your garden? Are you sure they didn't come from Costco?:) They look so healthy!

    ReplyDelete
  2. 진짜로 제 시금치들이라니까요...;) 이 맛에 가을만되면 시금치씨를 뿌린답니다.

    ReplyDelete
  3. 파스타를 만들다가 어느 시점에 시금치를 넣는지요? 저도 한번 만들어 가족들에게 먹여볼까 합니다.

    ReplyDelete
  4. 울 남편 스타일은 소스 (instant 알프레드 또는 토마토 소스)를 끓이다가 데친 새우랑 시금치 넣고 살짝 익힌 뒤, 익힌 파스타를 마지막으로 넣어서 섞어 주면 끝. 시금치나, 토마토, 양파 썬 것을 같이 넣어 주기도 해요. 무척 쉬어요. 근데도 파스타 해준 날은 얼마나 어깨에 무게를 넣는지... 아마도 그 재미에 요리하는 듯 합니다. :)

    Reply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