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용 잎채소들이 뭐가 있을까?
며칠 전 갑자기 생각이 들어서, 꼽아보았는데, 이건 순전히
내가 생각하는 여름을 위한 ‘잎’ 채소들이다.
대부분의 봄가을 야채들은 이른 봄에 심었다가 한여름이 시작되면 꽃대를 올려버리므로 여름채소에서 빼고,
허브랑 열매를 먹는 것들도 빼고 나니 많이 허접해진다. 어쨋든 잎채소들이니,
여름 야채들도 상추처럼 수확해도 계속 다시 자라 나오는 것들이어야 한다. 영어론 이런
것들을 cut and come again vegetables이라고 한다. 내가 엄청 좋아 하는 스타일…ㅎㅎㅎ
혹시나 나처럼 궁금증이
생기신 분들이 있으면 아래 목록을 읽어가기 전에 눈감고 혼자 상상해보았다가 비교해보면 어떨까 하는데…상품은 없고 그냥 재미로~~~^^
이 중 몇 가지는
한국인들에겐 생소하거나 말도 안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땡볕 여름을 잘 견디는 잎채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보니, 몇 종류는 완전 잡초들…
좋게 말해서 들나물...
이 것들 고르면서
엄청 고민했다는 사실…
도데체 누가 알아줄까?
1. 근대
내 여름텃밭에 근대
없으면 헛 것이 될 정도로 효자둥이 잎 야채. 봄 가을에 심으면 세 계절 식탁이 즐거운 야채. 말렸다가 건나물로 요리해도 넘 좋은 내 사랑
근대. 난 근대 싫어하는 사람들이랑은 놀지도 않는다.
2. 들깨 또는 깻잎
무슨 말이 필요할까? 데쳐서 무치고 볶고, 지지고,
튀기고, 김치만들고, 장아찌 담고,
된장에 박고, 쌈 싸먹고. 없으면 그야말로
서러운,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최고의 여름채소.
두 말 하기도 싫은 여름식탁의 일등공신이다.
3. 부추
부추는 자주 수확하면
점점 더 잎이 가늘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자라라고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서 부추밭을 만들면, 1/3으로 나누어 돌아가면서 수확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나 생각 진짜 많이 했다. 집에 부추밭을 조그맣게 만든 후,
부추를 돈 주고 사먹어 본 지 한 10년은 된 것 같다. 부추는 텃밭이 없으면 화분에라도 심어서 가꾸고 볼 일이다.
4. 열무랑 터닢 종류
터닢은 물론 뿌리를
목적으로도 하지만, 잎은 열무나 무우잎처럼 요리할 수 있다. 단기 속성재배를 하는 것이 좋은 야채들이어서 씨를
뿌리고 물을 잘 주어 몇 주만에 길러서 수확해야 잎과 대가 보드랍고 질기지 않다. 물김치도 좋고, 데쳐서 무쳐 먹어도 좋고,
감자탕에 넣어도 좋다. 하긴 말려서 시래기로 써도 될 것 같다. 뭘 한들 나쁠쏘냐~ ~ 심고 가꾸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 이 두 종류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심어서 가꿀 수 있는 야채들이기도 하다.
5. 고구마순
고구마순 아니면
고구마줄기 …헷갈리지만,
여튼 잎줄기 아니 대…아이 몰라 ~ ~
껍질 벗겨서 살짝
데친 뒤 요리해 먹으면 죽음. 동남아 지역에선 대말고 잎도 요리한다고 그러는데, 너무 미끌거려서…. 된장국이나 스튜엔 괜찮을 것 같지만 그 외엔 고개가 절로 절로… 여튼 난 말린 고구마순
요리는 싫어하는데, 생고구마순은 뭘 만들어도 맛있는 것 같다. 다듬는 것이 좀 고생스럽지만, 남편에게 애교를 부리면 이 것도 해결…아님, 재미있는
드라마 보면서 다듬든지…
6. 미나리
애들은 계속 잘라서
수확을 해주어야지 꽃대를 올리지 않고, 연한 순을 계속 올려줌. 워낙 번식을 잘하는 애들이라서 씨까지 만들게 하면 절대로 안된다.
물에서 기르면 물미나리, 땅에서 기르면 땅미나리인데, 생각관 달리 건조한 땅에서도 제법 잘 자란다. 대신 땅에서 기르면 한 여름에 많이 뻐셔지는 단점이 있다. 연한 미나리대는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지만, 뻐신 미나리대랑 잎도, 잘게 썰어서 약간 매콤 짭쪼름하게 양념해서 밥에 넣고 비벼먹으면 입맛 없는 여름철엔 아주
좋은 것 같다. 이래서 살과의 전쟁이 시작되었음.
7. 아욱과 여러 종류의 mallow들
아욱
Common mallow (학명: Malva sylvestris)
Musk mallow (학명: Malva
moschata)
Marsh mallow (학명: Althaea officinalis)
물론 봄과 가을에
나오는 아욱잎이 연하고 맛이 있다. 하지만 아욱은 꽃이 피고 열매가 맺어도 뻐신 잎들을 따서 된장국을 끓여 먹을 수 있는데, 대신 손빨래 하듯이 짓이겨서 풀즙을 빼고, 뻐신 잎맥들도 빼고 된장국을 끓여야 맛있다. 아욱이나 멜로우 종류들 키울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질소 비료 (N) 를 너무 많이 해서 기르면 안된다고 한다. 그러면 유독성 질산염을 축적해서 우리 몸에 해를 줄 수도 있다고 하는 우려를 어디선가 읽었다. 하긴 그럴만큼 내 텃밭이 비혹하지도, 게을러서, 유기농야채를 추구해서 겸사 겸사 비료를 거의 주지 않는 내 텃밭에선 염려없지만. 여름이 습한 곳에 사시는 분들은 절대로 질소비료나 머뉴어를 너무 많이 주지 말고 아욱을 기르시길..참고로 머뉴어중 소똥이나 닭똥에는 질소성분이 좀 많고, 말똥이나 토끼똥들은 그렇지 않다고 함.
한국아욱이 물론
좋지만, 매년 씨를 심고 길러야
하는 귀찮음 때문에 다년생 멜로우들을 아욱처럼 길러서 식용해도 좋을 것 같다. 아직 멜로우 종류를 식용해보지는 못해서 자세한 것은 설명할 순 없지만,
일단 다년생이고, 꽃들이 예뻐서 관상용으로도 좋아서 완전 일석이조일 것 같다. 거기다가 몇 종류는 아욱꽃(이건 너무 안이쁨)관 달리 너무 화사하고 예뻐서 관상용으로도 좋은 것 같음. ~
~ 완전 내 타입~ ~
8. New Zealand Spinach (번행초)
시험삼아 조금씩
심다가, 점점 더 빠져들고 있는
야채이다. 시금치랑 같이 칼슘올살레이트 함량이 높아서 꼭 데쳐서 먹어야 하지만, 수확하면 할 수록 가지를 더 잘 쳐서 자라는데, 문제는 이 곳의 한 여름 땡볕을 싫어해서 그늘에
심어야 한다는 것. 겨울이
따뜻한 곳에선 다년생이고, 그렇지 않은 곳에선 일년생인데, 씨가 절로 떨어져서 다시 싹이 터오르는 때도 있었다. 생으로 먹으면 짭조름하다는데, 꼭 데쳐서
먹는 것이 좋을 듯 하다.
NZ spinach 씨는 발아가 불규칙이고 시간이 걸리는데, 하루 정도 물에 담구었다가 '약간' 젖은 페이퍼타올에 올려서 접시로 덮어두고 마르지 않게 몇 일 나두었다가 싹이 나는 것 같아 보이면 그 때 심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일단 텃밭에서 자라기 시작하면 순을 따서 수확하면 되는데, 순을 따줄 수록 곁가지를 더 많이 내므로 자주 수확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건조에 약간 강하지만 자주 물을 주어야 한다.
9. 비름종류
참비름
Leafy Amaranth 종류
Amaranth도 알고보면 품종이 다양한데, 꼭, 잎채소용과 열매용을
구별해서 사야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닭을 치면 열매용도 괜찮겠지만. 참비름이랑 사촌격인데, 잡초인 참비름보다 텃밭에서 더 키우기 편한 것 같다. 아마도 맨드라미도 열매용에 해당하는 비름종류이지
않나 싶다.
10. Beet Greens
비트는 버릴 것이
없는 전천후 야채이다. 뿌리도 먹고, 위의 잎이랑 대도 먹을 수 있으니. 비트피클
좋아하는 나로썬 많이 많이 심어도 전혀 버릴 것이 없는 야채중의 하나이다. 비트잎은 근대처럼 독특한 향이나 맛이 없어서 양념 맛에 좌우대는 싱거운 애다.
이런 무미한 애들이 싫으신 분들에겐 건나물로 만들기를 추천.
11. Brassica family vegetables
Collards
Cabbages
Brussel
Sprouts
콜라비
Broccoli
봄채소라만 알고 있으면 오산... 여름에도 계속 기를 수 있다. 암예방에 좋다하니… 생각밖으로 병충해에 강해서 (물론 벌레를 열심히 잡아준다는 조건하에) 텃밭에서 소량으로 기르면 좋은 것 같다.
거기다가 너무 크거나 억센 것들은 녹즙으로 먹으면 좋으니까. 할레퀸 버그들이랑 나방이 애벌레 때문에 여름엔 잘 안길렀는데, 다양한 식탁을 위해서 앞으론 꼭 길러야지 벼르고 있다. 콜라비랑 브러셀 스프라우트 빼곤, 이른 봄부터 시작할 수 있고, 연속으로 심어갈 수도 있으니 여름채소로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거기다 굳이 새싹채소를
식용할 생각이 없다면, 가든센타에서 6 팩이나 9팩으로 파는 것을 사다가 심는 것도 좋을 듯.
Brussel sprouts.
이 야채는 아직 생소하지만, 난 늘 겨울야채라고만 생각을 했다. 기르는 시간도 오래 걸려서 차라리 사먹는 것이 났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초여름부터 기르면
맨 아래 잎대의 안쪽으로 부터 조그만 양배추가 생기는데, 이 것이 생기기 시작하면 잎을 따주어야 한단다.
따준 잎이 좀? 아니 많이 뻐시긴 한데, 갈아서
녹즙으로 마시거나 잘 데쳐서 만두속 재료를 넣고 또르르 말아서 롤로 요리하면 좋다고 한다. 애도 알고 보면
꽤 실속이 있을 것 같다. 애들아 나랑 좀 친해보자꾸나~ ~
양배추는 봄부터 길러서 여름에 수확을 하는데, 수확할 때 뿌리채 캐지 않고, 바깥쪽 잎 몇 개를 놔두고 칼로 통만 잘라내면, 조그만 양배추들이 남겨진 잎의 안쪽에 다시 자라나온다고 한다. 이 것들을 다시 가을에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하니..마치 브러셀스프라우트처럼... 믿거나 말거나... 애들하고 같이 한 번 정도 시도해도 재미있을 듯...
12. Young leaves and shoots
squash/pumpkin
cucumber
bitter melon
chayote
박
호박잎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고..데쳐서 쌈싸먹고,
잘게 썰어서 된장국에 넣고 끓여도 맛있으니까. 그런데, 동남아 지역에선 오이 어린 순
(잎과 기어올라가는 덩굴)도 요리해 먹는다고 한다. 근데 오이순을 따먹으면 오이는 어디서 열린담? 비터멜론과 박의 의 잎과 순도, 차요테이라는 호박 비스끄름한 열매가 열리는 남미야채도 잎과 순을 요리할 수 있다고 한다. 하긴 독성만 없다면 뭐를 못먹을까...ㅎㅎㅎ
그럼 수세미? 수세미는 솔직히 모르겠음.
13. Water spinach (옹초이?)
한국인에겐 낯설지만, 동남아나 중국사람들은 많이 요리해먹는 것 같다. 스터프라이 하면 잎은 부드럽고, 줄기는 사각거려서, 요즘은
일년에 한 두 번 사다먹는 몇 안되는 야채중의 하나이다.캐나다 중국씨앗 회사에서 세 종류의 씨앗을 팔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 씨앗들은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안판다고 함. 캐다분들은 좋겠다...부러움.
14. Lamb’s Quarter(명아주)
잡초이지만, 여름에 잘 자라서 나물로 요리할 수 있다. 처음엔 내 텃밭에 조그만 나무처럼 자라 있는 것을 보곤 잡고 캐다가 엉덩방아 몇 번 찧은 적이 있어서 귀찮은 잡초로만 알고 있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식용이라는 것을 알곤, 잘 자라게 놔두었다가 가지를 많이 치면
(잡초라서 많아 보았자 한 두 그루여서) 많은 잔가지의 순 (연한 잎 두 세개를 포함한)을 모두 따니 그런데로 양이 꽤 되었다. 워낙 가지를 많이 치는 애라서. 좀 오래 ~ 데쳐서 무치면 넘 맛있는데, 처음엔 잘 모르고
슬렁슬렁 대강 데쳤다가, 뭐 이런 뻐신 것도 나물이 있담 오해를 했더랬었다. 워낙 새순을 잘 내서 순을 몽땅 다 뜯어내도 몇 주 있으면 또 그만큼 많은 순을 내서 두 세 번 수확이 가능하다. 이젠 초여름에 텃밭에서 자라고 있으면,
주변 야채들을 모두 뽑고 자리를 마련해 줄 정도로 내 사랑이 자라고 있는 잡초성 식용나물이다. 이 종류도 잎의 색깔따라서 purple and alba
두 품종이 나오는데, 자주색이 더위를 더 잘 견딘다고 한다.
15. Orach 또는 Orache (학명: Atriplex hortensis)
한국인에게 무척
낯선 나물이지만 위의 자라는 습성이랑 요리법은 명아주랑 아주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명아주나 시금치처럼 요리하면 되고, 유럽사람들은 슾으로도 많이
만들어 먹는 것 같다. Purple 종류가 있는데, 가든에 심어서 가꾸면
이쁠 것 같다.
16. 쇠비름(Purslain)
잡초성 나물이라서
여름 텃밭에 여기 저기 자라 나오는데, 이 것도 데쳐서 무치면 새콤한 맛이 있어서 좋다. 꽃이 피어도 수확을 할 수 있는데,
5가지 색을 가지고 있는 몸에 좋은 나물이라고 한다 (하얀 뿌리, 초록 잎, 노란 꽃, 까만 씨, 붉은 줄기). 그렇담 나도 오색을 가지고 있다. 까만 머리, 빨간 입술, 하얀 이빨, 살색, 멍들면 푸른색…멍이 잘 드는 체질이라서 ㅎㅎㅎ
17. Egyptian spinach or Molokhiya (학명: Corchorus olitorius)
한국인에겐 낯선
야채이다. 미네랄과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서 고대에 이집트 왕들이 아프면 죽으로 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야채를 소개하는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들었던 궁금증.. 근데 왜 이 이집트
왕들은 아플 때만 이 야채 슾을 먹었지? 안아플 때도 많이 먹었으면 아프지 않고 건강했을텐데…
여튼 면역기능을
증진시켜 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무기력해지기 쉬운 여름철 건강에 무척 좋은 야채임엔 틀림없다. 몇 년 전에 늦봄과 초여름에 씨를 심어서 길러보았는데,
벌레도 타지 않고 그런데로 잘 자라 주었다. 잎과 순을 따서 된장국에 넣었는데,
약간 미끈거리는 것이 아욱이랑 비슷했다. 애도 순을 수확하면 가지들을 잘 치는데,
여름 텃밭을 위해 몇 그루 기르면 재미있을 것 같다.
18. 토란대
이거 여기에 올려도
될까? 잎이 아니고 잎대이니까
고구마순처럼 당연히 여름채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안그럼 토란대가 울고 갈테니까. 난 토란대의 팬은 절대로
아니다. 일단 벗기는데 손 근지럽고
생토란대를 요리를 먹어본 적도 없으니까. 하지만 말린 토란대 없으면 육개장이 서러울테니까, 그리고 여름에 수확해서 말려야 좋지 않을까 해서…
19. Malabar Spinach or Ceylon spinach
여름 채소이긴 맞는데, 애는 진짜 난감. 1년간 죽어라고
길렀지만 내 입맛엔 땡. 요리방법을 몰라서 그럴꺼야 하고, 또 1년을 길렀지만,
여전히 땡. 그래서 접었는데, 씨가 떨어져서
다음 해에도 그 다음 해에도 계속 자라 나왔다는 것. 초여름까지도 잠자코 있다가 한 여름 다른 식물들이 불볕
더위로 해롱 해롱 거릴 때면, 짠 하고 나타나서 확~ 자라는 신기한
애. 물도 안주는데도, 울타리 한 쪽을 다 덮을 정도로.
진짜로 이 점만 좋았다. 이 식물의 요리를 좋아한다면 최고의 여름 야채인데…
난 그저 신기해서 관상용으로 즐겼고, 이 야채의 미끌거리는 맛을 좋아 하는 일본
친구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내가 몇 년 키워서 정이 못든 유일한 야채. 누군가 이 식물로 기찬 요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 전엔 내 텃밭에서 아웃이다. 하지만 이
것은 내 식성탓이고, 동남아나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보면 뭔가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 듯…그래서 맨 꽁찌로… ^^
또 뭐가 있을까? 물론 더 있겠지만, zone 6b-7인 내 텃밭에서 기를 수 있는 여름용 잎야채들만 목록에 넣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