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별스런 제비들이 많다. 강남제비가 있는가 하면 절벽제비도 있으니까.
메도우스위트 가는 길에 하이웨이가 위로 지나 가는 곳이 있는데, 그 하이웨이의 아랫 쪽에 이렇게 호리병 주둥아리 처럼 생긴 집들이 쪼로록 붙어 있다.
봄이 되면 새들이 와서 알을 까고 새끼를 치다가 가을이 되면 떠나는 철새들이 사는 듯 했다. 그런데 남편이 어느날 그 철새들의 이름을 조류도감 (조그만 Field
Guide Book)에서 찾아 냈다고 보여 주는데, 새집 모양이며 새그림이 아주 똑같았다.
바로 이 철새들의 이름이 Cliff Swallow, 그대로 직역해서 절벽제비인 것이다.
절벽이나 이런 높다란 곳에 집들을 짓는다고 해서 절벽제비란 이름이 붙었단다. 한국제비들은
암수 한 쌍이 처마밑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치면서, 철저하게 단독주택생활을 한다. 그런데 이 절벽제비들은 이렇게 떼거지로 아파트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다.
겨울동안 텅 비어 있던 집들이었는데, 2주전인가 부터 갑자기 절벽제비들이 우글우글 떼를 지어 다니면서 소란스러워졌다.
새로 집을 짓지않고 원래 있던 집들을 조금씩 보수해서 그냥 사용하는 듯했는데, 원래 주인들이 다시 들어 오는 건지 아니면 오는 순서대로 집을 차지하는 지 모르겠다. 어쩜 힘없는 부부들은 새로 집을 지어야 할 지도…
자꾸 와서 먹이를 주는 것 같아서 벌써 새끼들이 나왔나 싶어서 자세히 보니,
어른 새가 들어 앉아 있다. 아마도 벌써 알을 낳고 교대로 알을 부화시키는 동안 이렇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것 같았다.
절벽제비들의 큰 특징은 부리 위로 하얀 무늬가 나 있어서 마치 순악질 여사의 일자 눈썹, 이 경우엔 하얀 일자 눈썹, 그러니까 백미가 있는 것이다.
세상은 넓다더니, 별 재미있는 제비들도 다 있다.
그러데, 애들은 겨울동안 어디에 갔다가 온 걸까? 따뜻한 커리비안 해변을 노닐다가 온걸까?
아니면 플로리다 올란도에서 놀다가 온걸까? 그냥 그 곳에 계속 머물지 왜 힘들게 왔다 갔다 다닐까? 여기 여름도
장난아니게 더운데… 나라면 그냥 그 곳에 머물텐데… 연어가 태어난 곳에
되돌아가서 알을 낳듯이 이 제비들도 귀소 본능이 아주 강한 것 같은데…왜 그럴까? 가끔씩 반복되는, 그래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생활이 짜증나고 답답해질 때,
이렇게 시선과 생각을 자연으로 돌려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러면 세상의 온갖 미스테리들이 내
머릿속을 채우면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이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