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그들 때문에 속상해본 사람들을 위해 바치는 글!!
[슬러그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내가 맨 처음 민달팽이 (Slug)를 본 것은 집 뒤에 텃밭을 일구고 거기에 딸기를 가꾸기 시작했을 때였다. 어떤 짐승인지 아니면 벌레인지 모르겠지만 전 날 더 빨갛게 익으면 먹을라고 찜해 둔 딸기들을 꼭 찝적거려 놓는 것이었다. 그것도 빨간 부분만 도려 파먹듯이 작살을 내 놓은 것이었다. 그것이 한 번도 아니고 매일 아침 그런 일이 반복되니 어찌나 화가 나고 억울하던지. 눈물이 다 나올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드디어 괴상하고 징그럽게 생긴 애가 내 딸기 근처에서 기어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내 가운데 손가락 길이와 두께만큼이었다. 너무 놀래서 소리를 질렀더니 남편이 후다닥 뛰어나왔다. 내가 뱀이라도 본 줄 알았나보다.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어서 막대기로 집어 소금물이 든 비닐 병에 넣어버렸다. 그러고도 느물 느물 거리는 것이 어찌나 찝찝하던지.
인터넷으로 딸기를 먹는 해충들이 있는 지 구글을 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뜬 것이 슬러그였다. 거기에 사진이 실려 있는데 영낙없이 내가 아침에 본 그놈이었다. 민달팽이 종류로 야채를 기르는 사람들의 천적이란다. 지렁이처럼 암수가 한 몸이라 한 마리만 있어도 번식이 가능하단다. 그러면 내가 쓰는 놈이라는 호칭은 분명 잘 못된 것이다. 이건 놈도 년도 아니니까. 그래도 난 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 맘이니까. 어쨌든 내게 죽임을 당한 그 슬러그는 아마 2년도 더 된 것 같다. 여기저기에 슬러그를 없애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야채밭에 지독한 약물들은 쓰기 싫어 이것 저것 가리고 나니, 어째 그리 속시원한 것들은 없었다. 한 가지 그래도 쉽게 써볼만 한 방법이 김나간 맥주를 요루르트 통에 조금 넣고 피해가 심한 야채밭에 땅높이로 묻는 것이었다. 남편이 가끔 혼자 맥주를 마시는 덕에 집에 늘 맥주가 있었다. 근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그렇게 굴러다니던 맥주가 어째 오늘은 한 병도 눈에 안뛴다.
남편이 내 부탁으로 불이나케 나가서 맥주를 한 팩을 사왔고 난 한 캔을 들고 뛰어나갔다. 시험해 볼려고. 미리 모아둔 6개의 요구르트통에 맥주를 붓고 딸기밭 여기 저기에 뭍었다. 이거 모을려고 아들에게 5불이나 뺐겼다. 다음날 아침 나가보니 5-6마리가 빠져서 죽어 있었다. 신기하게도 슬러그들이 이스트 냄새를 좋아 한단다. 한 3일을 시도하면서 어찌나 남편에게 자랑을 했더니 남편은 내가 슬러그 박사가 다 된 줄 알았단다. 근데 몇 일 계속하다 보면 빠져 죽는 슬러그가 더 없을 줄 알았는데 계속 그 정도로 잡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진지하게 구글을 하면서 슬러그의 생태부터 번식방법까지 공부를 하기시작했다. 박사가 따로 있나, 공부하면 박사지~. 오래전에 죽었던 그 누군가 유명한 사람이 그랬다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전쟁에서 백 번을 싸워서 모두 이길 수 있다고. 근데 신기한 것은 그 느려빠진 슬러그들이 하루 밤에 10미터 정도를 기어갈수 있단다. 그렇담 우리 옆집 슬러그들도 맥주냄새를 맡고 오나. 은근히 겁이 났다. 맥주를 놓은 것이 어쩌면 여기 맛있는 것이 있으니 어서 오세요 하는 잔치 광고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어 그 방법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딸기가 다 익기도 전에 따서 먹어야했다. 내 참. 슬러그들 극성에 내 딸기도 내 맘대로 못따먹고. 와 짜증난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새 봄이 또 왔다. 또다시 딸기꽃들이 피니 반갑기도 하고 작년 일이 생각나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난 슬러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슬러그들이 알던지 모르던지. 부시 대통령만 이런 거 선포하나 나도 한다 뭐. 전쟁선포하는 것이 별거긴 하지만 그래도 슬러그들에게 내 기어이 작년의 앙갚음을 해서 허락없이 내 딸기먹는 놈들의 끝을 보여주어야지. 니 놈들은 내게 다 죽었다. 난 매일 한 30분정도 일찍 일어나 슬러그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불심검문하기 시작했다. 잠옷 바람에 세수도 안한 눈꼽 잔뜩 낀 얼굴에 부시시한 머리로, 한 손에는 젖가락을, 또 다른 손에는 소금이 잔뜩 든 비닐 병을 들고 출동. 비싼 돈들여 울타리 한 뒤로 난 최소한 뒷뜰에서는 용모나 복장에서 자유로와 졌다. 서서 보면 잘 안보이니까 쪼그리고 안자서 오줌누는 폼으로 바닥과 야채들 사이를 째려 보면 천천히 기어다니는 슬러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한 놈씩 잡아서 소금 통에 빠트리면 금방 죽었다. 진지한 불교 신자도 아니면서 괜히 이러다 천당 못가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빨간 딸기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게되었다. 이러면서 난 점점 더 심각한 슬러그 킬러가 되어가고 있었다. 2-3일 지나니 중독증세까지 나왔다. 아들, 남편 아침밥 챙겨 주는 것도 잊어버리고 슬러그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다가도 그만 또 잡다 보면 시간 가는 것을 깜박깜박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세상의 못된 놈들을 부르는 명칭까지 바뀌게 되었다. 그 전에는 “진짜 저런 못된 놈이 다 있담” 에서 “슬러그만도 못한 놈”으로 탈바꿈했다. 비 온 다음 날은 남편이 아무 말 않고 애 아침을 먹이고 학교에 데려다 주고 왔다. 맘에는 안들지만 슬러그 잡는 것에 미쳐 전쟁까지 선포한 마누라에게 말로해도 통할 것 같지 않아서. 슬러그 잔뜩 잡아논 소금통을 보면서 Ebay 에 슬러그젓이라고 올리면 누가 안 살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기를 한 보름. 이제는 새끼 슬러그들만 간간히 눈에 띄는데다가 아침 잠이 많은 내게 육체적으로도 무리가 오기 시작해 잠시 슬러그 사냥을 접기로 했다. 아직도 한 두개의 딸기들에서 슬러그의 흔적을 보지만 그정도는 견딜 수 있었다. 슬러그와의 전쟁 후 딴 빨간 딸기를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들하고는 인생을 논하지도 말자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예쁜 딸기만 골라먹는 내 아들과 남편을 난 가만히 째려 보게 된다.
일주일 뒤, 일에서 돌아와 딸기를 따는데, 우째 또 이런 일이. 내 딸기를 먹어치운 자국들이 여기 저기 있는 것이다. 아침까지 멀쩡했는데. 이건 슬러그 짓은 분명 아니다. 슬러그는 일단 밤이나 새벽에만 일을 저지르는데다가, 빨간 부분만 건들지 통채로 먹지는 안는다. 거기다가 흘린 흔적이 있다. 난 CSI 형사처럼 사건 현장을 꼼꼼이 조사했다. 이건 벌건 대낮에 아무도 집에 없을때 벌어지는 일이 분명하다. 찬찬히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 울타리 위를 기어가는 다람쥐 한 마리를 본 적이 있었다. 난 나무 사이에서 울고 있는 새들도 다시 쳐다보기 시작했다. 새나 다람쥐가 한 짓일 수도 있으니까. 이 나쁜 슬러그만도 못한 놈들. 난 또 이들과도 전쟁을 선포해야하나. 아이고 몸상하는 그 놈의 전쟁 작작해야되는데. 진짜 내 딸기 한 번 먹기 힘드네.
Winter Carrot Sides
6 hours ago
Heeheehee haahaahaa!:) Sorry, I can't control myself! I would love to know one nice thing slugs do for us....
ReplyDeleteI am truely content that at least I made you laugh. Some scientiest believe that slugs take some part in the bottom of the ecosystem as a decomposer. But i think its voracious eating habit is getting in the way of our image as a nice guy in the ecosystem.
ReplyDeleteI found out this morning that I lost more seedlings to slugs last night even though I had covered them up with 4" pots. I thought I had outsmarted them but.... I decided that it's time I get proactive on how to get rid of them instead of complaining about them.
ReplyDeleteOne idea I have is to develop something that I can paint on dandelions so slugs will go after dandelions and leave my precious stuff alone:).... Don't you think this is a good idea to get two birds with one stone?
I think it is a good idea to use a decoy. Then, what is the something that you want to paint on dandelion leaves to attract slugs?
Reply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