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30, 2009

깍두기와 같이 먹는 꼬리곰탕


요즘은 월마트에만 가도 꼬리를 살 수 있어서 좋지요. 꼬리곰탕은 끓일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 번 끓여 놓으면 3일은 잘~ 먹을 수 있어서 좋답니다. 미국에서 자라서 그런지 미국식 음식을 좋아 하는 우리 애인데 신기하게도 꼬리곰탕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귀찮은 것 딱 질색인 저인데도 겨울만 되면 자주 끓여먹는 답니다. 그러다가 보니 저만의 방법도 생겼구요. 제 방법이 궁금하시다구요? 헤헤…..사실은 특별한 것이라기 보단 3일에 걸쳐서 조금씩 끓여 준다는 것입니다. 3일에 걸쳐서 끓여야만 하는 주된 이유는 제가 낮에 집에 없기 때문이랍니다. ㅎㅎㅎ

1.먼저 물을 솥에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냉동되어있거나 그냥 얼려져 있지 않은 꼬리를 집어 넣어 줍니다.
2.물이 다시 팔팔 끓기 시작하면 물을 버리고 고기는 찬물에 씻고 기름기를 적당히 제거합니다. 솥이랑 뚜껑을 씻은 후 꼬리고기를 다시 넣고 물을 붓고 다시 끓이기 시작합니다. 불을 중간불로 줄여 2 시간 정도 끓입니다. 끓이다가 물이 너무 줄면 새물을 더 부어 끓여줍니다.
3.다음 날 2-3시간 다시 팔팔 끓여줍니다.
4.다음 날 2-3 시간 더 팔팔 끓여주면 뽀얗고 고기도 잘 떨어져 나와 먹기가 좋습니다.
5.여기에 파 썬 것이랑 후추, 소금으로 간 맞추어서 먹기 시작하면 됩니다.

꼬리곰탕 먹는 날은 딴 반찬도 필요 없이 깍두기 하나면 딱 되죠. 지난 번에 담았다고 신고한 깍두기가 이제 아주 맛있게 잘 익었어요^/^.

10월의 화초들

가장 가을다운 꽃이 국화인 것 같아서 한 3년 전에 북쪽의 담장 밑에 쭉 심었던 새 가지 색깔의 Cushion mum 중 하나랍니다. 화분에 담겨져 있는 것들을 사서 옮겨 심어 준 것입니다. 노란색이나 자주색들은 한 달 전 부터 꽃들이 피기 시작했는데, 이 햐얀색 꽃들은 2주 부터 조금 씩 피더니 요즘이 절정기인 것 같습니다.

예쁘지 않나요?

초봄에 잔딱 피었다가, 날씨가 쌀쌀해지가 시작하니 다시 피기 시작한 파란 물망초 꽃들...

늦장꾸러기 도라지꽃들

화사한 빨간색의 파인애플세이지 꽃들… 빨간색 샐비아 꽃이랑 많이 비슷합니다.

난쟁이 석류꽃들

이 난장이 석류는2년 전에 인터넷 오더해서 사다가 심었는데, 겨울에 위가 모두 얼어죽어도 늦봄이 되니 다시 싹이 돋아 오르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꽃이 늦게 핀다는 것입니다. 첫서리가 올 무렵에 꽃이 피니 열매를 달기는 불가능하겠죠? 파서 화분에 옮겨 심어서 실내로 옮겨 올까 말까 망서리고 있는 중입니다.

October 29, 2009

당근과 베트남 스타일 스프링롤

늦봄에 당근씨를 심어 놓았는데, 너무 크게 자라 버린 들깨들에 가려서 안보이길래 올해 당근 농사는 실패했나보다 했어요. 그런데 들깨들을 정리 해버리고 나니까, 텃밭 한 구석에 여기 저기 자라고 있는 당근들이 눈에 뜨이기 시작했어요.

남편이랑 아들이 합작으로 이 당근을 가져다가 스프링롤을 만들겠답니다 ^/^. 너무나 기특하고 웬 장땡이냐 싶어서 얼른 당근 한 개를 캐다 주었습니다.

막상 캐보니 엄청 크네요. 아마도 봄부터 자라서 그런가 봐요. 너무 오래 자라서 심이 생겼을까 걱정했는데, 괜찮았어요.

그럼 남편의 베트남 스타일 스프링롤 레시피 (3인분) 나갑니다. 진짜 간단해요.
1.당근은 채썰어서 볶아 놓는다.

2.물에 삶은 닭고기(넓적다리 두 개)는 잘게 찢어논다.

3. 당면은 끓는 물에 익혀내고, 숙주는 살짝 데쳐놓는다. 없으면 당면은 생략해도 됩니다.

3.위의 재료를 모두 섞고 소금으로 간을 적당히 한 후 실란트로를 넣어 필링을 준비해둔다.실란트로 싫으시면 빼도 되고 여기에 깻잎을 넣어도 좋을 것 같아요.

4. 물에 적신 스프링롤 랩을 두 장 겹쳐지게 펼쳐놓은 뒤 가운데에 필링 재료를 조금 넣고 말아준다. 한 장만 하면 잘 찢어지고 터지는데, 두 장을 겹치면 만들기도 먹기도 훨씬 편해요.

완성된 스프링롤들입니다. 저 가운데 있는 것이 아들이 만든 것이랍니다. ㅎㅎㅎ

소스는
메미소스 3 큰술
물 3 큰술
베트남 피시소스: 2 큰술
라임 1 개 즙
생강가루 조금

애가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해서 넣지 않았지만 여기에 할로피뇨 반개 잘게 다진 것이나 핫소스를 조금 넣어도 좋습니다.

우리 아들이 개걸스럽게 먹다가, 엄마, 아! 하랍니다 ㅎㅎ.

October 28, 2009

텃밭지기 땡땡이 치던 날

지난 주 내내 비가 줄줄,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스산했는데, 일요일이 되니 해가 쨍쨍 났어요. 그래서 텃밭지기를 땡땡이 치고 테니스 치러가는 아들과 남편을 따라 갔어요. 모처럼 우리집 부자들의 사진도 찍어 줄겸 햇볕도 즐길겸..저만큼 앞서가던 애가 굼벵이 엄마 어디 만큼 오나 뒤돌아 확인해 보내요.

집앞에 바로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 공원 안에 테니스 장이 있어요. 파란 하늘과 파란 테니스 구장이 좋았어요.

테니스를 잘 치는 것 보단 폼만 신경쓰는 울 아들...폼생폼사...

부자가 사이좋게 공모우는 동안 저는 열심히 사진 찍어주고 있구요. 원래 제가 저희집 공식사진사 이거든요. 찍어주다 보면 별루 제 사진 찍을 일이 없어요. 그래서 가족 사진첩 보면 제일 적게 등장하는 제 얼굴...

심심해서 제 그림자도 한 장 찍어주고요.

테니스 치는 것 지켜 보는 것이 지겨워져서 혼자서 공원을 돌아 다니기로 했어요.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잔뜩 나뒹구는 낙엽들도 살포시 밟아보고….

이제 단풍이 살짝 들기 시작했으니, 한 일주일 지나면 단풍이 절정기에 오를 것 같아요.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전 이렇게 텃밭에서 일하는 것을 하루 접고 파란 하늘 아래서 가을 햇살을 즐겼답니다.

미국의 텃밭지기들

켈리포니아의 sung hee님이랑 Sun Lim님이 제게 야채랑 화초씨들을 보내 오셨어요. 올해의 가든에서 직접 얻으신 씨들로요. 헤헤헤, 고맙습니다.


텃밭에서 야채를 기르는 사람들을 텃밭지기라고 누가 그랬어요. 등대를 지키는 사람들을 등대지기라고 하듯이, 텃밭을 지키며 야채를 기르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겠지요. 너무 멋있지 않나요? 텃밭지기…가든지기…. 어쩐지 은근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말 같아서요. 미국속의 한국 텃밭지기들과 가든지기들....으싸! 으싸! 모두들 행복하세요!

October 27, 2009

마늘과 시금치 싹들

[심은지 이주 후]

마늘들이 싹을 올리고 있습니다.

좀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고 시금치씨 심었던 곳을 잘 들여다 보니, 시금치도 싹을 올리고 있습니다.

시금치씨가 좀 오래되어서 싹이 안 날까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싹이 나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직 파랑 실란트로는 아직도 싹이 안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애들은 좀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씨를 심고 나면, 애달은 마음으로 씨 심어 논 텃밭을 서성거리며 기다림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다가 때가 되어서 솟아 오르는 그 가녀린 새싹들 속에서 자연과 하나됨도 느껴봅니다. 씨를 심고 싹트기를 기다리는 그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October 23, 2009

매콤하고 향긋했던 올해의 마지막 깻잎전

언젠가 들깨 꽃이 피었다고 올린 글에 성희님이 꽃들을 따주면 오래간다고 해서 그렇게 해주었더니 진짜 오래 가더군요. 꽃을 안따준 애들은 씨앗이 영그러가면서 다 말라가서 베어버렸는데, 꽃을 따 준 것들은 아직도 푸릇푸릇 한창입니다. 이래보았자 오늘 저녘에 올 첫서리에 작살이 나고 말겠지만… 첫서리가 아직 오지 않은 켈리포니아에 사는 사람들은 늦지 않았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얼마 전에 남편이 친구집에 가서 매콤한 깻잎전을 먹었는데 너무 맛이 좋았다며 해달라고 졸라서 저도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깻잎은 잘 씻어서 물기를 뺀 뒤 잎줄기를 모두 따 버리고 잘게 썰어 주었습니다. 할로피뇨 고추 한 개는 말릴려고 놔둔 것이 아직도 통통한 것이 있어서 가져와서 반으로 가른 뒤 씨를 빼고 잘게 다져 주었습니다. 부침가루랑 물을 적당히 넣어서 반죽을 만든 뒤 잘 부쳐 주었습니다.

매콤하다고 애는 못 먹고 남편이랑 제가 홀라당 신나게 다 먹었습니다. 못먹는 아들을 '촌놈' 이라고 놀리면서. 우리도 부모 맞나 몰라.... 쌀쌀한 주말 오후에 먹은 깻잎전 향긋하고 매콤한 것이 추위를 싹 잊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울 아들은 약올라서 추위를 잊었겠지만.

October 22, 2009

올해의 마지막 가지 요리-파스타

가지 파스타
서리오기 전에 올해의 마지막 가지들을 따왔었더랬어요.

잘잘한 가지들이 무척 귀엽지요? 둥글게 썰어서 파스타를 해먹기로 했어요.
1. 먼저 펜네 파스타 1 봉지는 끓는 물에 넣고 삶아서 준비해둡니다.

2. 양파 1개는 껍질 벗기고 잘게 썰고 가지들은 모두 둥글썰기 해서 기름에 볶아서 따로 덜어 놓습니다.

3. Johnsonville에서 나온 이탈리안 소세지 4 개를 껍질을 벗긴 뒤,

잘게 다져 준 뒤,

볶아 줍니다. 지난 번 스프링롤 만들 때 쓰고 남은 실란트로가 좀 남아서 그냥 전 넣어주었어요.

3. 소세지가 잘 볶아지면 가지랑 양파 볶은 것을 넣고 잘 섞은 뒤

여기에 프레고 토마토 소스를 넣고 끓여줍니다.
4. 물기 뺀 펜네파스타를 소스에 넣고 한 번 살짝 끓여주면 완성!

한국에선 야채들이 남아 돌면 비빔밥을 만들어 먹지만, 전 야채들이 너무 많아 처치해버리고 싶으면 파스타를 해먹습니다. 야채처리용으로 너무 좋은 이탈리안 요리들…그렇다니까요!

첫서리 온 아침 정경

아래 사진은 첫서리가 내리가 전 날 찍은 야콘 (Yacon) 입니다.

아래 사진은 첫서리 내린 어제 아침의 모습입니다. 역시 여름작물이라 그런지 첫서리 피해에 아주 약하더라구요. 거기다 키까지 커서 지열에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우리집 앞야드의 잔디밭도 하얗습니다. 집에 가려서 아침 햇빛을 늦게 받는지라 꽤 아침 늦게까지도 이렇습니다.

잔디 관리에 거의 목숨 걸듯이 열심인 옆집 앞야드도 하얀 서리에 뒤덮여 있습니다. 정말 겨울이 다가옴을 실감나게 합니다.

텃밭에서 야채를 기르거나 야드에 꽃이나 나무를 가꾸는 사람들은 모두들 가을에 내리는 첫서리와 봄에 오는 마지막 서리에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계절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첫서리로 제니의 야채 기르는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들 하셨다면 아직 저를 잘 모르시는 것 입니다. 이제 겨울 야채들이 이야기가 시작된 것 뿐입니다 ㅎㅎㅎ.

October 21, 2009

깍두기 담그면서 한 생각들

뽑아 온 김장무우를 모두 깍둑 썰기 했습니다. 깍두기를 담글려구요. 동치미는 나중에 여유가 좀더 생기면 야콘이나 돼지감자로 담글생각으로 제쳐놓구요. 언젠가 야콘으로 담근 동치미를 보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저도 야콘 캐면 한 번 담구어 볼 생각입니다.

성희님이 무우청 안쪽을 깍두기 담글 때 넣으면 좋다고 해서 그리 해볼 요량으로 안쪽잎들과 바깥쪽 잎들을 갈라 놓았습니다.

안쪽 무우청잎들은 잘 씻어서 길이로 썬다음 소금뿌려 절여놓고,

무우는 소금 뿌려 좀 절여 놓았다가 고춧가루를 넣어서 빨갛게 물들여 놓았습니다. 시어머님이 작년에 색이 고아서 샀다고 보내주신 고춧가루인데 냉동실에 저장해주고 김치 담글 때만 꺼내서 쓰고 있는데, 빨간색이 아주 곱습니다. 여기에 생강 다진 것, 마늘 다진 것, 파 썬 것, 새우젖다진 것, 소금, 설탕을 넣고 잘 섞어 놓았습니다. 여기에 절여논 무우청을 나중에 같이 넣고 버무려서 소금으로 다시 간을 했습니다.

약간 싱거운 것 같은데, 내일 다시 맛을 보고 마지막 간을 할 것입니다. 이상하게 피곤할 때 간을 보면 자꾸 실수를 하는것 같아서요. 이 깍두기들은 그냥 부엌 한 켠에 몇일 두고 어느 정도 익힌 뒤에 냉장고에 넣을 것입니다. 사실은 제 손으로 처음 담구어 보는 깍두기인데, 무우양이 많아서 적량하지도 못해서 조금 긴장이 됩니다. 이 깍두기가 맛이 있어야지 꼬리곰탕 끓여서 같이 먹을 수 있을텐데.

바깥쪽 무우청들은 그냥 데쳐서 일단 채반에 올려놓았습니다. 말릴 것인지 아니면 냉동실로 직행시킬지 생각좀 해볼려구요.

에이 이왕 고생하는 바에 왕창해버리자 싶어서 깍두기 담그는 김에 비트도 같이 썰어서 따로 깍두기를 따로 담구었습니다. 제가 이러다 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ㅎㅎ

남편이 지나가면서, 야 이걸 우리가어떻게 다먹냐? 하고 뼈담긴 말을 한 마디 던집니다. 제 속으로도 글쎄말이야 입짧은 우리 세식구가 이걸 다 어떻게 먹냐 싶습니다. 요즘의 힘든 경제를 위해서 자꾸 사주어야 하는데, 이렇게 냉동실하고 냉장실 가득 채워놓고 안사먹고 있으니….힘든 경제를 더 힘들게 하지 않았나 조그만 죄책감도 한 번 갖어 봅니다. ㅎㅎㅎ 깍두기 담구면서 미국경제를 생각해야 하다니...ㅎㅎㅎ 좁은 텃밭을 갖고 있지만 생각만이라도 크게 하자구요!

October 20, 2009

할머니 스타일 소고기 무우국

무우를 수확해 놓고 보니 갑자기 어릴 때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소고기 무우국이 너무나 먹고 싶어졌답니다.부리나케 냉동실을 찾아보았는데 마땅한 소고기 감이 없어서, 냉동실 한구석에서 잠자고 있는 LA 갈비살을 그냥 잘라서 쓰기로 했어요.

갈비살은 물에 30분 정도 담가서 핏물을 뺀 뒤 물을 적당히 넣고 팔팔 끓이다가.

필러로 껍질을 민 무우를 슬라이스 하듯이 칼로 잘라 넣습니다. 큰 무우는 한 개, 작은 무우 2 개 정도 이면 됩니다.

무우를 잘라 넣고 나서 뚜껑을 닫고 무우가 익을 때까지 한소큼 끓입니다. 무우가 다 익었으면 위에 뜬 기름들을 제거한 뒤 국간장과 맛소금으로 간을 맞춥니다. 후추와 파를 조금 넣어도 됩니다.

복잡하게 들어 가는 재료도 없는데, 할머니가 끓여주신 이 소고기 무우국은 무우의 단맛과 시원한 맛이 너무나 잘 어울려서 겨울만 되면 자주 해먹습니다. 이건 그냥 국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국밥으로 먹어야 더 좋습니다. 오래 간만에 먹는 것이라 마음이 급해서 막상 사진 찍는 것을 그만 잊어버렸어요. ^/^

이 글을 다시 읽는데, 할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허리띠를 질끈 매시고, 팔팔 끓는 솥 옆의 부뚜막에 얌점히 걸터 앉으셔서 무우를 썰어 넣고 있는 것을, 부엌으로 난 방문턱에 걸터 앉아 말끄러미 바라 보면서, 할머니 뭐해? 하고 물으시면 대답 대신 씩 웃어주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할머니는 지금의 저처럼 기름기를 제거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겨울에는 기름기가 있는 음식을 먹어야 속이 든든하다고 생각하셨으니까요. 요즘처럼 다이어트에 목매다는 우리네의 현실관 거리가 먼 세상 사람이었나 봅니다. 아마도 기름기를 제거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셨다면 ‘매친 것’ 이렇게 한 마디 하실 것 같습니다. 할머니 그리워하는 저만큼 할머니도 제가 그리울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오빠만 그리워 하면 할머니 미워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