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랑 쑥을 빼면 봄냄새가 안난다. 그런데 어떻게 쑥이랑 냉이를 여기 미국에서 기르냐구요? 쑥은 March folder에 그 사연을 적었고 오늘은 냉이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볼려고 한다.
속시원하게 이야기 해주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직 답이 없다. 두 해에 걸쳐서 실험을 해보고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국에선 냉이가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잘 자라고 있어서 굳이 기를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어서 그런지 경험담을 찾을 수도 없다.
아래에 적은 나의 냉이 키우기 이야기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그냥 적어보기로 했다. 용기가 안생기면 올리지 않고 한 해 더 시도를 해보고 올리던지…
두 해 전 여름에 냉이씨를 좀 얻었다. 받자 마자 길다란 화분에 potting soil을 깔고 한 쪽에는 씨를 그냥 위에다 흩뿌리고 다른 쪽엔 씨를 뿌린 뒤 흙을 살짝 덮어 주었다. 여름내내 물도 열심히 주고 지켜 보았지만 싹이 나지를 않았다. 워낙 잡초라서 왠만하면 싹이 잘 날 줄 알았는데… 한 달 기다려 보다가 포기를 했다. 씨가 혹시 너무 오래 되었거나 잘 못되어서 발아가 안되나보다 하고. 화분은 치우지 않고 밖에다 내버려 둔 채 가을과 겨울을 났다. 그러다가 다음 해 초봄에 상추씨를 뿌릴려고 화분을 보았더니, 아니 이럴쑤가, 냉이 두 그루가 너무나 참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면 날라 갈세라 잡으면 꺼질세라 지극정성으로 길러서 씨를 얻었다. 그것을 아는가? 냉이 씨가 들어 있는 pod 가 (한국 떠난지 오래 되다 보니 한국말로 그것을 뭐라고 부르는지도 잊어버렸다) 역삼각형이라는 것을. 더 자세한 정보는 (http://en.wikipedia.org/wiki/Shepherd's_purse). 씨는 얻자 마자 텃 밭의 한 쪽과 나무 밑의 멀치 (mulch) 위에 그냥 흩뿌려 주었다. 고들빼기를 이렇게 했더니 싹이 잘 텄었기 때문이다. 냉이도 한국에서는 고들빼기처럼 잡초과에 속하니까.
그런데 똑같이 뿌린 고들빼기씨들은 잔뜩 싹들이 나서 고들빼기 밭을 만드는데 냉이는 싹을 한개도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씨가 나쁘다고 할 수가 없는데 도데체 왜 싹들이 안나냐구요. 가을에 싹이 나야지 봄에 냉이를 캐서 먹을 수 있을텐데, 실망 실망 그런 실망이 없었다. 그런데 3월초에 고들빼기를 캐다 보니 냉이 4그루가 너무나 얌전하게 멀치위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위의 사진).
분명히 지난 초여름에 뿌린 냉이씨에서 싹이 튼 것이다. 이것들은 겨울동안 아니면 늦가을에 싹이 터서 자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여름이나 가을에 싹이 아니나고 봄이 되어서야 싹들을 보는 것인지,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씩이나 경험하고 보니 뭔가 비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항 영감이...
4월 초순이 되니 꽃대를 올리고 하얀 꽃 봉우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난 여름 냉이씨를 뿌렸던 텃밭의 한 구석을 살펴 보았더니 놀랍게도 냉이싹들이 여기 저기 자라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어떤 씨들은 겨울을 나야 싹이 난다더니. 내가 생각하기엔 냉이씨들은 냉온처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올해는 냉이씨를 얻으면 반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반은 그냥 실온에 보관을 하다가 가을에 심어 볼 것이다. 가을에 심어야지 초봄에 나물로 캐기가 좋을 것 같아서.
혹시 냉이씨가 있어서 올 봄에 심는 사람이 있으면, 혹시 모르니 반으로 나누어서 냉동실에 한 2주 놔두었다가 심고 나머지는 그냥 심어 보기를 권장한다. 믿을만한 회사들은 미리 이런 처리들을 해서 팔기도 하니 걱정안해도 되겠지만 직접 씨를 얻어서 심는 사람들은 냉동실에 한 2주 넣어 놓았다가 여름말에 심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혹시 성공하시거든 그 결과를 꼭 제게도 알려주기를 바랍니다!! 지식도 나누어야지 자란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