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은 봄 거금을 투자해 뒷 정원에 울타리를 둘렀다. 우리가 울타리 하는 것을 본 이웃들이 강아지를 기르려고 하느냐고 물었다. 왠 강아지. 아 미국 사람들은 애완동물들을 기르기위해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을 이때에서야 알았다. 근데 우리 울타리는 그런 목적이 아니라 내가 본격적으로 텃밭농사를 지어보려고 한 것이었다. 야채를 기를려면 일단 잔디밭을 파헤쳐야 하고 그러면 이만 저만 지저분한 것이 아니다. 거기다가 맨 날 밖에 나가 일을 할텐데 횡하니 밖에서 다 보이면 멀쑥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집 뒷쪽으로 공원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 어쩔 땐 무섭기도 했는데 울타리를 둘러놓으니 참 안락한 기분이 든다. 괜히 여기는 내 땅, 내 집 뭐 그런 느낌이 들어 아늑한 것이다. 아마 한국 문화가 담장문화이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담장을 두르고 나자마자, 난 그야말로 작은 삽 하나로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잔디를 겉어내고, 조그만 텃밭을 세개 만들었다. 그리고 빨리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를 가슴조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사는 이곳은 봄이 2월 부터 시작된다. 보통은 한창추워야 할 12월과 1월 내내 따뜻하였다.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이상 겨울기온과 북극의 빙하가 녹는 것을 걱정했다. 근데, 겨울이 끝나갈 2월 무렵 뚱금없이 한파가 닥쳐와 너무 너무 추운 것이었다. 남편은 난방비 걱정도 아랑곳 않고 히터 올리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무슨 지구 온난화? 북극의 빙산이 진짜 녹고있는 거야?
야채재배에 대한 경험이 짧은 난, 2월의 한파도 아랑곳 않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온갖 난리를 다 쳤다. 근데 이거 날씨가 이상한 것이다. 3월이 되자마자 마치 봄을 건너 뛰고 초여름으로 계절이 곤두박질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따뜻한 것이 아니라 뜨거웠다. 진짜 지구 온난화를 심각하게 고민 해야 되나? 두 달에 걸쳐서 피어야할 꽃들이 3월 한달네에 몽땅 피기 시작한 것이었다. 난 많은 나무들이 일 주기의 길이에 따라 꽃을 피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나무들이 지속되는 따뜻한 온도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여하튼 난 신이났다. 이런 이상기온에 내 야채나 나무들이 너무나 푸르게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이 보일 정도 였기 때문이다. 옆집 여자도 울타리 넘어로 우리집 뒷 가든을 쳐다보며 칭찬을 할 정도였다. 근데 큰일이 생겼다. 4월에 접어들자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았다. 한 일주일 정도 온도가 저 영하밑으로 떨어진단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진다는 전 날 부랴 부랴 멀치를 주문해 나무랑 야채주위에 두껍게 깔아주고 안심한 상태에서 잠이 들었다. 근데 다음 날 아침 밖에 나간 내 눈에 펼쳐진 세상은 노랬다. 얼마나 추었던지 나무잎들이 몽땅 얼어 있었고 따뜻하라고 덮어준 멀치의 열때문인지 추위에 강한 야채들이 몽땅 노랗게 변해있었다. 추위와 내 무지가 가져다 준 두 재해가 겹쳐있었다.
날씨가 풀린 다음 주 일요일 오후에 다시 씨앗을 뿌리는데 눈물이 자꾸 났다. 남편은 취미로 하는 내가 느끼는 고통이 이 정도인데 하물며 직업 농부들의 피해를 생각하며 마음을 달래란다. 근데 사실은 난 취미로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생계용으로 야채재배를 하고 있었던 사실을 우리 남편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짧은 봄동안 계절의 반란으로 인해 난 지구온난화를 비롯해 참 많은 것을 생각했다.
**제가 이글을 썼던 그 땐 요맘때 무척 더웠어요. 근데, 올 해엔 정반대로 너무나 춥답니다. 학교까지 클로징을 하고 야단 법썩을 떨 정도로....매해 겪는 계절들이 비슷할 것 같으면서도 늘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이글을 올립니다.
Winter Carrot Sides
2 hour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