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ruary 26, 2010

5년근 도라지들

5년 전에 도라지씨를 심어서 기르기 시작했었습니다. 친정엄마 말에 의하면 도라지를 2년 만에 한 번 씩 옮겨 심어주어야지, 뿌리가 삭아버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3년 전에 한 번 옮겨 심어주고, 작년에 다시 옮겨 심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주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뿌리가 모두 삭아 버렸으면 어쩌나 했는데, 아직 괜찮네요. 올 봄에 싹들이 나오기 전에 꼭 옮겨 주어야겠습니다. 도라지는 이렇게 2년 마다 옮겨 심어주면 20년도 더 간답니다. 이렇게 오래된 도라지는 산삼보다 더 약효가 좋다고 그러지요, 아마도….믿거나 말거나 정보에 의하면 말입니다.

캐온 도라지 3뿌리들을 씻어놓고 보니, 꼭 인삼뿌리들 같아 보입니다. 꼭 사람 몸같이 생겼지요?

워낙 뿌리들이 깊게 묻혀있고 땅이 젖은 진흙이라 캐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뿌리들이 동강 동강 다 잘려나갔습니다. 억울한 맘이 들어서 땀 뻘뻘 흘리며 그나마 찾아낸, 잘려나간 뿌리끝들입니다.

도라지 뿌리는 칼로 살살 돌리면 쉽게 벗겨집니다. 깎고 나서 먹어보니, 단맛이 먼저, 그리고 끝에 쓴맛이 느껴졌습니다. 2-3년된 뿌리는 쓴맛이 더 강했는데, 5년근 도라지는 쓴맛이 훨씬 덜합니다. 껍질 벗겨서 잘게 나누어서 소금물에 담구어두었습니다. 쓴맛이 강하면 소금에 바락바락 주물러줄려고 했는데…

초고추장 새콤 달콤 만들어서 오이랑 같이 무쳐 먹을 것입니다. 가끔 한국수퍼마켓 냉동고에서 생도라지뿌리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캐서 먹는 도라지맛하곤 비교할 수 없어요.

February 24, 2010

겨울에 먹을 수 있는 돼지감자랑 황새냉이로 만든 샐러드

돼지감자 (Jerusalem artichoke or Sunchoke) 5 뿌리…꼭 생강뿌리같아 보이죠? 깎다가 반을 먹어치울수 있으니 넉넉히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우리집 가든을 덮고 있는 황새냉이 들(Bittercress, shotweed). 뿌리를 제거하고 잘 씻어서 줄기를 없애줍니다. (밑의 사진은 아직 줄기를 제거안한 것들)

짜잔! 예쁘게 장식하면 됩니다.

샐러드는 맨먼저 눈으로 먹기때문에 색깔과 장식에 무척 신경썼습니다.

밋볼스파게티랑 같이 먹었는데, 아들은 Ranch, 난 Balsamic Vinaigrette, 남편은 Raspberry Vinaigrette 드레싱이랑 먹었어요. 우리식구는 딱 3명인데도, 입맛이 가지각색이라 통일시키기가 힘들어서, 각자 자기 좋은데로 먹는답니다.

아들이 한참 먹더니, 혹시 하얀 뿌리가 Jicama냐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러고보니, 돼지감자가 Jicama랑 씹히는 맛이 너무 같은것 같습니다. Jicama는 콩과식물의 뿌리인데, 생긴 것이 비행접시처럼 생겼어요. 황새냉이가 가든에 가득하면, 비싼 샐러드용 채소를 그로서리에서 사올 필요 절대로 없답니다. 황새냉이 맛은 watercress랑 상당히 비슷하답니다.

February 23, 2010

우리집 EX-애완동물들 1편: 작은 용갈이

2년 전인가? 내 소중한 토마토 잎을 열심히 갉아 먹고 있는 이 벌레 (tomato hornworm larva) 를 본 것이...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잡아서 대역죄인으로 미리 처단을 할려다가... 남편과 아들에게 내가 잡은 이놈을 보여주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내 세끼 손가락 만큼이나 큰 징그럽기만 한 이 초록색 벌레를 본 순간 반짝거리는 남편의 눈, 속으로 아차 싶었다.

벌레들에 관한 호기심이 유난히 많은 남편 눈엔 이 징그럽기 그지 없는 녀석이 그저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동심으로 돌아간 건지, 등을 쓰다 듬어 보고 꼬리쪽에 난 뿔을 건드려 보면서 시간이 가는 줄 몰라하며 즐거워했다. 신기한지 아들도 아이 징그러워하면서도 아빠를 따라서 즐거워하고....

몇 분도 안지나서 이 벌레는 이름까지 갖게 되었다. 작은 용갈이 (little dragon)라고. 그리고 이순간, 지울수없는 대역죄인에서 귀여운 애완동물로 운명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작은 유리통 집 속에서 내 귀한 토마토 잎들과 수박 같은 과일을 먹어치우면서 부쩍 부쩍 크더니, 어느새 번데기가 되었고, 그렇게 여러 날을 지내다가 나방 (tomato hornworm moth) 으로 깨어나왔다. 그동안 정이 들어서, 차마 죽일 수는 없고, 날려 보내 주면서…우리 집에 다시 와서 알까면 그 때는 콧물도 없어!!!

February 22, 2010

제 가든엔 봄이 이미 와 있었어요…

올 겨울이 유난히 춥고 길어서 봄이 그냥 비껴갈려나 생각도 했답니다. 그런데…그게 아니더라구요. 무슨일인지 주말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주말만 되면 집안에 갇혀있었는데, 드디어 이번 토요일날은 햇님이 쨍쨍, 모처럼 따땃하여서 가든을 구석 구석 둘러 보았답니다. 하하…그런데 제 염려에도 불구하고 이미 봄님이 와있더라구요.

저를 깜짝 놀라게 했던 노란색 크로커스꽃들…

놀라셨죠? 꿈에도 생각못했는데, 이렇게 화사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오늘 나가보지 않았다면 이 노란색 미소띈 꽃들을 그만 놓칠뻔 했다는 것 아닙니까. 후유….가슴을 쓸어내리며…반갑다…인사를 했지요. 저를 보고 즐겁다는 듯이 방긋 방긋 웃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그야말로 옛날 동무를 다시 만난 듯 너무나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제가 크로커스를 기르면서 늘 이상하게 여겼던 것이 있답니다. 거의 매해마다 노란색, 보라색, 흰색 크로커스 벌브들을 사다가 늦가을만 되면 심었는데, 첫봄엔 다 비슷한 때에 꽃을 피우는데, 그 다음해 봄부턴 꽃을 피우는 시기가 확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노란색이 맨 먼저 피우고, 보라색과 흰색 종류는 심하면 한달 정도 늦게 꽃을 피우는 겁니다. 이걸 경험할 때 마다 왜 그런 것일까 늘 궁금했답니다. 혹시 작년늦게 크로커스들을 심었다면 올 봄과 내년 봄에 꽃이 피는 순서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프림로즈 (Primrose)들이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보라색이랑 빨간색 꽃들은 필려고 하는데, 흰색꽃은 아직 얼굴을 내밀고 있지 않습니다.

홍매화 (Red Flowering Quince)도 꽃망울을 키우고 있습니다. 저희집에선 매실꽃 다음으로 빨리 꽃을 피우는 작은 나무랍니다.

황새냉이 (Shotweed, bittercress) 들도 조그맣고 하얀 꽃들을 피우고 있습니다.

황새냉이꽃을 잘 들여다 보면 꽃잎이 4장인 것을 볼 수 있는데, 배추, 갓, 무우들과 같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들의 공통점이랍니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황새냉이들을 뽑아서 요리를 해먹던지, 뽑아서 제거해야지, 엄청난 속도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답니다.

해가 잘 드는 곳에서는 봄의 전령이라는 수선화들이 꽃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다음주 부턴 서서히 수선화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아세요? 물론 수선화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초봄부터 늦봄까지 다양하게 꽃을 피우지만…전 수선화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하면, 추위에 아주 강한 야채씨들 (시금치, 상추, 갓, 완두콩) 을 심을 준비를 한답니다. 이 야채들은 앞으로 영하의 날씨가 몇 번이나 계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씩씩하게 견딜것이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양지녘 잔디사이에 꽃을 피우고 있는 민들레...

아니벌써, 씨까지 가득 맺었내요…정말 발빠르죠?

어때요? 제 가든에 봄이 가득 와서 있지요? 아직도 추운 날들이 많이 남았지만, 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그동안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펴고 이제 초봄맞이 준비를 서서히 해야 하겠습니다.

February 19, 2010

Winter salad with cilantro and Mache

우리동네에 홍콩하우스라고 하는 중국식당이 있는데, appetizer 섹션에 있는 Five spice beef with cilantro란 요리를 우리 식구 모두가 엄청 좋아한답니다. Five spice는 제끼고, 모양만 본따서 우리집 텃밭의 겨울야채들을 써서 비스꼬롬하게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재료:
실란트로 잎만 따놓은 것 한 줌
마체 (corn salad) 한 줌
Corned Beef 덩어리채 물에 푹 삶아서 식혀서 얄팍하게 썬 것 2 줌 (미리 만들어서 차가울 때 냉장보관해도 됨)

간장소스: 간장 4큰술, 미림 1큰술, 마늘 다진 것 1작은술, 후추, 식초 1 작은술, 참기름 1 작은술

먹기 전에 재료 모두를 간장소스랑 살짝 버무려주면 된다.

결과는 의외로 맛이 좋았습니다. 남편이 도시락으로 싸달려고 할 정도로.

소금이랑 서양허브로 이미 간이 되어 있는 Corned Beef는 소고기 섹션에 가면 포장되어 있는데, 언젠가 호기심에 사다가 장조림을 했는데, 쭉쭉 찢어지는 것이랑 서양식 허브의 독특한 맛에 우리 남편이랑 아들이 반해서, 요즘은 다양하게 여러가지 요리에 써보고 있습니다. 실란트로처럼 이 Corned Beef도 약간 길들여야지 되는 것 같아요. 중국식 Five spice beef 대신에 서양식 Five spiced beef라고 하면 딱 좋을 것 같습니다.

겨울을 나고 있는 실란트로

남미사람들은 Cilantro, 유럽사람들은 Coriander, 한국에선 고수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야채랍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제가 발견한 것이 이 야채가 추위에 엄청 강해서 한겨울의 눈보라를 견뎌낸다는 사실...그 후론 쭉 제 텃밭에서 겨울동안 기르고 있답니다.
온도가 화씨 10도 이하로 뚝 떨어졌어도, 일주일을 눈에 뒤덮여 있었건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능청스럽게 쳐다보는 것 같은 실란트로입니다.

이젠 잎을 조금씩 따서 사용해도 될 만큼 컸습니다.

잎을 하나 따서 씹어보니, 향이 너무나 그윽하니 좋습니다.

February 18, 2010

겨울을 나고 있는 배추와 근대들

폭이들지 않은 배추들을 수확하지 않고 그냥 놔두었는데, 이렇게 죽지 않고 쌩쌩하게 살아있답니다. 올겨울이 유난히도 추운데도 말입니다.

물론 가을에 보았던 커다란 겉잎들은 모두 말라버리거나 녹아버렸지만, 안쪽의 어린 잎들은 너무나 싱싱합니다. 친정 엄마 말에 의하면 이게 봄동이랍니다. 단맛과 양분이 풍부해서 겨울동안 부족했던 무기질과 비타민들을 보충해줄 수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닭대신 꿩이라고 그러더니, 제겐 폭배추대신 봄동인가봅니다.

그렇게 싱싱하던 근대들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추위의 피해가 워낙 심해서 수확은 불가능하지만….조금있다가 날이 풀리면, 새로 연한 잎들이 돋아 나와서 정말 맛있는 근대된장국을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봄에 새로 나오는 연한 근대잎들이 가장 맛이 좋거든요. 봄에 신나게 근대를 따서 먹을 것을 기대하니 벌써부터 침이 고입니다.

February 16, 2010

이제 눈치 안보는 토끼

이제 꼬리도 잡혔겠다,더이상 조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인정사정없이 제 마늘 밭의 1/3을 작살을 내놓았답니다.

공원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야생식물들이 많은데, 왜 꼭 몰래 들어와서 제 야채를 야금 야금 먹어야 하는지…. 참 이해를 할 수가 없답니다. 덤보 보러 왔다가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먹어치운건지…아니면 배가 진짜로 고파서 먹어치운건지…아니면 나랑 무슨 전생의 업보가 있는건지…. 아니면 훔쳐먹는 야채맛이 너무 좋아서 중독이 된건지… 아무래도 올해내내 이 녀석으로 인한 맘고생을 좀 할 것 같습니다.

February 15, 2010

한겨울에 꺼내 먹는 푹익은 부추김치

지난 늦 가을 서리오기 전에 부랴 부랴 김장으로 담가 두었던 부추김치가 이젠 완전히 삭아서 맛이 좋네요.

세 명밖에 안되는 작은 식구라서 많이 담그진 않았지만 이렇게 생각날 때 마다 꺼내 먹는 맛이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바로 담근 부추김치도 맛이 좋지만, 푹익은 부추김치도 맛이 좋습니다. 부추는 텃밭이 없는 분이라도 꼭 길러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다년생 야채로, 해충도 없어서 그야말로 다목적 야채인 것 같습니다.

아시는 분이 해준 이야기로, 어느 아낙네가 텃밭 가득히 상추를 길러서 남편을 먹였더니, 맨날 잠만 비실비실 자고 밤일(?, 밤도둑? )도 잘 안하더랍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추전을 해서 먹였더니, 밤일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텃밭 가득 심었던 상추들을 모두 뽑아서 담넘어로 던져 버리고 부추밭으로 만들었답니다. 그후로 상추는 담을 넘어가는 야채라는 뜻으로 월담채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전설따라 3천리입니다. 부추도 무슨 요상한 한자 이름이 있었는데, 하도 오래전에 들었던지라 이젠 잊어버렸어요.

Geni’s 부추 김치.
부추는 물에 살살 씻어서 물기를 빼고, 5센티 간격으로 대충 잘라준다.
[양념장]
일본간장: 1/3 컵
한국액젖: 1/4 컵
베트남 피시소스: 1/3 컵
생강가루
고춧가루: 1/3 컵
통깨: 1큰술
양파 1개: 채썰거나 다지기.

부추가 마늘향을 가지고 있어서, 마늘은 넣지 않았어요.
양념장을 넣고 버무리는데, 빨리 먹을 것은 싱거워도 되지만, 김장김치처럼 오래 두고 먹을려면, 약간 짭잘하게 간하는 것이 푹 익었을 때 맛있는 것 같아요.

February 12, 2010

작고 하얀 별꽃나물꽃

올해 처음으로 본 별꽃나물 (chickweed) 의 꽃입니다.

꽃잎이 모두 다섯장인데, 꽃잎이 깊게 갈라져서 두 장 같이 보일 뿐이랍니다. 꽃이 아주 작답니다.

바로 이런 꽃들을 두고 옛노래에서 이름 모를 들꽃이라고 했겠죠? 대학다닐 때 나이 지긋한 조교랑 같이 식물채집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가끔 요상하게 생긴 식물의 꽃을 가져다가 이름을 물어보면, 이모꽃이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진짜로 그런 이름의 꽃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이름 모를 꽃을 줄여서 그 조교가 그렇게 불렀다는 것을 나중에 알곤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February 11, 2010

머위꽃이 고개를 내밀면

단단한 포엽에 쌓여 겨울을 시작했던 머위들의 포엽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꼭꼭 숨어있던 머위꽃들이 살그머니 고개를 내밀고 밖이 춥나 안춥나 체크하는 것 같습니다.

머위꽃은 화사하지 않은 녹색이랍니다.

수줍은 듯이 고개를 내밀면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까꿍!하고 싶어진답니다. 아니면 미국에서 사는 사람답게 Peek-A-Boo! 해야 될까요?

February 10, 2010

Elephant Garlic (코끼리 마늘) 싹


튤립 잎사귀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Elephant garlic 어린 싹이랍니다. 초겨울에 심었는데, 겨울동안 조금씩 싹이 터 나오더니, 이젠 이만큼이나 컸답니다.

February 09, 2010

쌓인 눈이 한 고자질

아들이 이상한 발자국이 울타리 옆을 타고 쭉 나있다고 찍어온 사진입니다. 도데체 어떤 동물의 발자국일까요?

나중에 아들이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더니, 토끼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서 달아나더랍니다.

토끼 발자국을 잘 따라 다니다 보니, 우리집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것이 보입니다. 차고 앞의 콩크리트 윗쪽으로 약간 떠 있는 곳이 있는데,쪼로록 그 구멍으로 토끼 발자국이 나있습니다. 그러니 이 토끼가 제 허락도 없이 우리집 뒷야드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이눔의 토끼가….내 뒷야드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혹시 덤보를 연모하여…..드나들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아니면…..
그러다, 올 겨울 내내 잘 자라고 있는 내시금치밭을 작살 낸 짐승이 어쩌면 슬러그들이 아니고 이 야생토끼가 먹고 있던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은근히 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슬러그들이라고 짐작하고 온갖 갖은 복수를 꿈꾸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슬러그들이 한 짓으로만 돌리기에는 이상한 점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첫 번 째, 주말 아침마다 기습검문을 했지만, 슬러그들을 한 마라도 못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도 어떻게 이 슬러그들이 내 검문에 걸리지 않는지 이상해 하고 있었답니다. 두 번 째는 슬러그 피해는 슬러그가 숨어 있는 지역에 집중되어있는 것이 보통인데, 피해가 시금치 밭 전체에 고루 퍼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세 번 째는 , 워낙 몇 년 전에 걸쳐서 슬러그들을 추적해서 작살을 낸 결과로, 지난 해 내내 제 텃밭에선 슬러그 피해가 별루 없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작년내내 슬러그들이 동면도 안하고 내 시금치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슬러그들은 연체동물이어서, 추위에 약합니다. 조그만 추워져도 땅속이나 나뭇가지밑으로 기어 들어가서 겨울을 나는 것이 보통이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당히 큰 시금치잎들이 무자비하게 뚝뚝 따먹혔다는 것입니다. 조그만 슬러그들이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랍니다. 이런 것들을 곰곰히 따져 보니 슬러그들이 아니라 야생토끼가 들어와서 제 시금치를 야금야금 먹었나봅니다. 왜 이런 것들을 그 전에는 생각못하고 무조건 슬러그들이 한 짓이라고 굳게 믿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야생토끼는 자기의 정체가 노출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왜 야생토끼가 근대같은 다른 야채들은 건들이지 않고 시금치만 먹었느냐가 아직도 궁금하지만, 야생토끼! 이제 No more free spinach salad for you! 이 말썽장이 야생토끼 때문에 올 겨울내내 시금치 맛을 한 번도 못본 것이 많이 억울하기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온 눈들이 야생토끼의 앙큼한 짓을 제게 고자질한 것 같습니다. 살다보니 별 일도…Thank you, snow! ㅎㅎㅎㅎ

February 08, 2010

파 없는 텃밭은 안꼬 없는 찐빵

아틀란타에서 사온 쪽파들이 1월초부터 계속 되었던 추위를 견뎌 내고 아직도 잘 자라주고 있답니다.

추위로 맨 가장자리의 잎들이 말라버렸지만, Egyptian walking onion들도 잘 버텨 주고 있습니다.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위의 두 파들이 그냥 겨울을 버티고만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끼들을 친 것을 보니…ㅎㅎㅎ

지난 늦가을에 씨를 뿌려 어린 싹으로 버티던 파들이 많이 걱정이 되었는데, 제가 걱정을 한 것이 우습다는듯이 아주 쌩쌩합니다.

그러고보면 파들도 마늘만큼이나 추위에 강한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몇 년 전에 찍어둔 것인데, 겨울을 난 어린 파들이 5월 초가 되면 이렇게 자랄 것입니다.

올해도 제 파농사들의 시작이 그럭저럭 아주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파는 한꺼번에 많이 쓸 일은 없지만 계속 조금씩 쓰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될 야채 중의 하나입니다. 파는 2년생 야채로 첫 해는 그냥 자라고 두 번 째 해는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답니다. 직접 파씨를 얻어서 사용해도 되지만, 파씨는 Walmart 이나 Home Depot 의 가든센타에 가면 쉽게 살 수도 있습니다. Green onion, Bunching ionion이나 Scallion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어쩔땐 어린 양파를 파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꺼번에 씨를 뿌리는 것 보단 봄 (3-5월) 과 가을 (9-10월) 에 반 씩 나누어 심으면, 일년내내 그로서리에 가서 파를 살 일이 없을 것 입니다. 물론 겨울이 많이 많이 추운 곳에선 그냥 봄에만 씨를 뿌리는 것이 좋구요. 만약 아주 추운 곳에 사신다면, 가을에 파를 흙채로 파서 화분에 옮겨 심은 후 실내로 가져와서 겨울을 나게 하면서 수확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파 없는 텃밭은 안꼬없는 찐빵이니까, 올해는 파 기르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마십시요.,

February 05, 2010

남편과 화분 장식물

어쩔 때 보면 나보다 더 남편이 아기자기한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는 후배마저 ‘언니는 어째 내 남편이랑 더 비슷하냐’고 해서 날 더 알쏭달쏭하게 만듭니다. 거기다가, 남편이 몇 년 전에 사다 준 , 실내 화분들이나 블라인드에 매달수 있 이 나비 장식물들을 볼 때 마다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듭니다. 상당히 오래 전에, 몇 년 전인지도 이젠 기억이 안나는데, 남편이랑 아들이 Walmat에서 사다 주었었어요. 실내에서 피는 예쁜 꽃들에 나비가 안찾아 온다면서…

심심할 때 마다, 생각날 때 마다 여기 저기 자리를 옮겨주는 조그만 나비 장식물들.

맨 처음 결혼해서 살 땐 나랑 너무나 다른 남편의 성격이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 때가 많았는데,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남편의 자잘한 자상스러움이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아들왈, 이거 아빠랑 내가 엄마 Valentine's Day 선물로 샀던 것 기억나? 하고 말을 걸었어요. 듣고 보니 사가지고 와서 이쁘다고 둘이 헤헤 거리며 주었던 생각이 조금씩 나기도 합니다. 혹시 이 글을 몰래 읽고 있을 남편….그나 저나 이번 Valentine's Day땐 뭘 사줄거요?

February 04, 2010

파드득나물은 여러해살이

작년 여름에 gardengal님이 파드득나물이 여러해살이냐고 질문했던 적이 있었답니다. 참나물을 길러본 경험이 딱 2년이어서 그 땐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첫해는 그저 자라기만 하다가, 그 다음해에 꽃대를 올리고 열매를 맺은 다음 죽어버리는, 당근같은 이년생 야채들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3년 째로 접어드는 올 해, 이제 그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답니다. 작년 참나물있었던 자리인데, 죽어버린 가지밑의 뿌리들에서 새싹들이 살포시 돋아 나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파드득나물은 여러해살이 맞습니다. ㅎㅎㅎ

February 03, 2010

한 겨울에 Hummingbird 를 기다리면서

몇 년 전에 허밍버드 (벌새)의 허도 모르는 우리가 덜커덕 사서 Cedar Tree 가지에 매달아 주었던 첫 번 째 Hummingbird feeder랍니다.

그 해 여름, 우리의 예상을 깨고, 단물을 먹으러 왔던 허밍버드는 우리를 너무나 기쁘게 해주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개미들이었습니다. 허밍버드들만 단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개미들이 떼거지로 달려드는데, 너무나 징그러워서 이런 저런 방법을 강구해 보았지만 도저히 당할 수가 없어서 급기야 피더를 철수시켰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위의 사진 처럼 생긴 허밍버드 피더는 허밍버드들이 와서 건들거나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움직여서 단물을 쏟기 때문에 개미들을 끈다고 그럽니다. 그래서 이 번에는 더 투박하게 생겼지만 허밍버드들이 좋아하고, 청소하기도 편하고, 거기다가 더 싸기까지 한 종류를 샀답니다. 우리 동네에 사는 허밍버드들은 겨울동안 더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버렸지만, 남편이 시험삼아서 집안에서 잘 보이는 곳에다 매달아 놓았답니다. 멀리에다 달아 놓았더니 지켜보지 않으면 오는지 아는지 잘 알수가 없으니, 이번에는 아예 집 안에서 내다 볼 수 있는 곳에다가 달아 놓겠다는 나름대로의 야무진(?) 생각으로.

근데, 이 한 겨울에 허밍버드가 오겠냐구요…..안오죠. 애꿎게 눈과 비만 견딘지 어언 두 달…. 이 허밍버드 피더는 아직까지 한 마리의 허밍버드도 아직 보지 못했답니다. 그건 그렇고, 이 피더도 문제가 있더라구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물이 그대로 피더에 들어가서 단물을 망치더라구요. 비가 들지 않는 처마밑에 달면 좋겠는데, 우리집 뒷쪽은 그 흔한 처마도 없답니다. 작은 우산을 사다가 위에다가 달아 주던지, 창문에 Awning을 달고 그 밑에 매달든지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옛날 처럼, 다시 시다나무에 매달던지. 어찌되었건, 허밍버드피더를 이 한겨울부터 달아 놓고서, 봄이 되어서 다시 돌아와 줄 허밍버드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 떠난 허밍버드들은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 맘을 알고 있을까요?

February 02, 2010

겁을 주었던 한파가 지나간 아침에…

금요일 오후부터 슬슬 내린 눈들로 토요일 아침에 내다 보는 바깥 세상은 그저 하얗기만 합니다. 올 겨울, 가장 많이 내린 눈이랍니다.

텍사스를 강타하고, 오클라호마를 강타한 뒤 우리 지역에 다가 온 한파! 하루 전인 목요일날 부터 일기 예보관들이 엄청 겁을 주어서 이 지역 모든 학교들 모두 미리 금요일을 휴일로 선포하고, 소방수들까지 위기사황들에 대한 대비완료! 심지어는 대학까지 일찍 문을 닫고 덜덜 떨었건만, 그 무시무시할 줄 알았던 한파는 종이 호랑이 처럼, 2인치 정도의 눈만 밤새 살포시 내려주고 지나가고 있답니다. 아마도 여기 오기 전에 텍사스랑 오클라호마에서 너무 기세를 올렸는지, 아니면 스모키 산맥을 넘어오면서 힘들이 다 빠져버렸는지, 아니면 우리가 미리 겁먹고 있어서 좀 봐주었다가 조지아주를 공력할 작정인지…. 나야 그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온 지역을 괜스리 덜덜 떨게 했던 일기예보관들이 너무나 송구스런 마음에, 아마도 접시물에 코를 박지 않을까 몹시 염려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 저녘에 꼭 일기예보를 지켜보아야지….일기예보관들이 미안하다고 시인할 지 아니면, 은근히 묻어버릴지, 그 반응이 너무 궁금해서, 아침부터 정신나간 사람마냐 실실 쪼개고 있는 내 마음을 그 누가 알려나?

앞문을 열고 밖을 내니, 앞 잔디밭을 가로지르면서 우체통까지 쭉 난 발자국들이 보입니다. 누구 것일까요?

제 아들은, 주말 아침 일어나자 마자 일어나서 맨처음 하는 것이 나가서 주말 신문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잠깨고 내려온 남편이 맨 먼저 물어 보는 것도, ‘신문 가져 왔냐? 하는 것이고. 그런데, 왜 발자국이 한 줄만 보이냐구요? 아니 이녀석이 올 땐 날라왔나? 아무 생각없이 덜깬 잠을 떨치고 나갔다가, 너무 추워서 큰 걸음으로 뛰어서 그랬나 봅니다.

엉터리 (?) 일기예보 덕분에 멀쩡한 금요일 하루를 딩굴 딩굴 놀았던 아들은 토요일 아침 식탁에 앉아서 느지막한 아침을 먹고 있습니다. 신문에 코를 박고 있는 아들얼굴이 아주 느긋하게 하루를 잘 논 놈 처럼 보입니다. 일기예보에 겁났던지 바이올린 선생님까지 미리 전화해서, 늘 금요일 막바지를 장식하던 레슨까지 쉬었으니. 그럼 그렇지…울 아들, 멀쩡한 금요일날에 학교도 안 가고, ‘하루 잘 놀았았지 ? 하고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다고 대답하네요. 그나 저나 난 오늘 하루 무엇을 하지?

하늘을 보니 하얀 구름에 뒤덮혀서 하얗습니다. 땅도 하얗고, 하늘도 하얗고, 포근한 느낌마저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리 추운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공원에 나가자니, 길이 너무 질척거릴 것 같고, 아들 표정을 보니, 오늘 아침은 썰매타러 갈 생각도 없는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가든사진이나 찍자 하면서 뒷마당으로 나갔습니다. 텃밭은 눈으로 묻혀서, 보이는 것은 마늘잎들 뿐입니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서 얼어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마늘들이 눈담요에 누어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땅에 딱 둘러붙어서 겨울을 나고 있는 근대는 끝만 간신히 보이고 있습니다.

와와……지난 밤의 내린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실나무는 잔뜩 꽃을 달고 있습니다.

혹시 꽃송이들이 얼어 붙지 않았나 싶어서 코를 바짝 들이 대고 들여다 보아도 아름다운 매실꽃들은 그저 쌩쌩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걱정해준 저에게 윙크를 날려주는 것 같기까지 합니다.

녹아 내리는 눈이 물이 되어서, 물방울을 뚝뚝 떨구고 있는데, 제 눈이 멀만큼 이쁘기만 합니다. 정말 예쁘지 않나요? 이렇게 예쁜 분홍색 꽃들을 어디가서 본 적 있나요? 있으면 말구요….ㅎㅎㅎ

올 겨울 내내, 나의 Winter Blue를 없애줄려고 작정을 한 것처럼, 1월내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예쁜 분홍꽃들을 피워주고 있습니다. 잔뜩 달고 있는 꽃망울들과 꽃눈들을 보니, 3월까지 이렇게 꽃을 피워줄 것 같습니다. 심은 지 4년 차 되어가는 이 매실나무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꽃들을 피우고 있는데, 작년보단 올해 훨씬 더 많은 꽃들을 피어주고 있습니다. 아직 열매를 많이 달지는 않았지만, 한 겨울내내 피워주는 이 분홍꽃들만으로도, 저는 심은 보람을 뽀땃이 느끼고 있답니다.

삼매경에 빠진 나를, 뚱한 표정으로 멀리서 지켜보던 우리집 귀염둥이 토끼, 덤보가, 가까이 다가가니, 반갑다고, 철망을 잡고 서서, 껑충껑충거립니다. 털옷을 두껍게 입었는지 별루 추운 기색은 안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물도 얼어 있지 않습니다.

귀를 자세히 보면 왜 이녀석 이름이 덤보인지 알 수 있어요. 아기 코끼리 덤보처럼, 엄청나게 귀가 길어서, 다른 토끼처럼, 귀를 쫑긋세울 수가 없답니다. 이 녀석은 야생에서 살면, 일착으로 잡혀먹힐 놈이죠. Pet shop에서 아기토끼로 사와서 쭉 조오지를 아빠 삼아서 잘 지내다가, 1년 지나서, 사춘기가 되었었는지, 아빠 토끼 조오지를 자꾸 물어서 피를 내는 바람에, 떨어져 살았는데, 이제 조오지를 잃고 혼자만 남았답니다. 덤보가 외로울까봐서, 아침 저녘으로 들여다 보는 아들을 보면서… 형제들이 없어서 늘 외로움을 타서 그런지, 덤보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토끼장 옆에 있는 키가 큰 Red Cedar Tree 위엔 한 무더기의 새들이 난리를 떨고 있습니다. 로빈들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구. 야채들은 품종까지 따져 가면서 난리를 치지만, 새 이름들은 잘 몰라서, 웬만하면, 그저 다 새랍니다.

그나 저나 저눔의 새들이 내 나무 위에서 뭔 짓들을 하고 있는거야 싶어서, 나무 아래를 보니, 조그만 검정알 같은 것들이 잔뜩 떨어져 있습니다.

이그…새똥들인가 싶어서, 피할려다가 들여다 보니, 열매들입니다. 아…이걸 먹을려고 왔구나 싶습니다.

나중에 보니 내려와서 밑으로 내려와서 떨어진 열매들을 줏어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