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 30, 2010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이 사진은 지난 토요일날 아침에 찍은 돌산갓들이랍니다.

아래사진은 그로부터 4일 지나고 찍었는데, 정말 많이 자랐지요?

아래사진은 지난 토요일날 심은 얼갈이 배추랍니다.

이것은 4일 지난 후 찍은 사진이구요. 위의 넉넉하던 공간들이 이제 보이지 않습니다.

딱 4일 만에 거의 두 배로 자라버린 것입니다.

비가 계속 와주면서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다 싶더니 봄 야채들 자라는 속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봄 야채들은 더운 날씨보단 약간 쌀쌀한 날씨에 더 잘 자라서 그렇답니다. 거기다 촉촉히 내려준 비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고요.

어쩔땐 야채들도 애들처럼 좀 천천히 자라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품안에 안고 어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운전면허증 딴다고 까불고 내하는 모든 말에 토를 달고 놀아달라고 조르면 숙제많다고 놀아주지도 않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어릴 때 더 뽀뽀도 많이 해주고 더 많이 같이 놀고, 사진도 더 많이 찍어줄 걸 후회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째 이 봄야채들이 몇 일만에 다 자라버린 것 같아서 아쉽게 느껴지니 웬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빨리 잘 자랐다고 칭찬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요지경 제 맘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중국야채인 청경채 (Pak Choi)

청경채랑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이제 거의 10년이 되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아파트 1층에 살았었는데, 앞에 조그만 가든용 공간들이 있었어요. 거기에 이런 저런 야채들을 재미삼아서 기르고 있었습니다. 아주 조그만 공간이어서 (4x4 feet), 상추, 쑥갓, 토마토, 고추 뭐 이런 야채들로 꽉 채우면서요. 어느 주말 아침 텃밭에 물을 주고 있는데, 옆동에 사는 처음 보는 어느 중국 사람이 자기 텃밭에서 가져왔다면서 청경채 몇 그루를 흙채로 가져왔습니다. 너무 많이 심은 것 같아서 나누어 주고 싶다면서… 그리고 씨도 좀 주면서, 아주 잘 자란다고 길러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면도 없는 낯선 사람이 불쑥 주고 간 어린 청경채싹들과 씨.. 아마도 그 때부터 제 청경채 사랑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청경채는 품종들이 무척 많답니다. 품종에 따라서 색도, 크기도, 잎대의 두께도, 심지어는 잎대의 색도 다르답니다. 전 그 중에서도 잎대가 녹색이면서 크기가 작은 Baby Pak Choi종류를 좋아한답니다. 올 봄에 날라온 캐탈로그들을 보니 자주색 청경채가 눈에 띄어서 내년에 심어야지 하고 찜해놓았답니다. 혹시 중국요리들을 좋아하신다면 청경채들도 심어보세요. 벌레들도 타지 않고 별 까탈스럽지 않게 아주 잘 자란답니다. 쌈채소로도, 생채로도, 무침으로도, 겉절이 비슷한 김치로도 괜찮은 것 같아요. 거기다 이 청경채를 기르면 중국요리책에 나오는 근사한 요리들을 할 수가 있답니다. 이제 호기심이 동하시죠? 호기심엔 특별한 약이 없답니다. 거기다가 전염성도 심하구요. ㅎㅎㅎ 그럼 제 임무 끝!

April 29, 2010

Bacon with onion chive flowers and spinach

요즘 Onion chive가 열심히 ~ ~ ~ 꽃대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신나라하면서 꽃봉우리들을 몽땅 따왔어요. 어리것들은 마늘쫑 뽑듯이 뽑으면 되지만, 꽃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아랫부분이 뻐셔져서 그냥 꽃봉우리 아랫쪽 5센티정도만 뚝 끊어주면 된답니다.

언젠가 Garden Web에서 소개된 글에 차이브 꽃대를 베이컨이랑 같이 살짝 스터프라이 하면 맛있다는 그러던 것이 기억이 나서 저도 꽃본 김에 한 번 만들어 먹어볼렵니다.

[Bacon with onion chive flowers and spinach]
재료: 베이컨 ½ 팩, 오니언 차이브 꽃대 1 주먹, 시금치 3 주먹
요리법:
1. 베이컨을 3 센티 길이로 썰어서 볶는다. 기름이 많이 나오면 팬을 기울여 살짝 따라내 버린다.
2. 베이컨이 잘 볶아 졌으면, 오니언 차이브 꽃대 씻은 것을 넣고 살짝 볶는다.

3. 시금치 잎 씻어서 물기 빼놓은 것을 넣고 볶아서 마무리.

4. 접시에 담고 잣을 올려 주면 끝.

베이컨을 좋아하는 우리애는 맛있다고 잘도 먹는데, 우리 입에는 좀 느끼한 것 같아서 쌈에 넣고 먹었는데, 맛있었어요.

아아! 하세요. 요근래 봄채소들이 많이 나와서 샐러드 대신에 쌈으로 많이 먹고 있답니다.

겨울을 난 보드라운 봄 근대로 만든 요리 셋

작년에 두 종류의 근대들을 길렀습니다. 잎대가 짧고 낮게 자라는 Perpetual swiss chard 종류랑 잎대가 길고 키가 큰 일반 Swiss chard 였습니다. 두 종류 다 잘 자라서 겨울을 나기 시작했는데, 겨울이 점점 추워지니까 키가 큰 종류는 모두 얼어 죽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키가 작은 근대종류는 땅에 바짝 누워서겨울을 나더니 봄이 되니 다시 쑥쑥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전 요즘 나오는 근대잎들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너무나 보들보들하거든요. 된장국에 넣어도 맛이 좋습니다. 보기만 해도 입에 침고이시죠? ㅎㅎㅎ

얼마나 보들보들한지 살짝 데쳐서 국간장넣고 무쳐도,

된장 조금, 참기름 넣고 무쳐도,

입에서 살살 녹는 봄 근대 요리들…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근대는 지금부터 초여름까지 계속 씨를 심으시면 된답니다. 아래 보이는 어린 근대들이 바로 상추랑 같이 올봄에 심었던 근대랍니다. 겨울지난 근대들이 끝날즈음엔 이 애들이 자라서 제 식탁을 채울 것입니다.

벌레도 안타고 계절도 안타고 자라는 것이 까탈스럽지도 않은 수더분한 근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근대들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1년에 걸쳐서 신나게 수확할 수 있는 근대…아무래도 꼭 심어야 하겠죠? 키가 크고 잎이 큰 서양 근대도 좋지만 덩치가 작은Perpetual swiss chard도 꼭 심어 보세요. 요리하기가 훨씬 편하거든요. 작년에 근대 요리를 너무 많이 올려서 올핸 아마도 이것이 제 근대 요리의 마지막 모습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집에선 제 근대요리로 끊이 없이 고통당할 두 남정네가 있답니다. 텃밭에서 자라는 이쁜 근대들을 보면서…이거 근대 맞지? 물어보는 속내가 아무래도…수상하거든요. ㅎㅎ

April 28, 2010

올봄에도 취나물을

아랫 쪽 울타리 아래로 심어서 기르는 참취들입니다.

여러해살이여서 봄이 되면 어김없이 자라 나오니, 해마다 다시 심지 않아서 더 좋습니다. 제가 여러해살이 나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키 포인트가 한 번 심으면 다시 안심어도 된다! 이거죠. ㅎㅎ

거기다가 떨어진 씨들로도 조금씩 번식을 합니다. 본 김에 제사지내다고 잔뜩 끊어와서 데쳐놓았습니다. 워낙 부드러워서 오래 데칠 필요도 없었습니다. 모두 데쳐놓으니 딱 두 끼 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남경희 할머니 스타일로 국간장과 마늘 다진 것 조금, 소금, 참기름, 볶은깨 넣고 양념했습니다. 요리책에 나와 있는 이 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제 할머니 생각이 나서 늘 눈시울을 젖게 만듭니다. 울 할머님도 이분만큼 정숙하시고 고왔거든요. 어쩜 그 이유 때문에 제가 이분 요리책을 좋아하는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들어간 양념도 별루 없는데도 향긋한 참취의 맛이 너무 좋았습니다. 신나게 먹어 주는 남편에게 어깨랑 목에 힘을 가득넣고 “마누라 잘 만났지?” 물어서 억지 칭찬을 좀 받아냈답니다. 공짜가 어딨어…ㅎㅎㅎ

LA에서 날라 온 화초들

요근래 알러지로 고생하고 계셔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제게 주실 화초들을 챙겨 보내주셨답니다 ㅎㅎㅎ. 토요일 오후에 비가 많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서 아침식사 끝내자마자 부리나케 서둘러서 심어주기로 했습니다.

실란은 작년에도 보내주셔서 화분들이랑 가든에 직접 심어주었는데 지금 아주 잘 자라고 있답니다. 올핸 어쩜 꽃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에 보내 주신 것들은 앞가든 드라이브웨이 옆에 심어주었습니다.

실란이랑 비슷해보이는 다른 알뿌리들도 보내 주셨는데, 애들은 포치 앞에 쭉 심어주고,

미나리는 지붕에서 물내려 오는 부분에 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잎 생김새가 과꽃같이 보이는 화초는 상태가 좀 안좋아서 화분에 그냥 심어주었습니다. 다들 상태가 아주 좋은데 애는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지만 그래도 모르지 싶어서 정성을 다해볼려구요.

지난 토요일 부터 오늘까지 비가 계속 내려주어서 그런지 미나리들이 좀 자란 것 같아 보입니다. 아니면 제 상상일까요? ㅎㅎ 계속내린 비로 미나리 사진을 어제서야 찍는 바람에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좀 늦어졌어요. sunghee nim, 보내주신 화초와 야채들, 그리고 격려의 말들….너무나 감사합니다. 몸 건강하세요.

April 27, 2010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Rhubarb

무슨 화초인지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까? 바로 루바브 (품종: Victoria) 꽃이랍니다. 믿기 힘드시죠?

저도 엄청 놀랐습니다. 잎도 무지 크지만 꽃봉우리도 엄청 큽니다. 생각보다 꽃이 예쁘고 Astilbe랑 비슷해보입니다.

심은지 3년만에Rhubarb Crisp도 해먹고 처음으로을 꽃도 봅니다. 이참에 아예 씨들을 얻어서 미국 전역에 퍼트릴까 싶습니다. 루바브 잎들을 Hosta대용으로 심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꽃도 보고, 잎은 관상용으로 즐기고, 잎대는 디저트를 만들어서 먹을 수 있으니, 1석 3조! 이런 야채, 이제 호기심이 생기시나요?

April 26, 2010

고향의 맛이 느껴지는 머윗대 요리 둘

머위 꽃봉우리들 요리 이야기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머위잎들이 무성합니다.

그래서 밖에 나간 김에 한아름 따왔어요. 진짜로 한아름!!!

[고소하고 향긋한 머위대 볶음요리]

*재료: 머윗대 데친 것 크게 두 주먹, 들깨가루 1큰술, 마늘 2알 잘게 저민 것, 볶은 깨, 액젓 ½ 작은술, 소금 약간
*요리법
1.머윗잎대 껍질 벗기기: 머윗잎대의 껍질을 벗길 때는 꼭 비닐장갑을 끼고 하셔야 한다. 안그러면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어서 보기가 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껍질벗긴 머위대는 소금과 식초 조금 떨어트린 물에 까자마자 담구어야지 갈변을 막을 수 있다. 잎을 뚝 떼버리고 껍질을 벗기면 잘 벗겨진다. 긴 잎대는 2-3 개로 나누어 준다.

2.소금 넣고 끓인물에 넣고 잘 데쳐 줍니다. 살짝 데치는 것이 아니라 팔팔 끓일 정도로 데쳐 주어야지 부드러워진다.
3.찬물에 헹구며 너무 긴 것은 토막을 내주고 너무 통통한 것들을 두 세번 갈라준다.
4.잘 헹구서 물을 잘 짜준다. 한꺼번에 요리하기 너무 많으면 지플럭 백에 넣어서 냉장 또는 냉동보관하면 된다.
5.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마늘 다진 것을 넣고 살짝 익힌 뒤 머위대를 넣고 볶기 시작한다.
6.들깨가루를 1-2큰술 넣고 같이 볶다가 액젓을 몇 방울 넣고 , 소금으로 막간을 한다.
7.그릇에 담고 볶은깨를 위에 뿌려준다.
[머윗대 매콤찌개]

*재료: 얇게 저민 쇠고기 1 파운드, 머윗대 데친 것 크게 2 주먹, 찹쌀가루 3 큰술, 들깨가루 3 큰술, 마늘 3개 다진 것, 파 2단 썬 것, 소금, 참기름, 볶은 깨, 국간장, 액젓
*요리법
1.소고기를 고춧가루 1큰술 (매운 것을 좋아하면 고춧가루를 더 넣어도 좋다), 마늘 3알 다진 것, 소금, 파, 참기름, 볶은 깨, 국간장, 액젓 1큰술 넣어서 양념한다.
2.양념한 소고기를 솥에 넣고 자글 자글하게 볶는다.
3.소고기가 어느 정도 볶아졌으면 데친 머위대를 넣고 같이 더 볶는다.
4.다 볶아졌으면 물을 잘박하게 붇고 들깨가루랑 찹쌀가루를 넣어서 끓인다.
5.익으면 당면을 조금 넣어서 한 번 더 끓인다.
6.소금으로 막간한다.


제가 10살 때 까지 살았던 시골 고향 집 뒷뜰 언덕배기에 머위가 가득 자라고 있어서, 봄이 되면 연한 모굿대 (머위의 전라도 사투리)로 엄마가 요리를 해주시곤 했었답니다. 엄마의 머윗대 요리엔 언제나 들깨가루랑 쌀가루가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전 머윗대 요리들을 먹으면 고향의 향수가 느껴진답니다.

April 23, 2010

블루베리꽃

요즘 블루베리꽃들이 한창피고 있습니다. 워낙 꽃이 작아서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습니다.

조그만 초롱같이 생긴 하얀꽃들이 앙증스럽습니다.

이렇게 밑에서 올려다 보면 ㅎㅎㅎ 블루베리꽃들….니들 속 다들여다보여…ㅎㅎㅎ.

April 22, 2010

올해도 풍성하게 핀 딸기꽃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와서 텃밭을 만들고 맨 처음 심은 것은 야채가 아니라 바로 딸기였답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전 약간 삐딱한 텃밭지기였던거지요. 두 종류(June-bearing과 day-neutral) 의 딸기를 Nourse Farm 에서 주문했더니 한 종류당 25 그루를 보내주었습니다. 2년 째가 되니 딸기가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세 식구가 다 먹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동네 애들 불러서 따가게 하고, 냉동실을 가득채우다가, 재 작년에 반으로 줄였다가 작년 가을에 또다시 그거의 반으로 줄였답니다.

이것들은 Alpine Strawberry 꽃들입니다. Alpine Strawberry는 씨를 심어서 기르기 시작했는데 덩굴손을 내어서 마구 퍼져 나가지 않아서 화단에 심어서 기르고 있답니다. 매해 봄이되면 어김없이 딸기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것들은 일반 딸기들 꽃이구요. 알파인 딸기꽃보단 꽃이 한 3배는 더 크답니다. 물론 딸기도 세 배가 더 크고요.

일찍 꽃이 핀 꽃들은 지고 그 자리에 아주 작은 딸기가 조금씩 커가고 있습니다. 애들이 있다면 꼭 딸기를 길러보시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야채들은 관심없어 해도 딸기라면 애들이 너무 재미있어하니까요. 나중에 딸기가 익어가기 시작하면 제 아들의 유명한(?) 딸기 스무디 레시피를 아들 몰래 공개해드리겠습니다. ;)

April 21, 2010

어느 비둘기 부부 이야기

얼마전부터 텃밭에 나갈 때 마다 텃밭 가장자리를 얼쩡거리는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울타리 위에 앉아서 늘 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자기 가든을 마치 내가 침범하기로 하는듯이

그래서 호기심에 이 비둘기를 관찰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제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딴데로 가지 않고 저를 쳐다 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보다 더 호기심이 많은 제 남편 눈에도 띄었나봅니다.

이 비둘기가 자꾸 작은 나뭇가지나 풀 같은 것을 물고 울타리위의 나뭇가지 사이를 들락 달락 하는 것을 보고 혹시나 집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남편이 몰래 엿보았답니다.

그랬더니 비둘기가 우리 뒷 집에서 울타리로 심어놓은 사이프러스 나무 가지랑 펜스사이에 집을 짓고 있더래요. 그리고 얼마후, 비둘기 두 마리가 우리 집 뒷뜰에 있는 커다란 Elm tree 가지위에 고즈넉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비둘기가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였던거죠. 그것도 부부로 추정되는…

집짓는 것에서 잠시 짬을 내서 데이트를 즐기는 것 같아 보여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 후로 몇 일 지나서 남편이 조심스럽게 나무사이를 들여다 보았더니 이렇게 다 지은 집에 어미 비둘기가 꼼짝도 않고 앉아 있더랍니다.

아마도 이제 알을 낳고 부화를 시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집에 셋방살이를 시작할 이 비둘기 부부가 Mourning Dove들이였어요. 날 때 히히~힝 우는 소리 같은 것을 내는데, 그런 소리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나 봅니다. 남편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이 비둘기 부부가 알을 부화시켜서 아기새들을 길러 가는 것을 사진 찍고 지켜볼 수 있을 것에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분명 나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진을 찍고 그 들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남편 몫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지 몇 주일 지난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이 날도 궁금함을 견디지 못하겠던지 남편이 살며시 들여다보고 오겠다며 나갔다가 잠시 후 얼굴이 하애져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하는 말이 아무래도 비둘기들이 둥지를 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믿기 힘들어 하는 나를 뒤로하고 카메라를 가지고 나가서 사진을 찍어왔고, 그 찍어온 사진 속엔 새알 한 개가 참옥하게 깨져있었습니다.

어리둥절한 마음에 남편이 아침 한나절을 서성거리며 지켜보았지만 비둘기들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혹시나 싶어서 깨지지 않은 새알을 만져 보았더니, 차디차더랍니다. 도데체 무슨일이 있었기에 새알 한 개는 깨져있고 부모들은 둥지를 버렸을까요?

우리의 궁금증에 대답을 나중에 찾아냈습니다. 둥지가 있던 자리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울타리 아랫 쪽으로 새 깃털들이 잔뜩 떨어져 있는 것을 남편이 발견한 것입니다. 잔뜩 흩어져 있는 깃털의 양을 보건데, 아무래도 둥지를 지키던 어미 비둘기가 다른 동물에게 공격을 당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슬픈 비둘기 부부의 이야기를 끝낸 것이 지난 주말인데, 사진들을 볼 때 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블로그에 올릴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슬픈 결말이 우리랑 이 비둘기 부부를 기다리고 있을 줄을 몰랐었습니다. 평화스럽게 보이기만 했던 우리집 뒷 야드에서 일어난 잔혹한 일들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우리들을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비둘기 부부랑 태어나지도 못한 생명들을 기념하기 위해서 슬프기만 한 이 이야기를 여기에 올립니다.

April 20, 2010

~ 아기 복숭아들 보실래요?

얼마 전 까지 화사함을 자랑하던 복숭아꽃들이 피어 있던 자리를 아쉬운 눈으로 들여다 보았더니….흐흐흐….글쎄~ ~ 어떤 꽃들은 채 떨어지지도 못한채 아기 복숭아들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이상하게 모성애를 보는 듯…임신한 복숭아 꽃들을 보는 듯…야릇한 경외심마저 느껴집니다.

저희집 과일나무가 거의 모두 그렇듯이 심은지 4년 차 되는 복숭아 나무인데, 재작년엔 복숭아가 1개, 작년엔 딱 2개 열렸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올핸 복숭아들이 제 열손가락 숫자 다 합해 놓은 것보다 더 많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벌써부터 니나노~ ~신이납니다. 제가 원래 미리 김칫국 잔뜩 마시고 취하는 타입이거든요 ^ ^.

제 복숭아 나무는Gurney Seed & Nursery Co.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심은 Belle of Georgia라는품종으로 free stone 에 백도랍니다. 우리 옆 주인 조지아가 복숭아로 유명한데, 꼭 조지아 복숭아를 심고 싶어서 이 품종을 골랐답니다. Gurney 에선 5 종류의 복숭아 품종을 파는데, 모두 자가수분이 (self-fertile or self-pollination) 된다고 그럽니다. 만약 늦서리가 오는 Zone 7 이하 북쪽지역에 사는 분들이라면 Contender 라는 품종의 황도를 권장해드립니다. 늦게 열리는 품종이라서 웬만한 늦서리에도 괜찮다고 그러네요. 가끔 늦서리가 있을 때마다 이 품종을 사지 않을 것을 후회했거든요.